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포털에서 거래포털로!

[전문가칼럼] 부동산에도 조강지처 있다

[부동산뱅크 2009/03/06 - 조회:5748]

-왜 묵은 김치는 깊은 맛이 있는가.-

지게미와 쌀겨로 끼니를 이을 때의 아내를 조강지처라고 하던가요. 즉 가난했을 때 함께 고생했던 아내를 뜻하는 말인데 어려운 시절을 함께했던 아내와 부모의 삼년상을 지낸 처, 보내도 의지할 곳 없는 처는 칠거지악을 저질러도 보내지 말라고 했다더군요.

그런데 요즘에는 조강지부(糟糠之夫)도 등장했다고 합니다. 20대 중반부터 직장생활을 해온 남편이 60세가 되어 정년퇴직을 했는데 그동안 힘들어 번 돈은 모두 아내에게 맡겨 버렸기 때문에 노후만은 아내가 다 알아서 해줄 줄 알았으나 직장을 그만 두자 아내의 눈초리가 쌀쌀해져서 도저히 같이 살 수 없게 됐다고 하는데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필자의 법률사무소를 찾아온 어느 60대 초반 남자분의 피 끓는 하소연 이었습니다. 이 남자 분은 일생동안 공장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청력이 약해져서 잘 듣지도 못할 뿐 아니라 다소의 중풍기도 있어서 가족들의 부조가 꼭 필요한 처지였습니다.

남자 분이 불평을 하게 되면 아내는 남편을 정신이상자로 몰아세우며 정신병원으로 보내겠다고 협박을 하면서 학대를 하고 있다니 조강지처는 버리면 안 되고 조강지부는 버려도 되는 일인지 영 마음이 편치를 않습니다. 월세 방부터 시작한 남편이었는데, 부동산도 모두 아내의 명의로 돼 있기 때문에 이혼과 재산분할 신청을 해야 할 문제이고, 이혼이 되려면 아내의 학대가 어느 정도인지를 입증해야 하므로 그리 쉬운 문제도 아니라고 봐야지요. 또 60넘어 이혼한들 더 좋은 행복이 얼마나 있을지도 궁금하기만 합니다.

조강지처도 보내지 말라고 했듯이 조강지부도 보내지 말라는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일생동안 가족위해 일한 가장 아닌가요. 나이 들어 몸 불편하고 짐이 된다는 이유로 학대를 한다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이치가 아니고 그 무엇이겠는지요.

오늘 칼럼은 조강지처를 함부로 보내지 말라는 글을 쓰면서 아울러 새롭게 등장한 조강지부도 마찬가지라는 의미를 피력한 것입니다. 그리고 부동산에도 조강지처가 있다는 말씀에 귀를 기우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새로 만든 김치가 한두 번은 맛있지만 그래도 깊은 맛은 역시 묵은 김치 맛이 더 하더이다.

<작고 못났어도 버리면 안 되는 부동산>

부동산은 서있는 자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누구나 좋은 자리에 있는 부동산을 갖기 원합니다. 우선 좋은 자리란 서울의 꼭 어느 자리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고 전국 각 지역별로 그 지역에서 핵심이 되는 지역과 그 인근지역을 지칭함이 옳다고 보겠습니다.

한 지역에도 군데군데 나름대로 좋은 지역으로 지칭되는 곳이 분포 돼있고 그러한 곳에 자신의 생활권과 기반이 잡혀 있는 곳이라면 좋은 자리로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생활여건과 학군과 교통 등 문제가 잘 갖춰진 곳을 바로 좋은 자리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상권으로서 좋은 자리가 있고 주거지로서 좋은 자리도 있으며 공장으로서 좋은 자리도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반드시 비싸다고 좋은 자리가 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용도가 적합한 곳에 있는 부동산으로서 끓여 먹고 부쳐 먹고, 비벼 먹을 수 있는 묵은 김치 같은 부동산이 바로 좋은 부동산이라고 보는데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괜히 소문만 무성한 지역도 많습니다. 종합병원이나 백화점 한 곳 없으면서 우르르 몰려가는 곳도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 곳은 대개 웃고 들어갔다가 울고 나오더군요. 오르고 내리는 폭이 크거나 작지 않은 곳, 불경기에도 항시 거래가 이어지는 곳, 생활하기에 별로 아쉬움이 없는 곳, 이런 곳에 있는 부동산은 작고 못났어도 조강지처 부동산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부동산은 원래 울고 갔다가 웃고 나오는 곳이라야 하는데 요즘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면 도리어 이상하게 생각하더군요. 우선 눈앞에 펼쳐진 편의도와 높은 가격만을 보고 투자를 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부동산은 공공성의 입장에서 살피라는 주문을 해 봤자 2년 후에 얼마가 붙느냐로 계산을 하더라는 말씀이 되겠습니다.

여러분 중에서 작고 못났어도 꼭 가지고 가야 할 조강지처 부동산을 가지고 계십니까? 가지고 계신다면 오래도록 가지고 계셔야 하고 해당사항이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꼭 조강지처 부동산을 보유하시도록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조강지처 부동산은 김 안 나는 숭늉>

조강지처 부동산은 대부분 말이 없습니다. 다소곳하고 조용합니다. 시세에 민감하지 않고 언제든지 전세와 월세 수요도 있습니다. 가격은 제법 뜨겁지만 놋그릇에 담긴 숭늉처럼 김이 나지 않습니다. 인프레를 따라 꾸준히 올라갑니다.

여러분들께서 살고 계신 고장의 어느 곳에 이런 부동산이 있는지 감을 잡으시면 되겠네요. 또 그러한 가망이 있는 곳이 어느 곳인지 전문가와 의논을 하셔야 하겠습니다. 늦다고 생각했을 때가 바로 시작할 때입니다. 서둘러 보십시오.

그런데 부동산은 복권과 같아서 복 없는 사람의 눈에는 황금이 구리로 보이기도 하고 복이 있는 사람에게는 스탠이 백금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부동산은 성질 급한 사람과는 원래부터 인연이 없더군요. 잿불에 고구마 묻어 놓듯 내버려 둬야 하는데 말입니다.

조강지처 부동산은 최후에 빛을 내더군요. 1990년 초에 목동 주위에 대지와 건물의 규모가 똑같은 단독주택 두 채가 나란히 있었습니다. 그 중 한 채는 1990년 중반기에 2억에 팔고 아파트로 갈아탔었고, 그 후 다시 두 번을 갈아타서 지금 15억 정도 되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남아 있는 단독주택 한 채는 허름한 몸매에 지금도 우두커니 서 있는데 요즘 시세가 20억 정도 된다고 합니다. 세 번을 갈아탄 사람은 15억짜리에서 살고 있는데 남아있는 단독주택은 그대로 그 자리에 서서 20억이 되었으니 역시 조강지처의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할 수 밖에요.

자주 갈아타기를 하게 되면 그때마다 시세차익이 있는 것 같지만 1/3은 세금이나 유지비로 뺏겨 버리기 때문에 조강지처 부동산의 시세차익을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비유가 되겠네요. 무엇보다도 부동산은 인프레와 비례를 하는 것이라 단독주택은 그동안 인프레를 따라 쭉 올라가게 된 것이라고 봐야 하겠습니다.

여러분- 조강지처 부동산을 준비하십시오. 실증 난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믿음이 가는 그런 부동산 말입니다. 그런 부동산은 값이 올라도 뽐내지 않고 내려도 아무런 내색이 없습니다.

겉절이는 하룻밤 지나면 맛이 변하지만 묵은 김치는 한 해가 지나도 맛이 깊어지더군요. 묵은 김치처럼 오랫동안 깊은 맛을 낼 수 있는 부동산이 어디 있을까요. 그런 부동산은 어려운 세상 속에서도 푼푼이 모아 뒀다가 큰 목돈 마련하여 남편 어려울 때 슬그머니 내어놓는 조강지처와 같은 역할을 할 것입니다.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윤정웅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