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밥상으로 공동체 회복 시동 건 암사1동

헤드라인 뉴스

<도시재생> 밥상으로 공동체 회복 시동 건 암사1동

[연합뉴스 2016/12/01 - 조회:1599]

선사유적·역사공원 방문객 전통시장으로 유인…"경제 살린다"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한때 가죽산업의 '메카'로 불린 강동구 암사동. 노련한 솜씨로 가죽가방과 구두를 다루는 장인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어 손님들로 거리는 늘 분주하고 활기찼다.

그러나 가죽산업 쇠퇴로 10여 년 전부터 장인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나기 시작하면서 암사동 골목은 점차 활기를 잃었다.

건물 등 시설 노후화까지 더해지면서 이 지역은 발전을 멈추고 정체 상태에 머물렀다. 이런 침체된 분위기를 깨고, 마을을 변화시키기 위해 암사1동은 서울시 도시재생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인구·산업 모두 쪼그라든 마을 = 오밀조밀 주택이 빼곡히 들어찬 골목은 왁자지껄 소란한 거리였다.

암사동은 1970∼1990년대 가죽산업 중심지로 번성했다. 가죽 장인과 소규모 공장이 몰려왔고 동네는 활기차게 북적댔다.

1990∼2000년대 시작된 가죽산업 침체에도 근근이 버티던 장인들은 임대료 상승과 구인난, 열악한 생산 여건에 더는 버티지 못하고 짐을 쌌고, 암사동 거리도 썰렁해졌다.

강동구 통계를 보면 암사동에 있는 도시산업 사업체는 2012년에 10년 전과 비교해 4.7% 감소했다.

암사동 전체 인구도 2008년 4만명에 육박하던 것이 6년 후에는 5.1% 줄었다.

암사동은 외로운 동네다.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1인 가구) 비율이 36.4%로 인구 구성비율 중 가장 높다.

고령 인구는 2012∼2014년 사이 11% 급증해 고령화 속도도 빠르다.

암사1동 인구이동률은 서울과 강동구 평균(16%)을 웃도는 19.7%다.

이 동네에 터를 잡고 수십 년을 산 어르신도 적지 않지만, 전세 계약 기간이 꽉 차면 미련없이 떠나는 젊은 사람도 많다.

최근 신축 빌라가 많이 들어서면서 젊은 인구 유입이 늘었다. 주로 주거비 부담이 적은 동네를 찾아 보금자리를 튼 신혼부부 등도 많다.

젊은 부부가 늘어나면서 영유아 인구도 함께 증가했다.

암사1동에 명일초등학교 말고는 학교가 없는 탓에 아이가 취학 연령이 되면 학군을 찾아 동네를 떠나는 사람도 있다는 게 주민들 얘기다.

건축물 중에는 단독주택 비율이 64%로 압도적으로 많다. 건축물 가운데 20년 이상 된 노후 건물은 72.9%에 달해 정비가 필요하다.

◇ '식사는 하고 다니시나요?'…안부인사가 마을사업으로 = 지난해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한 암사1동에서 가장 눈에 띄는 마을공동체 프로젝트는 '공유부엌'이다.

어르신·청년층 등 '혼밥족'이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엄마들이 먼저 나섰고, 곧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지역 청년들이 모여 함께 요리하고 밥을 차려먹는 '청년식탁'을 비롯해 홀몸노인 등 취약계층 반찬을 나누는 '나눔식탁', 도시락을 만들어 판매하는 '희망나눔 도시락'이 활발하다.

청년식탁에 참가한 청년들은 처음엔 어색했지만, 함께 요리하고 밥상을 공유하면서 정이 깊어지고 관심사도 나눌 수 있다며 만족해했다.

특히 청년식탁은 경로당 부엌을 빌려 전을 부치고 떡볶이를 만들며 어르신들과도 함께 식사했다.

어르신들은 청년들이 찾아준 것 자체가 고맙다고 했고, 청년들도 친할머니·할아버지 생각이 나 즐겁고 보람이 있었다는 반응이다.

희망나눔 도시락은 로컬푸드를 재료로 도시락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이다.

도시락 사업이 순항하자 6월 '희망도시락 협동조합'을 설립해 10월까지 도시락 3천7개 등을 팔아 1천7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로컬푸드를 재료로 믿을 수 있는 먹거리 공급, 지역사회 일자리 창출, 도시재생사업의 지속가능한 수익모델 창출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육아를 품앗이하는 모임도 생겨났다.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이 만든 육아모임 '용꿈두리'는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돌봄을 받으며 다른 사람과 긍정적이고 열린 관계를 맺도록 돕는 모임이다.

공유부엌 등 주민참여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사업들이 활성화계획으로 추진되고 있다.

활성화계획에는 관광과 지역 경제를 연계한 사업도 추진된다.

암사1동에서 200∼500ｍ 떨어진 '서울 암사동 유적'과 '암사 역사생태공원'을 잇는 거리를 선사 이야기 길로 조성한다.

연간 14만명이 찾는 유적지에서 암사시장으로 이어지는 거리를 역사 이야기가 있는 거리로 꾸며 자연스럽게 관광객이 시장으로 유입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암사시장에도 음식 특화거리 조성, 시설 개보수 등 지원을 하고 청년 야시장을 운영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마을공동체를 위한 앵커시설 건립과 집수리상담소 운영, 도시 텃밭 가꾸기, 안전한 골목 만들기 등 사업도 진행한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활성화계획안은 지난달 서울시에 제출돼 심의만 남겨두고 있다.

암사 재생사업을 총괄하는 이명훈 한양대 교수는 1일 "암사동이 재생사업을 통해 상생을 실천하는 공동체 마을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