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강남의 아파트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가?
[부동산뱅크 2006/03/23 - 조회:9,514]
2006년 들어 아파트 가격 상승이 급등조짐을 보이더니 2,3월 이사철을 맞이하면서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무섭게 오르고 있다. 2003년 10,29대책과 8,31 대책의 세금폭탄 소용돌이 속에서도 정부가 내놓은 막강한 부동산 억제책을 비웃기나 하듯 연일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은마 아파트의 경우에 4,424가구 중에 매물로 나와 있는 아파트는 고작 2-3개에 불과할 지경이다. 아파트 평당 가격도 평당 3,000만원을 넘었다는 발표가 나온 지 몇 달 안 된 듯싶은데 벌써 평당 5,000만원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제는 32평 국민주택 규모의 일부 강남 아파트가 15억 원이 넘고 대형 아파트나 주상복합 아파트는 평당 1억 원을 준비해야 하는 단계까지 온 듯 한 느낌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아주 딴 세상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예견된 일이었기 때문이다.
전세는 또 어떤가?
서민들의 삶을 대변하는 전세나 월세 시장도 매매시장 못지않은 격전장이 되고 있다. 그동안 강남의 집값 상승은 가수요에 다른 투기에 의해 가격이 상승한다고 판단한 정부였다. 전세 또한 학군 등을 중요시하는 일부 학부모들이 가격을 왜곡시켰다고 판단한 정부였다. 따라서 종합부동산세가 실질적으로 나타나는 하반기에는 매매나 전세가격이 안정되고 지금의 현상은 일시적인 계절적 현상이라고 치부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가슴 답답한 일이다. 더욱 답답한 것은 정부가 8,31 부동산 규제책이 성공했다고 관련 공무원들을 표창까지 하는 엄청난 코미디극을 연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정부는 현재의 상황을 바라보며 향후에 불어 닥칠 아파트 폭등에 대해 진지하고 가슴 깊은 의견을 서민의 입장에서 정책대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
작년 초에 필자는 정부가 강남의 아파트값을 잡기 위해서 정부가 해서는 안 되는 8가지 정책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수요에 맞지 않는 임대주택을 지양하고 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며, 초고층 아파트 공급으로 공급의 숨통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가격 폭등의 원인만 제공하는 정책으로 일관성을 유지하여 왔으니 폭등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의 부담으로 되돌아 왔다.
그렇다면 강남의 아파트 가격은 누가 주도하고 있는가?
외환위기 이후 줄어든 공급정책과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2000년도 이후의 가계소득의 증가 등으로 인해 시중에는 부동자금이 480조 이상 떠돌아다니고 있다. 또한 소득향상을 이룩한 중산층은 환경 좋은 강남의 아파트에 눈을 돌리게 되고 급격한 규제로 인해 공급을 줄이게 되자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양질의 주거에 대한 욕구로 인하여 가격 상승의 신호탄이 이루어 진 셈이다. 더욱 좋은 학군과 편익시설과 환경권까지 골고루 갖춘 강남의 아파트는 이미 사람들 사이에서 명품이 돼버린 것이다. 이에 반해 정부는 단기적이고 소극적인 강남 집값 잡기에 나서 강남의 수요는 무시한 채 재건축위주의 억제책으로 강남의 아파트 공급을 차단함으로써 이미 명품이 된 강남 아파트는 각종 규제로 인해 공급이 막혀 정답이 없는 문제지가 돼버린 것이다. 공급정책의 일환으로 발표한 판교와 송파 신도시 개발 계획 발표는 장작불에 휘발유를 끼워 얹은 격이 되었고, 고급 수요에 맞추는 정책보다는 세금과 임대주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정부의 안이한 정책이 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강남의 유일한 공급원인 아파트 재건축을 강하게 규제함으로 강남의 명품 아파트 공급은 아예 소멸되어 버린 것이다.
1990년도 초에는 20-30% 차이밖에 나지 않던 강남•북 동일 평형 아파트 가격이 지금은 2-3배 가격차이로 급격한 변화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공급이 많은 강북을 재개발과 뉴타운을 통하여 더 많이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이상한 발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멀쩡한 서울 시내 29지역을 아파트로 활성화 시키겠다고 무더기로 뉴타운 지역을 지정하기에 이르렀고, 도시정비촉진법을 제정해 용적률을 300%까지 허용하였던 것이다. 강남은 공급이 억제되고 수요에 맞지 않은 강북과 임대의 공급 확대는 부작용을 초래하였을 뿐 아니라 치솟는 아파트 값은 더더욱 잡을 수 없는 것이다. 계층에 맞는 공급 책이 우선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강남의 아파트를 잡기 위해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인가?
강남의 아파트를 잡기 위해서는 강남지역에 무제한 공급을 늘리는 것 밖에 대안이 없다. 더욱이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정답은 재건축 규제 완화뿐이다. 불필요한 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해 준다는 것은 장기적인 공급부족해소 방안중의 가장 큰 방안이다. 또한 시기별로 재건축 실시 계획도를 공개함으로서 무분별한 기대심리에 따른 가격 폭등을 잠재워야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초고층으로의 재건축 허용은 서울의 도심 스카이라인을 변화시켜 줄 뿐 아니라, 넓어진 1층 공간을 시민의 휴식처, 산책로, 운동시설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양도세를 포함한 거래세 등의 세금을 대폭 완화 또는 한시적 감면을 해 줌으로서 강남의 아파트가 매매가 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어야 하는 가장 시급한 것들이다. 이제 강남 아파트가격도 단지별, 위치별, 브랜드별로 가격 차이가 늘어나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제는 동일한 강남의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층별, 브랜드별, 단지규모별, 환경 등에 따라 아파트 가격 심화가 돌입했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따라서 강남의 아파트 가격은 정부가 의도하는 것을 비웃듯이 가격은 끊임없이 폭등할 것임에 틀림이 없다.
이에 비해 이러한 강남의 아파트를 누가 매입하는 것일까?
그동안 정부는 강남의 아파트를 매입하는 부류들은 가수요에 의한 투기꾼들이라고 진단하여 왔다.
과연 그럴까?
필자가 상담이나 현장에서 느끼는 강남 아파트 매입자들은 2000년대 들어와 고소득층으로 변한 30-40대 고소득자들이 대부분 강남의 아파트를 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비과세 요건을 갖춘 1세대 2주택자 아파트는 동일조건의 다른 아파트에 비해 20% 정도 가격이 높게 매매된다. 양도세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정 수입이 적은 고령의 1세대 1주택자의 경우도 아파트를 내놓기가 무섭게 젊은 고소득자들이 매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30-40대 중산층들은 아파트 가격 폭등이 저축하는 것보다 몇 배 빠르기 때문에 대출을 받아서라도 인기지역 아파트를 매입한다. 소득은 높아 생활 하는데 어려움은 없지만 다른 사람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명품에 투자 한다는 것이다. 특히 향후 몇 년간 강남의 아파트 공급이 없을 것이라는 예측은 과거 5대 저밀도 단지에서 신규로 입주하는 도곡지역이나 잠실지역의 신규아파트가 가격 상승을 더욱 부채질 한 것이다. 또한 용도변경에 따른 용적률 상승은 강남의 아파트를 끌어올리는 중심적인 진원지로 볼 수 있다. 여의도 서울아파트나 잠실5단지 경우가 이에 속한 다고 볼 수 있다.
이제라도 정부는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강남의 아파트값을 잡을 수 없다는 것, 재건축을 규제한다고 해서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 희소성으로 인하여 가격은 더욱 오르게 된다는 것, 무거운 세금 폭탄은 단기적으로는 가격을 잡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가격 폭등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일찍이 깨달았으면 좋겠다. 만약 정부의 정책이 이대로 이어진다면 강남의 명품아파트의 평당 1억 원 시대는 2-3년 이내에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그때 이미 가격 폭등의 뒤안길에서 씁쓸한 서민의 한숨소리를 듣기 전에 정부는 정신 차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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