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뱅크 2009/08/20 - 조회:10310]
“많은 사람들이 돈을 다 모은 다음 내 집 마련을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그 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월급쟁이들이 돈을 모으는 속도보다 집값 오르는 속도가 더 빠르더군요”
1999년 겨울, 이현주(가명)씨는 3년 차 주부로 목동에 있는 신시가지 7단지 89㎡(27평형) 전셋집에 살고 있었다. 결혼 후 처음 구한 전셋집에서 신혼생활도 누리고, 아이도 낳으면서 행복했다.
하지만 그녀가 딱 한가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집에 대한 문제였다. 전세로 들어간 집에 화장실 배수, 방수 등에 문제로 화장실에 물이 새고, 벽에 곰팡이가 폈기 때문이다.
처음 전셋집을 구할 때 그녀가 확인을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집주인이 우선 계약을 하고 집은 먼저 들어온 세입자가 나가면 고쳐주겠다고 약속했기에, 이를 믿고 전세계약을 해버린 것이 실수였다.
먼저 살던 세입자가 나가고 잔금 치르기 전에 집주인에게 전화를 했더니 방수는 다 고쳐서 도배를 해놓은 상태고, 화장실 배수는 전 세입자 잔금이 들어오면 고쳐주겠다고 했다. 직접 집을 들어갔더니 깨끗이 도배가 끝난 상태라 모든 게 고쳐진 줄 알았다고 이현주씨는 회고한다.
그녀는 집주인 말만 믿고 잔금을 전해주고 이사를 왔다. 처음에는 사는데 큰 불편이 없었다. 하지만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이 시작되자 벽에 습기가 차고 화장실에서는 거북한 냄새가 올라왔다. 변기에 물도 샜다. 그녀는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집주인은 받지 않았다. 어쩌다 받더라도 지금 가겠다는 말만 남기고 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집에 문제는 더욱 심각해 졌다. 이현주씨는 다시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집을 고쳐달라고 이야기해도 묵묵부답이었다. 그녀가 더욱 거세게 항의하자 집주인은 계약기간이 아직 남아있으니 중개비용을 물고 나가던지 아니면 계약기간까지 살던지 알아서 하라고 했다.
신혼부부로 처음 구한 전셋집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남의 집에 세 들어 산다고 괄시하는 것 같아 서러웠고, 이런 집 조차도 구할 수 없는 현실에 화도 났다. 그러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나가는 것 밖에는 없었다. 그러나 쉽게 나갈 생각은 없었다. 이렇게 그냥 내가 나가면 나중에 들어오는 사람도 똑같은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집주인이 이 집을 고치게 하고 싶었다.
결국 계약기간이 한달 남은 1999년 겨울, 집을 내놓음과 동시에 집을 보러 온 세입자들에게 단점을 하나하나 설명해 줬다. 같이 온 중개업자들은 당황해 했다. 그러나 입소문을 타면서 집을 보러 온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었다. 결국 집을 구해야 하는 주인으로선 어쩔 수 없이 집을 고쳐줄 수 밖에 없었다.
“지금 같으면 그렇게 문제 있는 집은 수리되기 전까지 절대 안 들어가죠. 또 계약을 했더라도 계약사항에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계약서상에 적어놓고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잔금을 절대 주지 않았을 거에요”
그녀는 더 이상 전세로 살고 싶지 않았다. 짧은 2년 동안 그녀가 집 때문에 겪은 고통이 너무 컸다. 무리를 해서라도 내 집을 사서 마음 편하게 살고 싶었다. 다행히 아이도 어리고 남편도 대기업에 임원급이어서 수입이 넉넉했다.
또 내 집 마련을 더 미룰 경우 아이도 크고 여러 가지 돈 들어가는데도 많아져 집을 사기가 더 힘들어질 것으로 보였다. 결국 그녀는 전세금으로 내 집 마련을 감행하기로 결정한다.
☞ 제2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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