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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1 뭐로 가도 강남으로만 가면 된다?

[부동산뱅크 2009/12/04 - 조회:4628]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 한 채를 구입하기 위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서민들에게 한국 특히 서울에서 가장 무서운 건 북한과의 전쟁보다도 내 집 하나를 마련하기 위해 아등바등 사는 삶과의 전쟁이 가장 두렵고 고달플 것이다.

한기영씨(가명 40세). 그녀도 내 집마련을 하고픈 주부 중 한 사람이다. 특히 그녀는 부동산 투자의 메카인 강남에 아파트를 사고 싶어 한다. 아이들을 생각해 학군도 좋고, 아파트 가격도 많이 오르는 강남에만 간다면 꼭 성공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보유자금은 4억 원이었다. 전세금+저축, 그리고 증여로 어머니에게 받은 조그마한 전원주택 부지를 팔면 4억 원 정도는 마련할 수 있었다. 투자를 위해 그녀는 부동산뱅크를 찾았다.

4억 원으로 아파트를 사려고 하는데 가능한지, 대출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 물어보고 싶었던 것이 많았다.

한기영 제가 강남으로 이사를 가고 싶은데요. 어떨지 궁금합니다.

어쩌면 가장 원초적이고도 많은 사람들이 물어보는 질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 물음에 어떤이도 답변을 명쾌히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자금상태도 모르고 목적하는 바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한기영 조금 난해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제가 아는 것이 없어서요. 아마 두서없이 물어보게 될 것 같아서요. 다시 물어볼게요. 음, 지금 강남에 들어가서 살고 싶은데 운영자금이 4억 원 정도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물론 대출은 없습니다. 전세금이랑 저축 그리고 가평에 전원주택부지를 팔면 그 정도는 융통할 수가 있거든요.

그래도 어려웠다. 4억 원으로 강남에 들어갈 수 있는 집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또 모든 자금을 집에 투자하는 것도 불안했다. 강남에 있는 아파트의 수익성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현재 기영씨의 자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집들은 오피스텔이나 나홀로 아파트 정도 밖에는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기영 그래도 대출은 2억 원 까지는 끌어다 쓸 수 있습니다. 그 정도는 현재 갚을 수 있는 능력은 있어요.

그게 문제였다. 2억 원을 현재 대출을 받더라도 대출이자 등의 부가적인 비용이 너무 많았다. 또 4억 원이나 되는 전 재산을 강남에 쏟아 부을 만큼 매력적인 아파트들도 없었다. 그렇게 아파트를 사다가는 대출이자랑 대출금 갚다가 여생이 끝날 수도 있다.

물론 정책적인 호재나 수요가 늘어나 아파트값이 폭등할 여지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허황된 꿈을 꾸다 망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어떤 중개업자가 알려준 이야기가 생각난다.

“투기는 나의 능력 이상을 파는 것이고, 투자는 나의 여유를 사는 것이다"

한기영씨를 설득하기로 했다. 우선 강남에 대한 환상을 깨야 한다. 그녀가 지금 들어갈 수 있는 곳은 2억 원까지 대출을 받는다고 하면 20평형 이하의 아파트들이 가능하다. 또 서초동에는 30평형 아파트들도 가능하지만 나홀로 아파트가 많아 투자가치가 없다.

따라서 지금 그 돈으로 무리하게 돈을 빌려서 중소형 아파트를 가는 것은 조금 무리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형 아파트들은 오르는데 한계가 있고, 강남권의 경우 재건축을 제외한 오래된 단지는 크게 오를만한 호재도 부재한 상황이다.

또 강남권 주변으로 2기 신도시, 보금자리 등 공급이 많아지고 있는데다 아파트 수요는 장기적으로 볼 때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우선 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2000년대 아파트 주 수요층들이었던 베이비붐세대가 은퇴를 준비하는 시기가 됐다. 그들이 40~50대일 때 중대형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들이 은퇴를 하면서 더 이상 강남권에 대형주택은 인기가 감소할 가능성도 높다.

마지막으로 강남권은 현재 가격이 2007년 최고점 수준에서 멈춰있다. 올 초 강남권의 저점은 현재 가격의 70~80% 수준으로 현재 내수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에 경제위기가 다시 찾아오게 될 경우 대출금 회수도 어렵게 된다. 이렇게 되면 40대인 기영씨에겐 위험부담이 너무 큰 도박일 수도 있다.

한기영 그렇다면 제가 지금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눈높이를 낮추는 점이다. 우선 현재 상황에 맞는 집부터 구한 다음 천천히 강남권으로 옮기시던지, 아니면 강남보다 주거환경이 좋은 곳으로 저렴하게 집을 매입해 투자가치를 높이던지 선택을 중요하다.

한기영 추천을 해주신다면 어떤 곳이 좋을까요?

우선 서울 뉴타운이나 2기 신도시 중에서 분양아파트를 노려보는 것이 좋다. 아무래도 서울에 있는 뉴타운이나 신도시의 경우 인프라나 주거환경면에서 좋기 때문에 앞으로 수요가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서울과 가까운 곳에 위치할수록 인기가 높은 것을 감안하면 웬만하면 서울 내 위치한 곳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분양에서 중요한 것은 전통적으로 인기가 있는 지역으로 청약을 신청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정부가 들어서면서 분양이 많아지면서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한기영 분양이 그만큼 중요한 이유는 뭔가요?

우선 DTI가 적용되지 않아 자금 융통이 쉽고, 신도시나 뉴타운 등 새아파트 물량이 많기 때문에 유망지역으로 분양만 잘 잡으면 앞으로 발전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또 서울과 1기 신도시에서는 오래된 아파트가 많은 만큼 분양을 받는 것이 좋다.

한기영 강남이 그렇게 안 좋은가요?

안 좋은 게 아니라 개인부담이 너무 높다는 점 때문에 추천하지 않았다. 높은 대출을 받고 투자할 정도로 현재 가치가 저평가된 것도 아닌데다 DTI규제로 실수요자들의 자금줄이 막히면서 앞으로 기존 아파트들이 다시 상승장을 이어갈 여지도 없다. 이 때문에 기존 아파트 시장의 진입은 고려해보라고 한 것이다.

한기영 분양 말고 또 추천해주고 싶은 것은 없나요?

뉴타운을 추천해주고 싶다. 이곳은 2007년에 비해 가격도 떨어져 있고, 앞으로 뉴타운으로 개발될 예정이기 때문에 아파트 분양권도 받을 수 있다. 또 DTI적용을 받지 않아 자금융통도 수월하다. 다만 아파트보다 주거환경이 조금 떨어지고, 개발기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는 점은 주의해야 할 상황이다.

이런 저런 설명을 들었지만 한기영씨는 마음에 내키지 않은 표정이다. 당연한 결과다. 당연하다. 그녀가 원한 건 강남 입성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는 그녀에게 달려 있다. 지금 우리는 아직도 아파트전쟁을 치르고 있다. 서울에서는 재개발을 통해 전 주택가가 아파트화 되어가고 있다. 서울과 가까운 물 맑고 공기 좋은 지역은 모두 배드타운이 되어 삭막한 아파트촌이 되었다. 어느곳에 얼마만큼 아파트를 짓느냐에 따라 그 지역에 발전이 달려있다. 그리고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아파트에 들어가 살아야만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아직도 아파트는 전쟁 중이다. 서로 들어오려는 사람들과 서로 먼저 지으려는 사람들도 아주 치열하게…..

시즌16(단막극) 아파트전쟁 에피소드1 The end (끝)

Staff  인터뷰/편집/ 글/ 취재/ 사진 장재현
Thanks for 에피소드를 제공해 주신 유대선 대표님과 시청해 주신 모든 부동산뱅크 회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