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포털에서 거래포털로!

봄이사철 앞두고 집값도 '호시절'

[부동산뱅크 2008/02/22 - 조회:16849]

겨울내 얼어붙었던 천지만물의 생명이 약동한다는 계절, 봄. 그 봄을 알리는 3월이 왔다. 아직 봄이라기에는 바람이 차지만 벌써부터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많은 사람들이 3월만 되면 집값도 스프링(spring)과 같이 뛰어 오를거라고 기대를 한다. 여기에 이맘때면 늘 등장하는 ‘봄이사철’이란 말도 집값 상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생명이 있을리 만무한 부동산시장에도 활기찬 봄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다. 시장을 움직이는 주체가 ‘사람’인지라 날이 추우면 웅크렸다 따뜻해지면 몸을 푸는 모습 그대로를 닮은 것이다. 특히 예비부부들이 결혼 날짜를 잡는 것 이상으로 택일에 민감한 분양시장은 3월만 기다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2월은 설 연휴가 끼어 있어 집중을 받을 수 없는데다 매서운 추위로 사람들의 활동성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실제 올 1월과 2월 분양을 마친 아파트는 전국을 기준으로 각각 1만 8,090가구, 2만 9,608가구로 조사됐다. 이에 반해 3월 공급을 앞두고 있는 아파트는 4만 5,732가구로 잠정 집계됐다.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 하나 바꼈을 뿐인데 1월에 비해서는 2배를 웃도는, 2월에 비해서는 2배를 밑도는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3월 전국 아파트값 19년간 14번 올라 이렇듯 대폭 늘어난 분양물량은 고요하던 주택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분양가자율화 시절, 통상적으로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는 인근 아파트 시세보다 높게 책정됐는데, 이 과정에서 기존 아파트의 가격이 비싼 분양가를 따라 동반 상승하는 형국을 보이는 탓이다. 여기에 봄철이면 늘어나는 신혼부부 수요에, 봄이사철이라는 용어까지 가세함으로써 봄이 되면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사람들의 기대심리도 비로소 싹트게 된다. 꿈은 이뤄진다고 했던가? 이 같은 사람들의 바람은 매매가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부동산뱅크가 아파트 매매가를 조사하기 시작한 지난 1998년 10월 이후 전국 아파트의 3월 평균3.3㎡당 가격은 1993년, 1995년, 1998년, 1999년, 2003년을 제외하고 매년 상승세를 나타낸 것. 이 중 외환위기로 미증유의 재난을 당했던 1998~1999년을 뺀다면 순수하게 3월 집값이 뒷걸음질친 경우는 3차례에 불과한 셈이다.

아파트시장의 리더격인 서울 지역 결과 역시 고무적이다. 1993년, 1995년, 1998년, 2003년 등 4차례에 걸쳐 전국 시장과 함께 3월 아파트값 하락을 경험했지만, IMF의 망령이 채 가시기도 전인 1999년 3월에는 전달 대비 0.31% 소폭 상승했다. 특히 88서울올림픽 특수와 3저(저유가, 저금리, 저달러)호황이 이어졌던 89년 3월에는 전달 303만 원이던 3.3㎡당 매매가가 한달새 337만 원으로 11.22%나 뛰어 올랐다. 계약일, 이사일 달라 집값 상승일 착시 가격뿐 아니라 거래건수도 3월 들어 증가 양상을 띠고 있다. 한국토지공사 아파트거래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6년 전국 아파트 거래건수는 1월 6만 6,335건, 2월 8만 6,533건에 불과하던 것이 3월에는 10만 7,286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또 1.11대책, 1.31대책이 연이어 발표되며 부동산시장이 극도로 침체된 2007년에도 2월 6만 933건에서 3월 6만 9,848건으로 8,800여 건이 증가했다.

그런데 여기서 짚어볼 문제가 있다. 바로 거래건수 조사일의 기준이다. 한국토지공사 아파트거래량 조사 담당자에 의하면 거래건수는 실거래가 신고 처리일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주택거래신고지역에서는 계약 후 15일, 그 외 지역에서는 60일이 실거래가 신고 의무기간임을 감안할 때 3월 거래량으로 집계된 것들은 실제로는 2월이나 이르면 1월에 계약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봄이사철이라는 말에 맞춰 3월에 이사를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보통 계약서 작성 후 1~2개월 뒤 입주하는 관례에 비춰본다면 계약서는 2월을 중심으로 작성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2월과 3월의 전국 아파트값 변동률을 살펴본 결과, 지난 19년간 3월에 비해 2월 아파트값 상승률이 두드러진 해는 1990년, 1993년, 1995~2000년, 2003년, 2004년, 20 07년 등 모두 11차례에 이르렀다. 수요가 늘어나고 계약이 빈번한 2월이 이사 행렬이 이어지는 3월보다 집값에는 미친 영향은 더 큰 까닭이다. 이와 관련 일선의 중개업자들은 “이사는 날이 풀리는 3월에 많이 다니지만 계약은 그보다 앞선 1~2월에 주로 이뤄진다”며 “잔금을 이삿날과 같은 3월에 받다 보니 집주인 입장에서는 3월에 집값이 오른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되지만 실제 집값은 2월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3월 이사 대란은 있되 집값 대란은 그보다 빠른 2월에 발생하는 셈이다. <부동산뱅크 박선옥 기자 pso9820@neonet.co.kr>

< Copyright ⓒ부동산뱅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