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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방] 성남 은행2동 주민들 ＂내 재산 돌리도＂

[부동산뱅크 2008/09/17 - 조회:22619]

경기도 성남시가 ‘2010 구도심 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은행2동 일대 정비사업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성남시가 이주대책 기준일을 ‘시·도지사가 지정하는 정비구역 지정고시일’이 아닌 ‘정비계획(안) 공람공고일’로 앞당기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피해가 예상되는 은행2구역 2,000여명의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민국 부동산표준 부동산뱅크에서는 이주대책 기준일로 인해 시와 주민 간 마찰을 빚고 있는 은행2구역 현장을 다녀왔다.

지난 2006년 11월 성남시는 ‘2010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통해 성남 수정구와 중원구 일대 구시가지 303만㎡ 26개 구역을 2010년까지 3단계로 나눠 개발하겠다는 기본계획(안)을 고시했다. 이 계획안은 그 동안 개발 소외 지역이었던 성남 구도심을 ‘분당 위에 천당’으로 만들겠다는 성남시의 야심찬 프로젝트다. 

하지만 성남 구도심 개발은 시작부터 위기에 봉착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곳은 1단계 개발지역인 은행2구역. 이곳은 중원구 은행2동 1,342번지 일원으로 18만 2,000여㎡를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추진한다. 이를 위해 성남시는 은행2구역을 지난 2006년 3월 20일 정비계획 공람공고를 실시했고, 2007년 10월 29일에는 정비구역으로 지정 고시했다. 

은행2구역의 개발 사업은 현지개량방식으로 진행된다. 현지개량방식이란 해당 지자체가 구역 내 일부 지분을 매입해 도로와 주차장, 공원 등의 기반시설을 만들어 주고, 나머지 주택들에 대해서는 소유자들에게 주택재정비 사업을 맡기는 것을 말한다. 개발과정에서 도로, 주차장 등에 포함된 철거대상 주민들은 이주대책용 아파트 입주권 등을 공급받게 된다.

이때 아파트 입주권은 이주대책 기준일 전까지 살고 있는 무주택 주민들에게만 주어진다. 이주대책 기준일은 해당 지자체에서 ‘시·도지사가 지정한 정비구역 고시일’이나 ‘정비계획(안) 공람공람일’ 중 하나를 선택해 고시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성남시가 철거대상 이주민들이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일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이에 은행2구역은 공람공고 후에도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매매가 성행했고, 원주민의 70% 이상 손바뀜이 일어났다.

하지만 성남시가 공람공고 전부터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만 아파트 입주권을 주는 쪽으로 이주대책 기준일을 정한다는 입소문이 돌자 공람공고 후 매입한 대다수의 주민들이 거세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철거민 주민대책위원회(이하 주민대책위)는 성남시가 지난 2006년쯤부터 이주대책 기준일을 도지사가 정하는 정비구역 지정고시일(2007년 10월29일로 확정)로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한다. 주민대책위 관계자는 “지난 2006년 시장이 시의회에서 이주대책 물량이 3,000가구 가량 확보돼 있어 주거환경정비구역 내 이주 대상자들의 이주대책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힌 근거 자료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은행2구역의 이주대상자는 3,087가구다. 만약 이주대책 기준일을 공람공고일로 정할 경우 현 이주대상자 3,087가구 가운데 600가구 만이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고, 나머지 2,400가구는 거리로 나앉게 된다.

주민대책위 언론당당자는 “은행2구역은 개인 지분이 작은데다 건물들도 낡아 보상비가 많아봐야 시세에 70% 수준도 안된다”면서 “대출금을 갚고 나면 남은 돈으로 전세 얻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성남시가 확보한 이주대책용 아파트는 도촌, 여수지구 등에 있는 1,465가구뿐이다. 성남 구시가지에서 추진 중인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중원1구역, 은행1·2구역 등 총 3개 구역인 것을 감안하면, 시가 확보한 아파트 물량은 터무니 없이 부족한 것이다.

하지만 성남시에서는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성남시청 주거환경과 관계자는 “주민들 주장처럼 기준일과 이주물량에 대해 정해진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며 “타 지역의 사례, 법적인 조항, 주민들의 의견 등 여러 가지 사항들을 고려해 기준일을 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현지 부동산업계에서는 명백한 시의 행정착오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보통 개발계획 발표 후에는 투기세력을 막기 위해 이주대책 기준일을 미리 명시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성남시는 기준일을 제대로 공시하지 못해 공람공고 후 투기행위가 성행했다는 것이다. 또 지난 지방선거에서 표심을 잡기 위해 철저한 준비 없이 개발계획 발표만 한 것도 은행2구역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게 된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은행2구역에 남은 주민들은 대부분 투기꾼들에게 속아 피해를 본 수요자들이다. 은행2구역 한 주민은 “성남시에서 분양하는 판교, 도촌지구 등의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속아 2억 원이 넘는 돈을 주고 이곳에 들어왔다”며 “일반 아파트 분양가보다 20% 가량 저렴하게 내 집 장만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참고 살았는데, 그 꿈이 물거품 되게 생겼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이주대상자가 결정되더라도 남은 주택들 개발에 난항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동 Y공인 대표는 “남은 주택을 재개발 하더라도 7층까지 층고제한이 있어 기존에 살고 있는 사람 중 20~30%는 청산돼 나가야 한다”며 “5층 이상의 다세대 주택들이 대부분인 은행2구역에서 7층 이하의 층고제한을 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로로 편입된 곳이 철거대상 지역이다. /  자료 성남시청>

<성남시 2010 구시가지 정비계획도/ 자료제공: 성남시청>

부동산뱅크 장재현 기자 JJH@neo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