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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미아뉴타운

[부동산뱅크 2006/04/17 - 조회:12,547]

좁고 경사진 골목과 열악한 제반시설, 전형적인 낙후 지역 중 하나였던 미아동 일대가 뉴타운이란 이름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여기에 광역개발 논의,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은 이러한 변신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황. 하지만 미아뉴타운 내 기운은 싸늘하기만 하다. 이로 인한 서민들의 고충까지 고스란히 전해지는 미아뉴타운을 찾았다.

‘행복 마을’ 실현 본격 ‘스타트’
찾는 사람 없어 문 닫은 중개업소 수두룩

‘30년 전과 다를 바 없었던 미아동이 이제 변합니다’ 꿈 같은 문구로 채워진 벽보처럼 미아 6,7동 일원 약 18만 3,000여 평의 미아뉴타운 개발 계획도 희망차다. 주거중심형 뉴타운으로 신주거 개념을 도입해 개발하되, 다양한 경관 및 주거환경을 창출하고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주거환경을 실현하는 등 ‘행복 마을’을 조성하겠다는 것. 이러한 목표에 발맞춰 6·8·12구역 등 3개의 구역들도 재개발 진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6구역. 지난 3월 29일 사업시행인가가 떨어진 후 조합원 분양신청을 받고 있는 상태다. 임대 212가구를 포함한 총 1,247가구를 삼성건설에서 짓게 되며, 약 800명 정도의 조합원을 제외하면 일반분양은 200여 가구(미정) 선보일 예정이다. 12구역도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월 10일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해 주민공람 중에 있으며, 24~42평형으로 이뤄진 총 1,358가구(임대 포함)를 삼성건설에서 공급하게 된다. 깎아질 듯한 경사지에 자리잡은 6·8구역에 반해 비교적 완만한 곳에 위치한데다 번화한 삼양동사거리와도 인접, 한 때 가장 미아뉴타운 내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인기들은 신기루처럼 사라진 지 오래다. 삼성공인 황호익 대표는 “지난 해 초부터 강북 광역개발이 한창 논의되던 8.31대책 이전까지는 간간이 거래가 됐었다”며 “하지만 ‘입주권 주택 간주 방침’이 발표된 9월 이후 일절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근 M공인 관계자도 “뉴타운 지정 이후 부동산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지만 지금은 문 닫은 업소가 대부분”이라며 “우리도 상가 보상금 몇 푼 받으려고 문만 열어 놓았을 뿐 월세조차 못 내 보증금에서 제한 지 이미 오래다”고 말했다.

강북 위한 특별법, 미아뉴타운과는 ‘별개’
거래 막혀 자금 부족한 원주민 쫓겨날 판

아직 구역지정조차 안돼 있는 8구역의 사정은 좀 더 심하다. 지난 해 12월 29일 구역지정신청을 해놓은 상태지만 각각 다른 시공사를 앞세운 2개 추진위의 충돌로 한동안 사업진행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6,12구역과는 다른 시공사가 공사를 맡는 것도 투자자들에게는 걸림돌. 삼성래미안에 비해 두산위브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탓이다. 느린 사업 진행 속도에 선호도 낮은 건설사까지, 8구역은 상담 문의조차 들어오지 않는 실정이다.

이러한 냉랭한 분위기는 지분가격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H공인 관계자는 “최근 들어 거래가 안 되기는 어느 구역이나 마찬가지”라며 “다만, 마지막으로 거래됐을 때 6,12구역의 쪼개지 않은 20평짜리 지분이 평당 900~1,000만 원 선이었던 것에 반해 8구역은 그보다 50~100만 원 낮은 평당 850만~900만 원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언론에서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 제정으로 강북 노후주택이 인기라고 떠들고 있지만 실제 시장의 반응은 냉혹하다”고 전했다. 더군다나 사업시행인가까지 이미 마친 미아뉴타운(6구역, 12구역 5월 중)에 특별법 적용은 어려운 게 현실. 또 특별법 적용을 받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일이 생긴다 해도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강북구청 균형발전추진팀 관계자는 “특별법에서는 용적률을 무한정 늘려주고, 용도변경도 맘껏 할 수 있는 것처럼 비쳐지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며 “용적률 상한선이 높기는 하지만 결국 공공시설 확보나 임대아파트 건설 여부에 따라 최고 용적률 내에서 개발하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뉴타운으로 개발할 때 용적률 인센티브가 주어지기 때문에 특별법이 시행됐다고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꽁꽁 얼어버린 시장 분위기에 힘없는 서민들만 서러울 따름이다. 30년을 6구역에서 살았다는 한 주민은 “우리도 진작 지분을 쪼개 팔고 여기를 떠났어야 했는데, 지금은 팔고 싶어도 팔리지도 않고 답답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주민 역시 “이제 곧 분양을 한다는데 추가 분담금 낼 여력도 안 되고, 싸게라도 팔고 나가자니 그 동안 거래됐었던 금액이 생각나 그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공인 황호익 대표는 “이미 70~80% 가량 손바뀜된 상태”라며 “투자목적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이미 프리미엄을 붙여 다 팔고 나가고, 원주민이나 늦게 들어온 투자자들만 발만 구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공인 관계자 역시 “주민들도 거래되던 가격이 있어 평당 1,000만 원 이하로는 내놓지 않으려 하는데, 투자자들이 그 가격은 쳐다보지도 않는다”며 “실거래가 신고로 취·등록세가 대폭 늘어난데다 입주권 주택 간주 방침까지 겹쳐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이 돼 버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부동산뱅크 박선옥 기자 pso9820@neo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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