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처럼 일했는데 벼락거지" 올해는 무주택 신세 면할까[이슈 컷]
[연합뉴스 2021/01/04 - 조회:3555]
(서울=연합뉴스) "서러운 벼락 거지 무주택자입니다."
30대 직장인 A씨는 결혼 후 현재까지 무주택자로 살고 있습니다.
집값이 안정될 것이란 믿음으로 집을 사지 않고 기다린 사람 중 한 명이었는데요.
그러나 몇 년 새 급등한 집값에 낭패를 봤습니다.
A씨는 "이전에 살던 신혼집은 6억 원, 지금 사는 아파트 전셋값은 4억 원이 올랐다"며 "맞벌이지만 아무리 벌어도 소득으론 집값을 따라갈 수가 없다"고 토로했는데요.
최근 회원수 100만 명이 넘는 한 부동산 커뮤니티엔 '벼락 거지'란 말이 빈번히 등장합니다.
집값 안정을 기다렸거나, 3~4년 전 생업 등을 이유로 집을 판 무주택자들의 하소연이 이어집니다.
일찍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지 않은 자책, 정신을 차려보니 대출 규제로 '전세 난민' 신세가 됐다는 박탈감이 뒤섞였습니다.
"3년 전 아파트 4억 원에 팔고 벼락 거지가 됐습니다."
"청약 노리다가 이젠 사야겠다고 마음 바꿨는데 갈 곳이 없네요."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을 일컫는 벼락부자. 이와 반대로 '벼락 거지'는 갑자기 상승한 집값에 상대적으로 거지 신세가 된 무주택자를 뜻하는 신조어입니다.
지난해 '벼락 거지', '이생집망'(이번 생에 집 사기는 망했다), '청포족'(청약포기족), '부동산 블루'(부동산 우울증), '렌트 푸어'(전셋값이 올라 소득의 대부분을 지출하는 사람들) 등 부동산 신조어가 끊임없이 탄생했습니다.
치솟는 집값에 코로나19 상황까지 겹치며 국민의 불안 심리가 반영된 말들이 유행한 건데요.
지난달 조정대상지역 확대 방안을 포함해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부동산 대책만 25번.
그러나 규제와 풍선효과가 반복하며 서울과 수도권을 넘어 집값 상승세가 나타나 부동산 시장은 줄곧 불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11월까지 4.42% 상승해 2011년 6.14%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죠.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도 6.15%를 기록했는데요.
이런 상황에도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들은 늘어났습니다.
한국은행은 2020년 12월 주택가격전망지수가 132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지수가 100보다 커질수록 1년 후 주택가격이 상승하리라 전망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죠. 이 또한 201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지속적인 상승세에 대해 "저금리 상황과 풍부한 유동성, 공급 부족에 따른 현상"이라며 "일정 부분 공급이 이뤄져야 하는데 정부가 규제 위주 정책을 펴다 보니 수요가 초과해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안정적인 주거에 대한 불안감은 젊은 세대까지 퍼졌는데요.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자 '월급 저축해봤자', '집은 오늘이 가장 싸다'란 심리가 확산해 '영끌', '빚투', '패닉바잉' 등의 신조어를 만들어냈습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집값이 너무 많이 오르고 전세난도 심화하니 무주택 서민, 특히 결혼으로 내 집 마련이 필요한 젊은층이 렌트 푸어가 됐다는 절망감, 실망감을 갖게 됐다. 이런 심리가 한꺼번에 분출되며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2030층 가계 대출은 전·월세 및 주택 매입 수요 증가, 주식 투자 확대 등으로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안전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말 기준 청년층 가계대출은 전년동기 대비 8.5%(32조2천억 원) 늘어난 409조3천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문제는 신축년 새해에도 당장 집값이 안정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우울한 전망입니다.
고종완 원장은 "집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고 올해 수도권 입주 물량이 거의 반 토막 나 전세대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며 "또 2021년은 부동산 경제 사이클이나 버블 이론에서 고점이나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 집을 사기에도, 안 사기에도 불안한 진퇴양난 시기다. 돌파구를 찾는다면 신규 청약 시장과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노리는 방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올해 시행될 종부세·양도세 인상 등 정부 규제책이 어느 정도 시장에서 작동할지도 관심사입니다.
서진형 학회장은 "(세금 중과를 통한) 매수 억제, 보유 억제, 양도 억제 정책들 때문에 일반 수요자들이 부동산을 매수하기도, 양도하기도 힘들다"며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 이어질 수 있지만 하반기 정도면 어느 정도 안정 기조를 유지하지 않을까"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은정 기자 한명현 인턴기자 박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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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1/01/02 08: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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