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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방 한 칸이라도 내 집이 있어야 한다

[부동산뱅크 2009/12/12 - 조회:3751]

김용직씨는 마음이 타 들어갔다. 시간은 점점 다가오는데 마음에 드는 집을 못 찾았기 때문이다. 그런 용직씨를 안쓰럽게 본 주인집 아주머니가 하루는 명함 한 장을 건네줬다. 부동산중개업소 전화번호였다. 자기가 잘 아는 중개업잔데 이곳에 가서 의뢰를 해보라고 한 것이다.

급한 마음에 바로 전화를 했다. 주인집 아주머니에게 소개를 받았다고 이야기를 한 후 현재 상태와 어떤 집을 구하고 싶은지 말했다. 너무 급하게 말했는지 수화기 넘어서는 한동안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20초쯤 지났을까, 중개업자는 우선 자기 소개를 했다. 한영숙이라고 하고 한번 만나자는 것이었다. 이렇게 전화로 상담하기에는 잘 못 알아듣기도 하고 상황 파악도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미용실 문닫고 저녁 9시쯤 봐도 되겠냐고 묻자. 흔쾌히 수락했다.

바로 약속시간을 잡고 오늘 만나자고 했다. 원래는 10시까지 일을 하지만 자기 때문에 너무 기다려야 하는 것이 미안한 마음이 들어 7시에 보자고 했다. 미용실을 조금 일찍 문닫기로 했다.

오후가 되고……

일을 일찍 마치고 미아삼거리역에 있는 한영숙 부동산뱅크 공인을 찾았다. 간판이 마음에 들었다. 김용직씨 자신도 자기 이름을 건 미용실을 하는데, 이 중개업소도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것을 보고 일이 잘 풀릴 것 같다는 느낌과 함께 왠지 모를 동질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작은 중개업소 사무실에 후덕해 보이는 인상의 아주머니가 앉아 있었다. 자기 나이 또래인 듯해 마음도 편했다. 가볍게 인사를 건낸 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자기가 10년 동안 고생한 이야기, 결혼을 하고 싶었지만 고아란 이유로 남자 집안 반대로 혼자 살게 된 이야기, 자기이름을 건 미용실을 낸 이야기, 주인집 아줌마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또 자기 친구들 이야기 그리고 지금 전셋집을 구하려는데 지금 가진 자본으론 턱없이 부족하단 이야기 등 속에 있는 이야기를 다 풀어냈다.

속이 조금 후련해 졌다. 그 동안 전셋집을 구하러 다니느라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모든 이야기를 풀고 나니 한결 가벼워졌다. 그리고 눈물이 났다. 인생의 고달픔, 서러움 뭐 이런저런 것들이 속에서 올라왔다.

한 참 동안 이야기에 맞장구 쳐주던 한영숙 대표가 휴지를 건냈다. 한동안 둘의 침묵이 흘렀다. 어느 정도 김용직씨의 마음이 진정되자 한대표가 말을 먼저 꺼냈다. 우선 자금사정이 얼마인지 어떤 집을 구하고 싶은지 말해달고 했다.

마음이 진정된 용직씨는 현재 5천만 원 정도가 있고, 방 두 개짜리 전셋집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도로변에 있고, 너무 허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 참 동안 이야기를 듣던 한대표는 집을 사자고 말했다.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린인가. 5천만에 전셋집도 구하기가 어려운데, 집을 사라니, 장난을 치는 것도 아니고 너무 황당했다.

한대표는 “방 한칸이라고 자기집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커요. 특히 용직씨는 지금 나이도 있는데, 언제까지 전세살이를 할 건가요? 눈높이를 조금 낮춰보세요. 허름한 집이라도 내 집이면 고쳐서 좋은 집으로 만들면 되잖아요”

“그리고 노후도 생각해야죠. 나이 들어서 전셋집 옮겨다니는 것도 문제가 있잖아요. 안정적인 집이 지금 용직씨에겐 필요해요. 혼자 살면 어디에 있어도 무섭고 두렵습니다. 불안하면 문에 잠금장치나 방범창도 잘해 놓으면 되고, 그리고도 무서우면 결혼을 하세요.”

그렇게 다정하던 사람이 순간 냉정해 보였다. 그리고 한대표가 하는 말을 다 알아 듣겠지만 현실적 내가 가진 자금으로 집을 구할 수 있을까? 전세집도 구하기가 힘든데, 집을 사는 건 더더욱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했다. 

 ☞ 제3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