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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부동산, 둥근 해 아래 그늘이 있다

[부동산뱅크 2009/01/13 - 조회:5010]

<부동산시장 양보하는 미덕이 최선이다>

오래 된 어느 유행가 가사에 “네가 잘나 일색이냐? 내가 못나 바보더냐?”라는 가사가 있던가요. 이 구절을 찬찬히 생각해보면 비비 꼬는 말 같기도 하고,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갈 길이 따로 있다는 말 같기도 해서 약간 거부반응이 있는 듯 생각 됩니다.

반면에 어느 민요 가사에는 “앞집에 총각은 지게를 지고요, 뒷집에 처녀는 낫 들고 나간다. 얼씨구절씨구 지화자 좋다”라는 흥겨운 구절도 있더군요. 평화로운 어느 농촌풍경을 정감 있게 표현하는 대목인 것 같기도 해서 그 의미가 마음에 쏙 들어 옵니다.

위 두 가사를 놓고 비교해 봤을 때 요즘 부동산 시장은 어느 쪽으로 가고 있다고 보는지요? 글쎄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잘난 일색과 못난 바보들의 행진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결말에 가서 잘난 일색들의 손에는 뭐가 남을 것이며 못난 바보들의 손에는 뭐가 남을 것인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향후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점을 치고 어느 정도 시세를 예측하려면 20년, 30년 동안 현업에 종사해 보거나 20번, 30번 거래를 해서 이익도 보고 손해도 보면서 “척 하면 삼천리요, 퍽 하면 호박 떨어지는 소리”임을 감지하는 사람이라야 하는데 지금 그런 분들은 바보가 되어 조용히 계시더군요.

오히려 부동산 계약서에 도장 한 번도 찍어 본 일도 없고, 망해보거나 돈을 벌어본 사실이 전혀 없는 논객들이 거창한 경제이론을 들고 나오거나,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들어가면서 앞으로 부동산 시세는 오른다, 내린다. 라고 힘주어 말하는 걸 보면 과연 그럴까, 하고 아리송하다는 생각도 들 때가 있습니다.

씨름판은 배지기 한판으로 승부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뒤집기 한 판으로 역전이 되기도 하는데 부동산 시장은 천하장사 씨름대회를 염두에 두시고 지켜보시면 이해도 빠르고 어느 장사가 이길지 가늠하기도 쉬울 수 있습니다. 어느 선수에게만 계속 주의를 주는 심판은 부동산 정책이라고 생각하시면서,

<속 뒤집히는 임대인과 임차인>

유일무이하게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세제도가 집 가진 자와 집 없는 자의 사이에서 속을 뒤집고 있습니다. 전세난과 역전세난은 3-5년을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불청객이 되었으므로 작년 봄 융자 끼고 전세안고 소형 아파트 산다고 했을 때 늘 조심하라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만 눈앞에 돈을 보게 되면 그런 조언이 귀에 들리던가요.

임차인 질문

정말 미치겠습니다. 지난 1.5. 전세만료가 되어 분양받은 아파트로 이사를 하고자 하나 살고 있는 집 전세금 1억 5천만 원이 빠지지 아니하여 오도 가도 못하고 있습니다. 전세는 내 놨는데 누가 보러 오지도 않습니다. 어찌 어찌해 대출 안고 신규아파트로 입주는 할 것 같은데 저는 전세금을 받지 못하여 대출을 받게 된 것입니다.

또한 잔금도 빚을 내서 가야 할 처지에 있습니다. 집을 비울 때는 임차권등기명령을 해 놓고 비워야 하겠지요. 대출받은 은행이자, 빚내서 잔금 치른 금액에 대한 손해배상을 받고자 합니다. 어찌해야 합니까?

임대인 질문사항

속상해 죽겠습니다. 1차 전세기한이 끝난 후 그대로 더 살겠다던 임차인이 갑자기 다시 나가겠다고 하면서 며칠 내로 전세금을 내놓지 않으면 집을 경매처분 하겠다고 합니다. 기한이 끝났음에도 왜 돈을 주지 않느냐고 하면서 겁을 주고 있기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여러 중개업소에 싸게라도 나가게 해 달라고 부탁은 해 두었으나 아무도 집을 보러 오지 않습니다. 부족한 금액은 대출을 받아서 줄 요량으로 준비하고 있으나 임차인은 새로 이사 갈 집부터 계약해 놓고 밤낮으로 전화질을 하면서 협박까지 하고 있습니다. 어찌해야 합니까?

어느 딱한 질문에 대한 답변사항

지금 1억 원에 전세를 살고 있는데 너무 생활이 어려워 8천만 원짜리로 옮겨가고 싶다는 말씀이고 오히려 8천만 원짜리 전셋집은 전세금이 내려 집도 더 좋다는 말씀이로군요. 이사하려면 경비도 들게 되고 지금 전세금이 쉽게 빠지지도 않을 것이니 임대인과 다음과 같은 상의를 하도록 하세요.

임차인의 동의하에 임대인이 대출을 1천 받아 임차인에게 지급하고 전세금을 9천으로 정하는 계약서만 다시 작성하세요. 계약서 단서조항에 “2년 기한 후 임차인이 계속 거주하기를 원할 때에도 전세금 인상은 하지 않기로 한다.”라고 기재하시기 바랍니다. 1주일 후 이 문제는 위와 같이 해결이 되었다고 합니다. 서로 1천만 원씩 손해 보는 선에서,

<손가락을 자르고 싶어>

부동산에 문외한도 나중에 프리미엄이 붙는다고 하면 심봉사 눈 뜨듯이 눈이 번쩍 뜨이는 세상이 되었다고 봅니다. 계약금 5천만 원만 지불해 놓고 입주 때 프리미엄 받고 되팔자고 이웃집은 물론 사돈네 팔촌까지 동원해서 2-3년 전에 아파트 분양받으신 분들 요즘 매일 손가락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아파트 분양계약서에 도장 찍은 손가락에 죄가 있다는 것입니다. 휘황찬란한 모델하우스에 속고 틀림없이 P는 붙는다는 말에 솔깃하여 분양계약서에 도장은 찍었지만 요즘 살고 있는 집은 5억짜리가 3억으로 낙하산을 타 버렸고 2-3년 전 고가분양금은 그대로 남고 보니 “누구를 원망해”가 돼 버린 것입니다.

그때 5억짜리는 입주 때 7억이 될 것이고 대출 2억 갚고 나면 5억이 남을 것이기에 다시 2억 대출안고 7억짜리 새 아파트에 입주하면 10억짜리는 될 것이라고 계산기를 두드렸지만 어느 날 “꿈은 사라지고”로 변해 버렸고, 7억 예상의 주택이 3억이 돼 버려 하늘만 바라보게 된 것입니다. 제가 그렇게 말했거든요. “눈물을 삼키려면 하늘을 보라”고,

어찌해야 할까요? 자- 다시 씨름 판 얘기로 갑니다. 선수끼리 씨름 손을 잡아보면 감이 잡히더군요. 상대 선수의 힘을 금방 알아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기술을 구사하여 이길 수 있는 것입니다. 아파트 분양계약서 도장 찍을 때 입주 때의 시세를 감 잡을 수 있다는 취지로 이해하셔도 되겠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상대 선수가 약한 체 하면서 번개 같은 기술을 구사하게 되면 꼼짝없이 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승패가 갈라지면 미련 없이 씨름 손을 놓고 다음 기회를 봐야 하겠지요. 억울하다고 계속 씨름 손을 잡고 있어도 다른 해결책은 나오지 않게 되고 선수만 비겁하게 되겠지요.

손가락을 자를 필요 없다고 봅니다. 부동산은 이익이 있게 되면 매수인에게 이익을 다소 넘겨주고 손해가 있을 때에는 그 피해가 가장 적은 방법을 모색해야 되는 것입니다. 2-3년 전에 신규분양을 받았고 곧 입주를 하실 분들은 지금 갈 길이 어둡습니다. 가장 피해가 적은 방법을 강구하시되 다시 위기에 기회를 노리는 지혜를 가지셔야 할 것입니다.

甲 건설회사의 자문

현재 30%의 미분양을 안고 있습니다. 수분양자로 구성된 입주 동호회에서는 분양가 할인을 요구하면서 심지어 중도금 납입도 거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회사에서는 자금이 어려워 공사도 가다 쉬다 하고 있습니다. 어찌해야 합니까?

甲 회사에 대한 답변

당시 토지 매입가가 비쌌기 때문에 크게 이익도 없는 현장이로군요. 더구나 명품으로 내 놓으면서 고급자재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애로가 많겠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수익을 제로에 놓고 당초 분양가에서 10%할인을 하되 중도금 후불제에 대한 이자 5천만 원은 무이자로 돌리심이 옳다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15%할인이 되겠네요.

그러나 지금 할인카드를 꺼낸다고 미분양이 해소되지는 않습니다. 3월을 지켜보신 후 동호회와 의논을 거듭하고 미분양이 해소될 분위기가 조성되거든 각 세대에 안내문을 보내도록 하셔야 할 것입니다.

乙 입주예정자 모임의 자문

당초 우리들이 분양받은 아파트는 고분양가였습니다. 공사도 중단하다가 입주가 가까워 오자 소나기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입주예정자모임에서 떠들어 대니까 분양가의 15%를 할인해 주었고 중도금 후불제도 무이자로 해 줬습니다.

적게는 8천만 원에서 약 2억 가까운 금액의 할인을 받았습니다만 살고 있는 집이 팔리지도 않을뿐더러 값은 반 토막이 나서 도저히 새 아파트로 입주할 형편이 안 됩니다. 입주를 못하게 되면 계약금 포기뿐만 아니고 중도금에 대한 이자까지 물어야 한다는 데 어찌해야 합니까? 정말 괴로워 못 살겠습니다.

위 입주예정자 모임의 답변

건설사에서 할인의 혜택을 주었다면 할인을 받고 입주하심이 옳다고 봅니다. 금액에 합당한 건물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시고 집값 하락으로 형편상 도저히 입주가 어렵거나 가정 사정상 계약을 유지할 수 없는 세대에 대하여는 계약금 포기조건으로 회사에 자진 반납을 해야 할 것입니다.

당연히 중도금 후불제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라고 할 것입니다. 이 문제는 예정자 모임에서 회사측과 잘 의논하시면 회사에서도 이자 포기조건으로 계약해제를 받아 주리라 봅니다. 이미 할인이 된 아파트이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부담 없이 재 분양을 할 수 있으니까요.

<둥근 해 아래 그늘이 있다>

부동산 거래가 활발할 때에는 시세가 상승을 하게 되는데 그럴 때에는 무주택자들은 그늘에 있게 되어 내 집 마련의 기회는 멀어져만 가게 되지요. 따라서 지금처럼 부동산 시장에 구름이 끼게 되면 그늘이 나타나지 아니하여 구입의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금액이 크다 보니 쉬운 일만은 아닌 것입니다.

그러니까 부동산 시장에 둥근 해가 뜰 때에는 그늘이 한층 더 고통스럽다고 봐야 하는 것이고 잔뜩 구름이 낄 때에는 모두가 돈 없는 세상이 되어 자금회전이 어려워 오히려 구입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값이 오른다, 내린다. 라는 말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올라도 사는 사람이 있고 내려도 못 사는 사람은 있는 것이기에,

투자자나 고수들은 위기 때 기회를 잡고 있지만 위기 때는 서로가 돈이 없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애꿎은 서민들만 전세금 때문에 고생하게 되고 갈아타려다 손가락을 자르겠다는 푸념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모든 일은 자신의 형편에 맞춰야 하는 것입니다. 남들이 장화신고 갯벌에 조개 잡으러 간다고 운동화 신고 뒤 따라 가는 일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볼 수 있겠지요. 이익이 있을 때는 좋고 손해가 있을 때에는 남을 원망하는 일도 없어야 할 것입니다.

수 100대 1의 경쟁률을 놓고 아파트 분양할 때에는 건설회사들의 콧대도 높았지만 요즘은 분양가 인하요구에 시달리면서 미분양에 쌓여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대주단에서 퇴출이라는 시퍼런 칼날 앞에 숨을 죽이고 있음도 구름 낀 그늘이로군요.

세상사 다 그런 것.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고, 둥근 해가 뜰 때에는 그늘도 생기는 법인데 지금은 오뉴월이 아니어도 그 그늘이 한결 그리운 사람도 있습니다. 부동산에 손대지 않고 가만히 있는 사람.

입장 바꿔 생각해 본다는 말을 易地思之라고 하던가요? 서로 한 걸음씩 물러나서 양보하는 마음으로 살아갑시다. 팔아야 할 부동산과 사야 할 부동산- 매도인과 매수인간에, 임대인과 임차인간에 양보하는 미덕만이 최선의 길이라고 봅니다.

<윤정웅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학. 생활법률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