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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부동산시장, 상생으로 한 해를 보낸다

[부동산뱅크 2008/12/24 - 조회:4290]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아파트 미분양시장

‘상생(相生)’이란 단어를 글자로 풀이하면 “같이 살자”라는 뜻이 되겠군요. 넓게 해석해서 “서로 도와주고 이해하면서 화합하는 너와 내가 되자”라는 풀이를 내놔도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원래 상생이라는 용어는 사주팔자를 거론할 때 주로 쓰이는 용어인데 그 반대는 상극(相剋)이라고 하더군요.

사주팔자의 여덟 글자는 서로 글자끼리 도와주고 적당히 훈계하는 형국을 취해야 좋은 사주라고 하지요. 서로 물고 뜯는 상극관계에 있는 글자끼리만 모이게 되면 되는 일이 없는 사주라 하고, 같은 글자만 모두 모이게 되면 한쪽으로 치우친 사주라고 하여 좋지 않다고 합니다. 여러분들의 사주팔자는 어떻습니까?

또 흔한 우리나라의 속담으로 인용해 보면 상생이라는 용어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이라고 보는 편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는 이 상생이라는 단어에 더 깊은 뜻을 부여해야 한다고 봅니다. 직장에서 퇴출시키지 말고 월급을 절반씩으로 나누자는 ‘화합’ 같은 의미입니다.

주택시장에도 상생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기존주택 매매에 있어서 매도자와 매수자 간에도 대출편의, 전세금 편의, 잔금기간 연장 등 조건을 상대방의 처지에 맞도록 배려하는 모습이 늘어나고 있는가 하면 신규 분양시장에도 분양가 할인이나 중도금 무이자, 옵션 무상제공 등 조건변경이 이루어져 훈훈한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고분양가 후유증 만만치 않아

2007년 하반기부터 2008년 초반기에 분양한 아파트들이 주로 고분양가로 분양한 듯 싶군요. 건설회사들이야 저렴하게 분양했다고 하겠지만 그 당시 고분양가로 분양했음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니까요.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하여 밀어내기 식으로 분양을 했었기 때문입니다.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80%의 미분양을 지금까지 안고 있음이 사실입니다. 모델하우스를 철거할 수 없기 때문에 썰렁한 모델하우스에는 직원 한두 명이 남아있는 실정입니다. 휘황찬란했던 오픈 때를 회상해 보노라면 불과 1년 전의 세상사가 너무 크게 변했음을 실감나게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주변의 부동산 시세가 40%까지 떨어지고 보니 이미 분양을 받은 수분양자들의 할인요구가 밀려오고 있는 것입니다. 남아있는 미분양을 처리하기 보다는 기존 수분양자들의 소리에 귀를 기우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 돼 버렸고, “같이 살자”는 취지로 뭉쳐가고 있음이 눈에 들어옵니다.
         
필자는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면서 법률사무를 취급하는 사람이므로 부동산 중개현장에 나갈 필요가 없습니다만, 요즘은 자문을 해주고 있는 건설회사들이 자꾸 호출을 하더군요. 모두들 기존분양가 할인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업무 외에 다른 업무는 없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입지선정이나 분양에 대한 자문이 대부분이었을 텐데 말이죠.

“몇 %를 깎아줘야 하고, 어떤 조건으로 깎아 주는 것이 타당하겠느냐”는 의견조율이 있게 되는데 대출규제에서 풀려난 수분양자들의 중도금 대출자서 조건 등을 의논하다 보면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까지도 할인하는 방향에서 일이 마무리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각 현장에서 공히 할인해주는 조건을 선택하고 있음이 사실로 돼 버렸다고 보심이 옳은 표현일 겁니다. 결국 건설회사에서는 수분양자들과 충분한 타협으로 기존분양가를 할인해주고 남은 미분양도 할인가격으로 분양하는 절차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참 세상 많이 변했지요.

세 가지 거짓말

이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첫째는 장사가 하는 거짓말은 “밑지고 판다”, 두 번째는 노처녀 하는 거짓말로 “시집 안 가겠다”, 세 번째는 노인이 하시는 거짓말로 “그만 살고 죽어야 할 텐데-”라는 말이지요. 필자도 많이 들어온 거짓말들입니다.

그렇다면 요즘처럼 건설회사에서 분양가를 할인해 주고 있다면 밑지고 장사를 하고 있을까요? 그래도 이문이 있으니까 할인을 해 주고 있을까요? 건설회사의 업무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필자 외에 이 답을 쉽게 이끌어 낼 사람은 아마 드물 것입니다.

분양을 마쳤으면 호주머니에 들어온 돈이나 다름이 없는데 오죽했으면 “그물에 들어온 고기를 다시 놔주겠느냐” 식으로 바꿔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장사하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장사는 간혹 밑지고 팔 때도 있고, 본전에 팔 때도 있지 않습니까?

급히 자금을 회전해야 할 처지에 이르거나 상품이 유행시기를 벗어나 가치가 떨어지거나, 재고가 쌓일 때에는 속칭 “떨이”로 싼 값에 팔고 자금회전을 시키는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만, 아파트분양가 할인만은 그런 처지가 아니고 철저히 상생의 원칙에 입각한 자구책이라는 표현으로 이해하시기를 바랍니다.

지금 건설회사들은 부도를 면할 수 있는 일이라면 손해를 감수하고 있기도 하지만, 아파트 한 채당 10% 이익이 있는 현장에서 30%의 할인으로 매도하고 있을 걸 보면 장사 밑진다는 말이 꼭 거짓말은 아닌 듯 합니다.

수분양자들로서는 이왕 분양 받아 놓은 아파트가 분양가 할인을 해 준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좋아하면서도 더 내려가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으로 조바심을 갖기도 하더군요. 그러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라고 하면서 6억짜리 아파트가 20% 할인해서 4억 8천만 원이 됐으니 더 이상 바라지는 않겠다는 말이 귓전에 남습니다.

기회인가? 위기인가?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꼴뚜기 무침입니다. 그런데 이 꼴뚜기가 장마다 나오는 생선은 아니거든요. 돈 있을 때 사러 가면 꼴뚜기가 없고 꼴뚜기가 나올 때는 마침 돈이 없어 못 사는 일이 벌어지는 게 우리들의 생활 아니던가요?

아무리 먹고 싶어도 돈이 없으면 침만 삼키면서 그냥 돌아와야 합니다. 또 돈을 가지고 시장에 갔더라도 그 날 꼴뚜기가 나오지 않으면 엉뚱하게 낚지를 사서 들고 오기도 합니다. 낚지 맛과 꼴뚜기 맛은 전혀 다르지요. 그러나 먹고 싶을 때는 그렇게 대체하기도 했습니다.

현재의 금융위기에 대한 심각함이나 주택시장의 어려운 사정에 대하여는 필자가 더 이상 부연설명 할 필요가 없다고 볼 것이기에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다른 전문가들처럼 일일이 경제이론을 들먹이며 “집값이 오른다, 내린다”라고 말 할 자격도 없습니다.

그러나 꼴뚜기는 장마다 나오는 생선도 아니고 아무 때나 나오는 생선이 아니라는 이치에는 무게를 두고 싶습니다. 오늘 아침 시간이 있어 동네 중개업소 두 세 곳을 둘러봤습니다. 2000세대 대단지에 급매물 두세 채 나와 있었는데 모두 부도를 면하기 위한 희생물이더군요.

이제는 참고 견디는 데에 익숙해져서 급히 팔려고도 하지 않고 사려는 사람도 마음이 느긋해져서 전혀 흥정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귀띔이었습니다. 중개업소 사장님의 말인 즉 “돈이 풀려야 거래가 있겠지요. 세월이 약입니다”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존주택시장의 가격이 30-40%내려가 있고 신규분양시장에도 20-30%의 할인분양이 있다면 지금 시장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시장이 아닐런지요? 아니면 꼴뚜기가 제철을 맞이해서 싱싱하게 쏟아져 나온 물 좋은 시장일 수도 있구요. 꼴뚜기는 초장만 있어도 되는데……

부동산뱅크 회원 여러분- 연말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한 해 동안 베풀어 주신 은혜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윤정웅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