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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뱅크 리포트) 용산국제업무 조성 키워드, 서부이촌동 개발 해법은?

[부동산뱅크 2008/03/19 - 조회:7649]

최근 용산 국제업무지구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지난 2001년 서울시가 결정 고시한 용산 부도심개발이 한창 속도를 내면서부터인데요. 지난 2월에는 동북아 허브를 꿈꾸는 국제업무지구 개발을 위한 용산역세권개발 주식회사가 세워지면서 그 정점에 서 있는 듯 합니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력하게 밀어 붙이고 있는 서울 한강르네상스 계획과 맞물려 용산국제업무지구에 편입키로 한 서부이촌동 일대 부동산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시가 이지역 주민들에게 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서는 주상복합 아파트 입주권을 준다는 소문이 돌면서 세인들의 부러운 시선이 한데 모아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그 실상은 그렇지 않은 듯 합니다. 길 기자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서부이촌동을 통해 국내 도심재개발사업의 몇 가지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여기서 떠나면 어디 가서 살아”, “초고층 아파트도 옮겨갈 돈이 있어야 들어가지”

봄을 알리는 꽃망울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자태를 드러낸 지난 4일 기자가 찾아간 서부이촌동은 폭풍 전야만큼 조용했습니다. 주변 아파트 곳곳에 걸려 있는 섬뜩한 문구의 현수막이 이지역 상황을 그대로 전해 주고 있었는데요. 현장에서 만난 대부분 주민들은 서울시와 용산역세권개발㈜ 회사가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위해 주민들을 몰아내려 한다고 울분을 토하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8월 용산국제업무지구로 편입이 최종 확정되기까지 공청회 등과 같은 주민 설명회도 제대로 열리지 않았던 데다 시가 주민 보상과 관련하여 애매모호한 기준으로 일관하면서 시와 용산역세권개발㈜회사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었습니다.



노후한 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을 개발하는 경우 주민들이 이에 따른 이주계획 등을 미리 세울 수 있도록 시가 기본계획을 세워 수년 동안 단계를 밟아 진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서울 곳곳에서 한창 벌어지고 있는 뉴타운 사업도 모두 이 같은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나 서부이촌동은 이와 달리 하루아침에 국제업무지구 개발을 위한 예정지구로 정해지면서 한바탕 소동을 겪어야 했습니다.



지난해 8월 30일 서부이촌동과 용산철도창기지 통합개발 최종 확정직후 주변 집값이 급등하자 시가 곧바로 투기대책 억제를 위한 이주대책기준을 발표함에 따라 이지역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재산권도 묶여 버린 상태입니다.



서부이촌동 통합개발, 주민 참여 배제

사업시행자 보상방식 이해관계 엇갈려





주민들은 서울시의 이 같은 밀어 붙이기 식 사업추진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당초 코레일이 용산철도창기지에 추진하던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에 서부이촌동이 편입된 건 한강을 세계적인 관광자원화 하자는 ‘한강르네상스’ 계획이 나오면서입니다. 제2의 청계천 개발로 불리는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서울 노른자위를 꿰차고 있는 용산의 한강 수변, 서부이촌동 일대 정비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상황입니다. 한마디로 서부이촌동 개발은 용산 국제업무지구와 연계한 한강르네상스 개발의 키워드였던 셈입니다.



지난 2월에는 삼성물산-국민연금 컨소시엄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드림허브 프로젝트)을 위한 창립기념식을 갖는 등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서부이촌동이 국제업무지구에 편입된 이후 주민들에게 들려온 것은 지난해 9월 시가 이촌2동사무소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이주대책기준일을 전후로 보상기준이 달라진다는 브리핑 정도였습니다.



이주대책기준일 고시는 공익사업에 따른 보상 범위와 수혜자를 판가름하는 기준으로 재산권 행사 제한이 불가피하게 동반됩니다. 서울시는 이주대책기준일 이후 전입한 유주택자에게는 향후 아파트 입주권을 주지 않고, 무주택자의 경우는 배정 면적에 제한을 둔다는 방침입니다. 이에 따라 이지역 주민들은 이사를 가려 해도 사려는 사람이 없어 이도 저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주대책기준일 이전에 거주한 원주민들에 대한 보상 방식도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 있습니다. 사업시행인자와 인ㆍ허가권자인 서울시가 채택할 보상 방식을 둘러싸고 이해 관계가 크게 엇갈리고 있는 상태인데요.



주민들은 사업시행을 맡은 삼성물산-국민연금 컨소시엄이 사업비를 낮춰야 투자수익을 챙길 수 있는 만큼 보상에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ㆍ허가권자인 서울시는 주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보상 방식을 찾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입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수용대신 입체환지를 해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입체환지란 사업이 끝난 뒤 조성된 건축물의 일부와 해당 건축물이 있는 토지의 공유지분을 토지수용 대가로 지급하는 보상방식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수십 년간 일궈온 가옥과 땅을 다른 절차 없이 곧바로 입주권으로 대체해 달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입체환지로 도시개발사업을 진행한 전례가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시는 도시개발사업에 따른 수용 원주민들에게 주택과 토지에 대한 현금 보상 후 입주권을 배정해 왔습니다.



이 방식대로라면 서부이촌동 국제업무지구의 경우 주민들에게 돌아갈 초고층 아파트의 분양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만 추가 분담금 책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원주민분 분양 신청시 전매가 제한돼 재산권 행사가 장기간 어려운데다 현금보상에 따른 양도세 및 취득세 등의 추가 비용까지 납부하면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지난 2007년 4월 개정돼 오는 4월부터 시행되는 도시개발법에 따르면 시행자는 사업대상 토지면적의 2/3을 소유하고, 토지소유자 총수의 1/2이상에 해당하는 동의를 얻으면 나머지 재산에 대해서 강제 매도 청구가 가능토록 돼 있습니다. 따라서 서부이촌동에 사업시행자인 삼성물산과 국민연금 컨소시엄이 이 같은 요건을 갖추게 된다면 적법하게 강제 수용은 물론 현금 보상도 가능한 셈입니다.



서부 이촌동일대에서 10년 가까이 살아왔다는 한 주민은 “국제업무지구 통합개발은 시가 청계천 개발과 같은 치적을 남기려는 과한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무리한 사업추진으로 사유재산까지 침해 받고 있는 상태에서 주민들이 납득할 만한 보상 방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습니다.

<용산철도창 기지와 함께 국제업무지구로 조성이 확정된 서부이촌동은 서울시와 보상 방식을 두고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언론이 주민vs사업자 갈등 부채질

도시개발, 원주민 재정착률 높여야



서부이촌동 주민들이 보상방식을 놓고 사업시행자, 그리고 인ㆍ허가권자인 서울시와 갈등의 골이 깊어진 데는 언론의 책임도 컸습니다. 지난 8월말 서울시가 국제업무지구 통합개발을 위해 코레일과 물밑접촉을 한참 벌이던 즈음 언론에서는 이미 관련 보도가 터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특히 통합개발 발표 직후 입체환지를 통해 입주권을 보장한다는 보도가 나왔다가 며칠 뒤 시가 현금보상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후속기사가 터져 나왔습니다. 지난해 연말 삼성물산-국민연금 컨소시엄이 구성된 이후에는 협의매수로 가닥을 잡았다는 기사에 이르기까지... 출처를 알 수 없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주민혼란을 부채질한 책임을 피할 수는 없게 됐습니다.



앞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프로젝트를 지휘하고 있는 용산역세권개발(주) 이원익 대표도 보상은 주민협의가 원칙이며 아직까지 어떠한 기준도 세워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결국 주민 살림살이를 염두에 두지 않은 관련 지자체의 무리수와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가 서민들을 울리고 있는 셈입니다.



현재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촛불 집회 등을 열며 사업시행자와 인ㆍ허가권자인 서울시가 주민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희망사항은 간단합니다. 수십년간 가꾸어온 땅에서 계속 살 수 있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2010년 착공에 들어갈 예정으로 올해까지는 구체적인 보상가닥을 잡아야만 합니다. 서울시가 한강의 르네상스를 이끌 묘안을 짜내기를 기대합니다.



<부동산뱅크 길진홍 기자 kjh@neonet.co.kr>





※본보 2월27일자 '강북개발 결정판 용산을 주목하라' 기사에 서부이촌동 국제업무지구 내 추가분담금 책정 보도는 아직까지 명확한 보상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쓰여진 것으로 관련 내용을 정정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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