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뱅크 2010/04/14 - 조회:18714]
상가를 찾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고 가격을 더 낮출 수도 없었다. 상담을 받으러 가면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서 가격이 높은 상가를 잘 찾지 않는다는 이야기뿐이었다. 답답했다. 돈을 주고 상담을 받아도 다들 “경기가 좋을 때까지 기다려라” “가격을 낮춰라” 라는 등의 형식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사업이 갑자기 악화되면서 몸도 아프기 시작했다. 종합검진을 받기 위해 강동구 명일동에 있는 경희의료원에 갔다. 스트레스성 질환으로 온 몸이 망신창이가 됐다.
진단을 받고 나오는 길.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우연히 죽집을 들렸다.
그 곳에서 한 무리에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죽집을 소개해준 중개업자가 있는데, 이곳 상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어서 소개를 잘 해 준다는 이야기였다. 이 죽집도 그 사장이 소개해줘서 장사를 잘 하고 있다는 내용의 이야기였다.
순간 수길씨는 염치불구하고 그 사람들에게 방금 말한 중개업자가 어디 있는지 알려달라고 청했다. 이야기를 듣자마자 시킨 죽도 먹지 않고 그 사람들이 알려준 부동산을 찾았다.
수길씨는 그 사람들이 누군지 이름도 물어보지 않았다. 내가 누군지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만큼 수길씨는 다급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아 헤매이듯 온 동네를 찾아다녔다.
그들이 알려준 건 성우부동산이었다. 명일동 신동아아파트 단지 내 상가라고 들었지만 마음이 급해 잘 찾아지지 않았다. 한참을 헤매고 다닌 후에 성우부동산을 겨우 찾을 수 있었다. 신동아 단지 중간 쯤 대로변에 있었다. 찾기 쉬운 곳에 있었는데도 30분이나 넘게 걸렸다.
부동산에 들어섰다. 젊은 남자가 앉아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일하는 직원이겠거니 생각하고 사장님 계시는지부터 물었다. 젊은 남자는 멍하니 나를 쳐다보다 “제가 사장인데요.”라고 답했다.
의외이긴 했지만 그런걸 다지고 있을때가 아니었다. 도움을 청하듯 앉자마자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상가임대업에 첫발을 내딛었을 때부터 사업을 확장했던 이야기, 그리고 지금 상황까지... 그 동안 속에 쌓아두고 있었던 것 모두를 이야기했다. 다 털어놓고 나니 속이 후련한 느낌이었다.
"아 차!!"
수길씨는 자기 푸념을 쏟아내느라 서로 통성명하는 걸 잊었다. “아 미안합니다. 제 소개를 하는 걸 잊었네요. 저는 김수길이라 합니다.”
젊은 사장은 웃으며 답했다. “괜찮습니다. 저는 김택수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서로 악수를 한 후에야 조금은 미안한 감정을 덜어낼 수가 있었다.
김택수 대표는 우선 김수길씨에게 차를 내줬다. 마음을 진정하라는 의도였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결국 상일동 상가를 팔아야 모든 자금부담이 조금 나아진다는 이야기죠?”
김수길 “그렇죠. 사채업자가 근저당 설정을 해 놓고 있어서 조금 급해요. 하루하루 이자가 엄청납니다. 이러다가 제가 가진 상가 모두를 날리겠어요.”
김택수 “상가가 어디죠? 다시 말씀해주시겠어요?”
김수길 “상일동 1층 상가고요. 120평형인데 실평 60평입니다. 지금 매매가로 25억을 보고 있는데, 인근 중개업소에서는 17억 원에 내놓아도 안 팔린다도 더 싸게 내놓으라고 하네요”
김택수 “아마 그 말이 맞을 거에요.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 25억이나 되는 큰 돈을 선뜻 투자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명일동이나 상일동이 그렇게 수요가 탄탄하지도 않고요.”
김수길 “그럼 정말 더 싸게 내놓아야 하나요?”
김택수 “글쎄요…..”
3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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