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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뱅크 2010/03/16 - 조회:5536]
-등장인물-
박인자(여, 가명) 주인공이자 꼼장어집 사장
최영만(남, 가명) 박인자씨의 남편으로 어렸을 적 소아마비로 다리를 저는 장애인
정현상(남, 가명) 박인자∙최영만씨 가게의 임대인
김미경(여) 일산 장항동 하나로부동산 대표
제1화 희망은 쓰러진 자에게 있다
2010년 3월 봄비가 내리는 어느 날
일산의 한 식당에 박인자씨가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점심식사 손님을 한바탕 치른 후 한적한 오후
봄 같지 않게 매섭게 부는 바람과 추적추적 내리는 비 때문에 인자씨의 가게는 오랜만에 여유롭다. 인자씨는 비 오는 밖을 바라보다 문득 이 가게를 차리기 위해 발버둥치며 고생했던 지난 날들이 떠올랐다.
<박인자씨의 독백>
남편은 장애인이다. 그는 어렸을 적 소아마비를 앓아 한 쪽 다리를 전다. 결혼 전 나는 남편의 장애에도 불구하고 그의 한결같고 성실한 모습에 믿음이 갔다. 그를 평생의 동반자로 여기고 살아온지 28년. 남편은 나의 믿음과 같이 28년을 매일 한결같이 성실하게 일했다.
지금의 호수공원 근처에 상당한 대지를 보유하고 있던 남편은 나에게 결혼하는 전 날까지도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결혼 후 가족계획과 미래계획을 차곡차곡 세워가던 어느 날, 남편은 그 때서야 나에게 자신이 소유한 땅에 대해 말했다.
90년대 초반 호수공원 개발계획이 나오면서 남편이 소유하고 있던 땅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올랐고 덕분에 우리는 결혼한 지 10년도 안돼 경제적으로 남부럽지 않을 만큼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남편은 전 직장동료와 함께 사업을 시작했고 얼마 후 남편의 사업은 주저앉고 말았다.
그 후 우리 부부는 식당을 차려 재기에 성공했지만 다시 남편이 벌린 사업으로 가진 돈을 모두 탕진해 버렸다. 다시 일어나 겨우 시작한 포장마차가 자리를 잡아가는 듯 했지만 시의 도시정비계획으로 철거 당하고 말았다.
2007년 6월 중순 여름의 문턱
나에게 남은 것은 지쳐있는 남편과 시에서 우리 둘 손에 쥐어준 보상금 5백만 원 뿐이었다.
누가 인생은 60세부터라고 하지 않았나. 남편의 성실함과 자타가 공인하는 나의 음식솜씨를 밑천으로 우리 부부는 인생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먼저 부동산뱅크에 들어가서 일산 장항동 인근 중개업소를 찾기 시작했다. 장항동은 일산의 대표 상업지역으로 무수히 많은 상가가 있다. 그 근처 중개사무소라면 상가를 전문으로 할 것이다. 보유자금 5백만 원을 생각하면 숨이 막히지만 일단 우리 부부를 구해줄 중개사를 찾아야 했다. 검색 끝에 장항동 하나로부동산을 찾아 전화를 걸었다.
김미경: “네, 하나로부동산입니다.”
박인자: “네, 안녕하세요. 부동산뱅크에서 보고 전화드렸습니다. 가게를 하나 얻으려고 하는데 상가취급 하시나요?”
김미경: “네, 저희는 상가거래도 합니다.”
박인자: “아, 그러시군요. 그럼 한번 방문해도 될까요?”
김미경: “그럼요. 언제든지 방문해주세요.”
5백만 원으로 상가를 구한다고 하면 혹여 비웃지는 않을까? 다행히 수화기 넘어 들려오는 목소리가 차분하고 다정하여 왠지 모르게 마음이 조금 놓였다.
남편과 나는 그 길로 하나로부동산을 찾았다.
김미경: “어서오세요.”
박인자: “네, 안녕하세요. 오전에 상가 찾는다고 전화했었던 사람인데…”
김미경: “(환하게 웃으며) 아, 안녕하세요. 일찍 오셨네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차분한 목소리처럼 편안한 인상을 가진 김미경 대표가 우리 부부를 반겼다. 사무실은 꽤 넓고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나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박인자: “상가를 얻겠다고 찾아오긴 했는데 저희가 가진 돈이 많지 않아 말씀드리기도 민망하네요.”
김미경: “괜찮습니다. 어떤 상황이든 최대한 그에 맞는 물건을 찾아드리는 것이 제 일인걸요. 편하게 말씀하셔도 되요.”
박인자: “음식점을 하나 하려는데 5백만 원으로 가게를 얻을 수 있을까요?”
김미경: “… …”
☞ 제2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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