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하반기 부동산시장 전망 ③종목별 투자기상도
[부동산뱅크 2005/06/24 - 조회:12,028]
올 가을에 집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차라리 그동안 꼬불쳐 둔 종자돈으로 땅을 사 놓을까?, 아니면 요즘 그렇게 인기가 좋다는 단지내 상가를 하나 잡아 볼까?
하반기 내집마련 수요자들은 그 어느 해보다 고민이 깊을 전망이다. 막상 집을 사자니 호가위주의 급등장세가 부담스럽고, 좀더 지켜보자니 집값이 또 저만치 튀어버리지 않을까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당장 석달 앞으로 다가온 가을 이사철은 호시탐탐 집값을 올리기만을 기다려온 집주인들에게 좋은 재료가 될 것이다. 또 중대형택지의 민간분양을 폐기하고 중형임대를 짓기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는 판교 신도시분양은 강남이나 분당의 중대형 아파트 희소성을 높여 가격상승을 부채질 할 개연성이 짙다.
반면 최근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징후들은 상승세만을 점치기엔 부동산시장이 녹록지 않음을 말해준다. 당장 시중은행의 지표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물이 올 들어 줄곧 하락세를 보이다 5월 3.89%로 반등했고, 부동산시장과 정반대의 지표를 그려온 종합주가지수는 1,000포인트 시대를 열어 젖힌지 오래다. 여기에 월스트리트저널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부동산 폭등에 버블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처럼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부동산시장을 바라보는 수요자들의 마음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비가 온 날이든, 갠 날이든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짚신장사’와 ‘우산장사’를 둔 어머니 마음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아들 손에 혹은 내 손에 ‘짚신’과 ‘우산’ 중 무엇을 쥐고 나가야 하루 일을 공치지 않을까. 하반기 부동산시장의 종목별 투자 기상도를 가늠해 보았다.
아파트l 흐림-주택담보대출 한도축소 중대형아파트값 진정효과
부동산뱅크 리서치센터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하반기 아파트 입주물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12만8,000가구에 이를 전망이다. 상반기 물량까지 더하면 올 한해 전체 입주물량은 23만5,000여 가구에 이른다.
외환위기 이후 공급부족으로 전세가 폭등에 한창 시달리던 지난 2002~2003년 부랴부랴 시장에 쏟아져 나온 아파트들이 대거 입주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2006년 수도권 주택보급률은 100%시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미 지난 2002년 전국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어선 상태다.
입주물량만 놓고 본다면 하반기 주택시장은 시장불안을 접고 안정국면을 찾을 게 틀림없다. 실제로 일부 재건축 단지를 제외한 국민주택규모 중소형 아파트값은 올 들어서 보합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한 입주물량 증가 여파가 전세가 하락에 이어 중소형 아파트로 번진 양상이다.
그러나 이같은 공급량 증가에도 중대형 아파트는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신평면, 홈네트워크 등과 같은 새로운 상품에 대한 수요자들의 요구가 날로 높아져 가고, 일부 가수요가 가세하면서 기형적 호가급등이 연출되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 실시 예정인 주택담보대출한도 축소는 중대형 아파트시장에도 실수요위주의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주택을 담보로 끌어다 쓸 수 있는 은행돈이 줄어드는데 따른 구매력 감소는 ‘호가급등-거래-시세고착-호가급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놓을 전망이다. 더 이상 ‘돈 놓고 돈 먹기’식의 머니게임이 힘들어지는 것이다.
중대형 아파트 매도호가 급등을 이끌어온 가수요의 붕괴는 장기적으로 중대형 집값 상승을 무디게 하고 현재 시세를 곧바로 상투로 만들어 버릴 공산이 크다. 판교 공영개발에 따라 반사이익이 점쳐지는 강남, 분당 등 중대형 아파트도 구매력을 상실한 실수요만으로는 오름폭이 크게 제한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한다. 따라서 하반기 주택시장은 연말까지 보합국면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택구입은 신도시, 뉴타운, 기업도시 등과 같은 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강, 산, 하천, 골프장 조망과 같은 우량물건을 노려야 손해를 보지 않을 전망이다.
토지l 맑음-지방기업도시, 충청권 행정중심복합도시 주변 활황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대명제 앞에 펼쳐지고 있는 지역개발은 하반기 토지시장 강세를 예고하고 있다. 전국을 투기장화 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변함없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로드맵은 정부가 밀어주는 토지투자가 되고 있다. 지난 4월 전국에서 이뤄진 토지거래는 전년 동기대비 19.1%가 증가한 28만5,189필지로 무려 1억633만평이 거래됐다. 특히 행정중심복합도시, 기업도시 등의 주변지역에 자금이 몰리면서 농지 및 임야거래가 두드러졌다. 올 1/4분기 전년 동기대비 9.8% 증가율에 머물던 비도시지역의 농림지역 거래량은 4월 들어 무려 34.2%로 뛰어올랐다. 전,답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7%와 33.5%가 늘었다. 면적으로는 전답이 8205만평, 임야가 9,305만평이 증가한 것으로 여의도면적의 69배에 이르는 전답과 임야가 더 거래된 것이다.
지가상승률도 4월 현재 전국평균 0.525%를 기록한 가운데 비도시지역 전(0.851%), 답(0.788%)이 전국평균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등 지방 토지시장의 열기를 짐작케 했다. 지역별로는 행정중심복합도 예정지인 충남 연기군이 1.923%로 가장 높았고, 경기도 평택 1.530%, 대전 유성구 1.419%, 충남 공주시 1.386%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상반기 이같은 토지시장 활황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당장 오는 12월 충남연기, 공주 2,212만평 일대 행정중심복합도시 토지보상비 4조6,000억 원이 주변 토지시장으로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이에 따라 주변 대전, 청주, 공주, 아산, 논산, 서산, 홍성 등지로의 자금유입이 본격화 할 전망이다. 아울러 오는 6월 말 윤곽이 드러나는 기업도시도 지방 토지시장을 뜨겁게 달굴 호재로 꼽힌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심사를 거쳐 충북 충주, 충남 태안, 강원 원주, 전북 무주, 전남 무안, 경남 사천 등 8개시도 후보지중 3~4곳을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토지거래허가제, 토지투기지역 등의 규제를 피해 행정중심복합도시, 기업도시 주변 토지시장으로 자금유입 본격화 되면서 주변지역의 지가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재건축l 흐림-재건축 규제완화 가능성 희박, 강남은 강보합 이어갈 듯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판교발 집값 급등의 대안으로 강남권 공급 확대론이 솔솔 새 나올 때만 해도 강남에 ‘떡’하나는 던져줄 줄 알았다’
참여정부는 끝내 강남 재건축 조합원들의 이같은 규제완화 기대를 외면했다. 정부가 투기수요 근절이라는 기조 유지와 강북 고급주거단지 조성을 통한 공급확대로 방향을 틀어버린 것이다. 결국 이번에도 강남 재건축 단지가 집값 상승의 주범이라는 낙인을 떼는데 실패한 셈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도 재건축 단지는 겨울잠을 이어갈 전망이다. 한 때 공급확대 측면의 기여도가 커 규제완화 대상으로 거론된 강남 저층 재건축 단지 역시 용적률 규제완화에서 한발 멀어졌다.
연말 아파트지구기본계획 수립 완료를 앞둔 고밀도지구 중층단지들도 당장 재건축을 추진하기에 안전진단, 중소형평형 의무비율, 개발이익환수 등이 너무나 부담스런 형국이다. 압구정지구 등 일부 고밀도지구에서 요구하고 있는 60층 이상 초고층 재건축도 정부와 여론의 반발을 뚫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그러나 강남 재건축단지의 경우 이지역 유일한 주택 공급원이라는 미래 가치의 가격 반영으로 쉽게 아파트값이 꺽이지는 않을 전망이다. 반면 상반기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나타난 시세상승은 손쉬운 주택담보대출과 주변 재건축단지 대규모 이주라는 환경이 뒷받침 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하반기 단기차익을 노린 섣부른 재건축 투자는 화를 자초할 가능성이 크다.
재개발l 갬-'서울시뉴타운특별법' 제정 강북 재개발 지분 몸값 치솟아
판교발 집값 급등에서 촉발된 강남대체 고급주거단지 조성 요구는 강북 전성시대를 예고하고 있다.강북에 추진중인 뉴타운 사업장 2~3곳을 묶어 강남을 대체할 고급주거단지로 조성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뉴타운특별법 제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6월 21일 서울시가 건교부에 입법을 요청한 ‘서울시뉴타운특별법’은 35평형 이상 고급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하고, 특목고, 자립형 사립고 설립 등의 다양한 지원책이 담겨있다. 또 뉴타운 사업비용을 서울시와 국가가 절반씩 부담하고, 재개발 조합설립인가를 위한 주민 동의를 3분의 2이상으로 낮춰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이와 비슷한 뉴타운특별법 입법을 추진하던 건교부와 미묘한 시각차이가 있긴 하지만 뉴타운특별법을 통해 강북 도심을 활성화시키고 특급주거지로 만들자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에 따라 사업이 지지부진하던 뉴타운사업이 물꼬를 틀 전망이다.
그동안 이들 노후주택은 뉴타운 지정 바람이 불면서 사업이 초기단계인데도 지분시세가 사업 막바지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차익실현 폭이 크게 줄어든 상태였다. 그러나 ‘서울시뉴타운특별법’은 한단계 업그레이된 뉴타운을 예고함으로써 지분 시세도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개발 지분투자를 노리는 투자자라면 수익성이 낮은 분할 지분을 피하고 단독, 빌라 등과 같은 우량물건을 노려야 투자이익을 극대활 할 수 있을 전망이다.
경매l 맑음-토지거래허가구역, 주택거래 규제강화에 따른 반사이익
하반기 법원 경매시장은 상반기 열기가 그대로 재현될 전망이다. 상반기 법원 경매시장은 경매의 대중화와 토지거래허가제 및 주택거래규제 강화 등이 맞물리면서 입찰자들로 붐볐다. 여기에 최근 내수 경기침체로 개발호재지역이나 재건축 , 리모델링 등이 기대되는 우량물건이 쏟아져 나오면서 경매시장은 황금기를 맞았다.
특히 행정중심복합도시, 기업도시 주변, 접경지역의 토지 경매가 뜨거웠다. 지난 1월 73.38%에 머물던 전국 토지 낙찰가율은 3월 86.33%, 5월 88.39%까지 치솟았다. 서울 수도권의 경우 5월 토지 낙찰가율이 지난해 1월(106.8%) 이후 처음으로 101.61%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감정가를 웃도는 낙찰사례가 속출한 것은 민사소송법 토지거래 특례조항에 따라 별도의 거래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이점으로 토지 경매에 투자자들이 몰려든 탓이다.
초보 경매투자자들이 쉽게 찾는 아파트도 권리분석을 무의미하게 만들만큼 고가 낙찰이 속출했다. 재건축, 리모델링 등 호재 거리만 있는 물건이면 입찰자들이 몰리면서 감정가 이상의 고가 낙찰이 빈번했다. 하반기 경매시장도 입찰자들의 열기는 상반기와 다름없을 전망이다. 주택담보대출 한도축소는 서민 가계의 자금압박으로 이어져 경매시장에 물건을 넘쳐나게 할 가능성이 크다. 또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시행과 주택관련 규제강화는 시중 자금이 법원경매시장을 기웃거리게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최근 고강도 부동산대책을 앞두고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는 주택시장은 아파트 고가 낙찰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중대형 아파트 호가 급등에 따라 감정가 이상이라도 낙찰만 받기만 하면 차익이 보장되던 시기는 이제 지난 것이다. 반면 행정중심복합도시, 기업도시 조성 사업의 본격화와 이들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상반기 법원 경매시장의 토지 독주체제를 예고하고 있다.
상가l 흐림-소비심리 위축으로 근린, 테마상가 부진, 단지내 상가는 활황 이어갈 듯
동대문 ‘굿모닝시티’ 쇼핑물 사기분양 사건 이후 급격히 움츠려 들기 시작한 상가시장의 겨울잠이 길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내수부진에 따른 경기 침체와 소비심리 위축을 벗어날 수 없었던 탓이다. 이는 곧바로 경기에 민감한 복합테마쇼핑몰과 근린상가 공급 위축으로 이어졌다.
올 1/4분기 테마쇼핑몰 분양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16건에서 5건으로 감소했다. 점포수 기준으로는 지난해 7,204개에서 2,750건으로 61%가 급감했다. 근린상가 역시 1/4분기 분양건수가 42건에 그치면서 내수침체에 따른 상가시장의 위축을 실감케 했다.
반면 단지내 상가는 오히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분양 점포수(512개)가 16.6%정도 늘어 대조를 이뤘다. 또 상반기 용인 동백, 인천 삼산 등 주요 택지지구 단지내 상가는 입찰에 부쳐지기만 하면 감정가의 2배를 넘는 고가 낙찰이 예사였다. 경기 부진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이 리스크가 덜한 단지내 상가로 자금을 끌어 모으고 있는 것이다.
하반기 소비심리를 되살릴 만한 뚜렷한 경기호재가 없다는 데서 이같은 상가시장의 양극화 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지난 4월23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상가건물후분양제는 근린상가, 테마상가의 공급을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뱅크 길진홍 기자 tellme@neo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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