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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뱅크 2010/03/16 - 조회:5998]
나는 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 남편과 함께 가게를 보러 갔다.
상가는 이면도로에 접해있지만 바로 뒤에 대형병원이 있고 먹자골목으로 비교적 유동인구가 많은 곳 1층이었다. 게다가 김 대표가 말했듯이 원래 식당 자리라 설비를 따로 할 필요가 없었고 특별한 인테리어공사도 필요없어 보였다.
최영만: “여보, 내가 김 대표랑 몇 군데 돌아다녀봤잖아. 그 중에 여기가 제일 좋은 것 같아. 싼 곳만 찾으니 보는 곳마다 너무 열악했는데 여기는 입지여건도 정말 괜찮네. 당신 음식솜씨면 손님 끌어들이는 건 문제 없겠어.”
박인자: “나도 마음에 드네요. 큰 병원이 바로 붙어있으니 오고 가는 사람들도 많을 테고 원래 식당이었던 자리라 시설비도 아낄 수 있고요. 다만 돈이 문제네요. 우리가 가진 돈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 같은데…”
김미경: “흠… 얼마 정도까지 마련할 수 있으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최영만 ∙ 박인자: “최소한 1천만 원은 준비 해야겠죠? 어떻게든 구해볼게요.”
김미경: “사실 여기는 보증금 2천만 원에 월세 1백만 원이에요. 그렇지만 제가 사장님, 사모님 사정을 잘 알고 있으니 보증금 1천만 원으로 상가주인과 상의해볼게요. 대신 월세는 110만 원으로 하고요.”
최영만 ∙ 박인자: “가능하시겠어요? 1천만 원도 큰 돈이지만 그렇게만 된다면 저희야 고마울 따름이죠.”
김미경 대표는 상가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부부의 어려운 사정을 이야기 했다. 감사하게도 상가주인은 보증금을 1천만 원으로 낮춰줬다. 하지만 우리에겐 이 역시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남편은 절뚝거리는 다리로 사방팔방 돈을 빌리러 다녔다. 며칠을 고생했지만 그가 빌려온 돈은 3백만 원뿐이었다.
박인자: “겨우 5백만 원은 만들었는데 1천만 원은 도저히...”
내 이야기를 들은 김 대표는 다시 상가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미경: “지난 번에 1천만 원으로 낮춰주신 상가 때문에 다시 전화드렸습니다.”
정현상: “네, 무슨 문제가 생겼나요?”
김미경: “문제라고 보면 문제일 수 있겠는데… 지난 번에 말씀 드렸듯이 그 분들 상황이 워낙 어려워 1천만 원도 힘드신가 보네요. 그래서 말인데 먼저 보증금 5백만 원부터 드리고 가게 열고 돈을 벌어서 6개월 정도 후에 나머지 보증금을 드리면 안될까요?”
정현상: “흠…”
김미경: “곤란한 부탁인 것은 알지만 사장님 입장에서도 상가를 계속 비워두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어 말씀 드립니다.”
정현상: “안그래도 신경은 쓰이더군요. 계속 비워두면 자리 이미지가 안좋아져서 세입자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울까 걱정은 했습니다. (결심한듯이) 그럼 그렇게 하죠! 제가 돈이 급한 상황도 아니고, 비워두는 것보단 좋겠죠. 서로 돕고 사는 세상인데 그렇게 어려우시다고 하니 도와야죠.”
이렇게 해서 우리 부부는 5백만 원에 번듯한 상가를 얻었다. 하지만 우리는 청소와 간단한 인테리어조차 할 돈이 없었기 때문에 꼬박 3일 동안 남편과 나는 가게를 닦고 또 닦았다.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손으로 해야 했다.
타고난 음식솜씨 덕분에 메뉴를 가리지 않고 식당사업이라면 자신이 있었다. 김 대표는 나의 이러한 강점을 인정했고 우리 부부의 재기 가능성을 보고 발 벗고 뛰어준 것이다. 그 인연은 가게를 얻어준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김 대표와 함께 고민한 끝에 꼼장어집을 하기로 했고 남편의 별명을 적절히 사용해 가게이름을 짖고 눈에 띄는 메뉴이름도 지었다. 김 대표는 이처럼 업종선택부터 메뉴선정까지 우리 사업의 모든 부분에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었다.
☞ 제4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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