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동작구 상도4동 좁고 불안한 골목을 골목공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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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동작구 상도4동 좁고 불안한 골목을 골목공원으로

[연합뉴스 2016/11/29 - 조회:1496]

골목계단 영화제로 공동체 회복·골목시장 정비로 마을에 활력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미로처럼 얽힌 좁은 골목. 낡은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늘어선 풍경. 동작구 상도4동 모습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1980년대 코흘리개 친구들과 이 동네 골목을 누볐다는 정형빈(35)씨도 여전히 이곳에 산다. 그에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지금은 24개월 된 딸의 고사리손을 잡고 같은 골목을 오간다는 것뿐이다.

세월의 흐름을 비켜간 것 같은 이 마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지난해 서울시가 본격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면서부터다.

◇ 터줏대감·아이들 마을…문제는 골목 = 좁은 골목, 높은 구릉, 낡은 주택으로 대표되는 전형적인 서민 저층 주거지 상도4동에는 형빈씨 같은 '터줏대감'이 많이 산다.

3만명에 가까운 주민 가운데 10년 이상 장기거주자가 70%다. 서울시 평균(29%)보다 2.4배나 많은 숫자다.

그만큼 마을 사정을 잘 알고 마을 일에 애정을 갖고 참여하는 주민도 많다. 현재 복지, 문화, 교육, 청년 등 분야 28개 마을공동체가 자생적으로 활동한다.

바쁜 직장생활을 하는 주민 참여는 저조하지만, 어르신, 주부 등이 활발히 참여한다. 지역 문제 해소와 변화에 대한 욕구가 많고, 그만큼의 역량도 가지고 있어 바쁜 일상에서도 주민 참여가 활발한 편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거비 탓에 형빈씨 같은 젊은 부부의 유입도 늘어나고 있다. 동네에 아이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아 사람 사는 마을 같은 이유다.

상도4동의 14세 이하 어린이 인구는 서울시 평균(1㎢당 4천43명)보다 1.7배나 많다. 0∼9세 아동 인구만 따지면 서울시 평균의 2배에 가까울 정도다.

아이 키우는 부모 입장에선 잘 정비 되지 않은 마을 환경에 신경이 쓰인다.

좁은 골목을 화물차나 오토바이가 쌩쌩 달릴 때면 젊은 엄마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실제 이 마을은 교통사고가 빈발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동작구에서 어린이 교통사고가 가장 많은 동이다.

어린이집도 많아졌지만, 막상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공간은 부족한 현실이다.

골목시장은 넉넉한 인심과 왁자지껄 활기찬 분위기를 자랑한다. 성대시장, 도깨비시장은 낡고 오래됐지만, 사람들을 모아내는 마을 중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30년 가까이 한 곳에서 찐빵을 찌고 팥죽을 끓여내는 '안흥찐빵'을 비롯해 떡볶이집, 돈가스집 등 단골식당이 많다. 이제는 주름이 깊어진 손으로 구두를 능숙하게 고치는 '신발 예술의 집' 등 동네 사람이라면 모두가 아는 가게도 수두룩하다.

주민들은 개발이 정체된 마을을 전면 철거하고 아파트 단지로 만들기보다 함께 어울려 사는 동네로 만들기로 하고 서울시가 추진하는 도시재생 시범사업에 지원, 2014년 12월 선정됐다.

◇ "골목을 공원으로" 정면돌파 = 작년 4월 마을 한복판에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설치되면서 마을 재생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주민 설문 결과 키워드로 떠오른 것은 '골목'이었다.

불안한 골목을 아예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정면돌파' 제안이 채택됐다.

골목에 차량방지턱을 설치하고, 차량이 속도 내기 어려운 재질로 바닥을 재포장하고, 차량이 진입하면 경고음이 울리는 시스템을 적용해 안전한 골목을 만들자는 것이다.

여기에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우는 아이템 등을 도입해 골목을 어린이들이 뛰노는 '골목공원'으로 만들기로 했다.

주민들은 일단 올해 어린이집 한두 곳 골목에 '골목공원' 시범사업을 하고, 장단점을 분석해 2018년까지 마을 5곳에 확대할 계획이다.

치안이 불안했던 골목엔 폐쇄회로(CC)TV, 가로등, 야간조명, 미니소방서 등을 설치하고 옹벽 보강 등 정비에도 나선다. 범죄예방디자인(CPTED)을 적용해 전체적인 마을 분위기 자체를 밝게 만든다.

등하굣길로만 이용되던 가파른 골목계단을 활용한 '골목계단 영화제' 공모사업도 히트했다.

올해 8∼10월 3차례 연 영화제에서는 애니메이션을 상영했다.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었을 뿐 아니라 함께 나온 어른들이 인사하고 교류하는 자리가 돼 공동체 회복의 전환점이 됐다.

공동체 활동의 중심이 될 앵커시설 건립도 추진한다. 좁은 어린이집을 나와 학예회를 할 수 있는 영유아 공연장, 놀이방, 주민 사랑방, 문화마당 등을 설치하고, 청년주택을 넣어 수익사업도 진행한다.

마을의 문화자산인 양녕대군 묘역 개방을 추진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시설관리, 문화해설 등 어르신 일자리 창출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마을 남쪽에 솟은 국사봉의 산책로·접근로를 정비해 양녕대군 묘역에서 이어지는 역사 테마 둘레길로 연계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골목시장 간판개선과 빈점포를 시장안내소로 단장해 주민 거점공간으로 운영하는 사업과 자투리·옥상 텃밭 조성, 에너지절감을 위한 집수리 등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이런 계획은 주민 136명이 참여한 주민협의체에서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마련했다. 최종 사업계획은 23일 열린 총회에서 결정, 서울시에 상정했다.

류중석 상도4동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29일 "각자 이해관계가 다르지만, 주민 간에 정이 넘쳐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바탕 위에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연내 최종안 승인을 받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