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뱅크 2011/08/24 - 조회:20120]
3년이 흐른 어느날, 허스름하게 옷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중개업소로 들어왔다. 아직도 그의 얼굴은 잊혀지지가 않는다.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해 보였기 때문이다. 저렇게 고민이 많은 얼굴은 나를 가끔 괴롭게 한다. 수십년동안 중개업을 해오면서 저런 얼굴을 가진 사람들은 해결해 줄 수 없는 문제를 안고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선 그를 자리에 앉힌 후 따뜻한 커피를 한잔 건냈다. 내가 먼저 말을 건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상대방이 먼저 이야기를 해주길 기다리기로 했다.
두 모금 정도 커피를 마셨을 때쯤 그가 서서히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한재호라고 합니다. 얼마 전 퇴직을 한 후에 퇴직금을 받아서 잘나간다는 회사주식을 샀다가 큰 손해를 보고 겨우 손에 쥔 돈이 2억 원 정도가 됩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다. 얼굴에 많은 후회가 엿보였다.
“지나간 일을 후회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다만, 남은 2억 원이라도 잘 굴려보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오게 됐습니다”
최근에 주식을 투자했다 망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주식시장이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지만, 모든 종목이 돈을 벌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요즘과 같은 주택 경기 불황에도 목돈을 투자하는데는 부동산으로 유입은 꾸준한 편이다. 그만큼 부동산이 안정적이기도 하고 전문적인 지식없이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호씨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혹시 2억 원으로 투자하고 싶은데, 좋은 투자처가 없을까요?”
내가 있는 곳이 수원이긴 하지만, 2억 원으로 수익형부동산을 투자하기는 쉽지가 않다. 임대수익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는 상품은 최소 4억 정도는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호씨에게 이런 상황을 설명하고 잠시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는 체념한 듯 그렇게 하라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그리 많지 않으니 빨리 연락달라고 간곡히 부탁하고 중개업소 문을 나섰다.
나는 한재호씨가 간 뒤에 물건장부를 뒤척이며 2억 원으로 투자할만 곳을 찾아봤다. 그러다 문득 3년 전 세입자들이 경매에 넘어가기 전에 매입한 원룸주택이 떠올랐다.
제3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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