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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상가임대차보호법의 함정

[부동산뱅크 2007/02/28 - 조회:7110]

2002년 11월 1일 이후 체결된 상가건물(상가점포)의 임대차계약 중 환산보증금(월임대료 x 100+임대보증금)이 일정액(서울시의 경우 2억4천만 원임) 이하인 경우에는 민법에 우선하여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된다는 사실은 이미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과거 영세상인들의 생계를 위협했던 민법상의 허점에 대해 영세 임차인 보호를 목적으로 각종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세상에 완벽한 법이 과연 존재할 수 있던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악용하는 임차인들 또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여기서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임대인의 관점에서 다시 한번 살펴보려 한다.



얼마 전 한 고객이 임차인으로 인해 상담을 해온 적이 있었다. 신림동에서 5층 상가건물을 임대하던 고객은 1층 상가 80평을 슈퍼마켓용도로 보증금 2천만 원, 월 임대료 2백만 원에 3년간 계약을 하였다고 했다. 원래는 월 임대료 2백3십만 원을 받으려 했으나 임차인이 눈물로 사정해서 할인을 해 주었다고 했다. 2층에서 5층까지 병원 및 의원이 오래 전부터 영업 중이었던 건물이었다. 계약 후 8개월이 지난 지금 슈퍼마켓은 6개월 째 연체 중이었고, 설상가상으로 1층 현관 쪽 입구에 인접한 점포입구 앞 공터에서 생선을 다듬어 팔기 시작했다.



현관 앞으로 생선핏물이 흐르기 시작했고 미관상 그리고 위생상의 이유로 항의를 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위층의 병원과 의원들은 건물주에게 계속 항의해 왔고 결국은 병원 상우회에서 재계약 거절통보를 하기에 이른 것 것이었다. 고객은 슈퍼마켓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려 했으나 현재 취할 수 있는 법적 해결책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민법이 적용되는 임대차에 있어서는 연체금액이 2개월 분에 달하는 경우에는 임대인이 계약을 중도 해지할 수 있다. 그러나 위 사례에서와 같이 환산보증금이 2억4천만 원 이하인 상가임대차의 경우에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먼저 적용이 되며, 이 경우 민법상 중도해지사유조항이 임대인의 계약갱신요구 거절사유로 다시 정의되어 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는 임대인의 계약갱신요구 거절사유로 다음의 8가지를 나열하고 있다.



1. 3기의 차임 액에 달하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

2. 임차인이 거짓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한 경우

3. 쌍방 합의 하에 임차인에게 상당한 보상을 제공한 경우

4. 임대인 동의 없이 전대한 경우

5. 임차인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건물을 파손한 경우

6. 건물이 임대차의 목적을 달성 못 할 정도로 멸실된 경우

7. 임대인이 철거나 재건축을 하는 경우

8. 임차인이 현저히 의무를 위반한 경우



다시 말해 위 8가지 사유 중 하나가 있지 않는 이상 5년간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위 사례에서 고객은 계약기간 3년이 지나기 전에 중도해지가 불가능하며 3년 계약기간 후에야 계약갱신 거절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듣고 아연해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임차인을 배려하는 마음에 월 임대료를 깎아준 것이 그렇게 억울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계약갱신요구 거절사유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임차인이 현저히 의무를 위반한 경우(물론 이를 증명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에도, 임차인이 고의로 건물을 파손한 경우에도, 그리고 임대인의 동의 없이 전대한 경우에도 임대인은 오직 계약이 만료되었을 때에야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을 뿐이다. 만일 임차인이 2개월 분만 계속 연체하는 등, 위 8가지 사유들만 적절히 피할 수 있다면, 어떠한 이기적인 행동을 하더라도 5년간 합법적으로 임대차를 유지할 수 있으며 임대인이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는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이와 같이 법에 기대기 어려운 상황에도 얼마든지 협상은 가능하다. 가령, 사업양수도를 허용해 주어서 권리금회수를 할 수 있게 해 준다고 회유를 할 수도 있고, 주차장/간판 등과 같은 공용부분의 이용을 엄격히 제한하는 채찍을 던질 수도 있다. 영업정지 가처분신청 및 계속된 독촉을 통해 점차적으로 협상포지션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협상력은 민법이 적용되는 임대차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보다 체계적인 임대차 관리가 필수일 수 밖에 없다. 임차인의 업종상 우려되는 특정행위 시 위약금 부과 조항을 계약서에 명시하거나, 임차보증금 비율을 높이는 것, 계약기간을 짧게 정하는 것도 하나의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계약을 하는 이유는 서로 분쟁이 될만한 것들을 미리 합의해 놓기 위함이 아니던가? 이미 5년 전에 시행된 법을 악용하는 임차인만을 탓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임대차 관리를 해 나가 야 바른 임대인의 자세 아닐까?





<김유석 렘스자산관리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