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드라마 - 제1화 사오정 노후를 걱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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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사오정 노후를 걱정하다.

[부동산뱅크 2009/11/13 - 조회:5885]

김태주씨(가명 57세)는 지난해 정년퇴임을 했다. 30년 가까이 대기업에서 일을 해 생활은 안정돼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 고민이 커졌다. 대기업의 정년이 빨라진 관계로 아직 젊은 나이에 나왔기 때문이다.

무엇을 해야 할까?

태주씨의 근본적인 문제다. 그는 아직도 일할 수 있는 열정과 체력을 가지고 있다. 퇴직금에 안주하며 죽을 날만 바라보기에는 너무 젊었다. 그리고 벌써 노인네 취급을 하는 사회에 대한 짜증도 났다.

물론 퇴직 후 다니던 회사의 하청업체로부터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 그러나 하청업체에 들어간 선배들을 보면 모두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나왔다. 하청업체에 들어가서 자기가 다니던 부서 후배들에게 영업을 해야 하는데다 퇴직금으로 업체 지분도 어느 정도 사줘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절박하다면 그렇게라도 일을 해야겠지만, 그 정도로 급하진 않았다. 다행히 아내가 일을 하고 있고, 아이들도 아들은 군대를 가 있고, 딸은 일을 하고 있어 생활이 당장 어려워 지는 것은 아닌데다 하청업체로 들어간다 해도 곧 환갑이 되면 퇴직을 해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노후를 대비하기엔 그다지 안정된 직업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떤 일을 해야 하나?

고민이 깊어갔다. 퇴직금으로 장사를 해볼까? 하지만 30년 가까이 대기업 월급쟁이로 일한 태주씨에게 장사는 조금 어려운 일이었다. 또 자칫 잘못하다 퇴직금 모두 날릴 수도 있었다. 장사는 위험 부담이 너무 컸다.

주식을 본격적으로 해볼까도 생각했다. 직장 다니면서 틈틈이 주식을 하면서 꽤 돈을 벌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지난 금융위기로 인해 주식이 마이너스가 되면서 손해를 봤다. 2년 간 열심히 모은 돈보다 금융위기로 손해 본 금액이 더 컸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주식도 리스트가 큰 모험이라 쉽게 퇴직금을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쩌지……

그렇게 여러 생각을 하며 여러 날을 보내다 우연히 어렸을 때부터 친했던 불알친구 이성식씨(가명)를 만났다. 성식씨는 태주씨에 비해 퇴직이 빨랐다. 그는 45세에 회사를 나왔다. 아니 직설적으로 이야기 하면 그때 회사에서 명예퇴직을 당했다.

(장면전환 고기집에서 술을 먹고 있다) 태주씨는 성식씨에게 퇴직 후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김태주 “뭘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아직 나이도 젊은데 요즘 하는 일없이 집에 멍하니 있다 보니 집사람 눈치도 보이고, 아이들 눈치도 보이고….”

이성식 “눈치를 왜 봐. 지금까지 너 때문에 호의호식하고 지냈을 텐데, 조금 노는 것 가지고 뭐라 그러면 나쁜 놈들이지” “만약에 누구라도 너한테 그런 소리하면 쫄 것 없어 네가 오히려 큰소리 치고 나가라고 그러면 돼”

김태주 “임마 말이 쉽지, 그런 말을 하기가 그렇게 쉽냐? 그래도 내 새끼들이고 마누란데……”

이성식 “아무리 가장의 자격이 마누라랑 새끼들 벌어 먹이는 거지만, 너도 30년 가까이 열심히 일해 왔잖니, 그 정도도 못하면 정말 헛 산 거지”

김태주 “그냥 술이나 먹어 임마. 안 그래도 머리 뽀개질라 그러니까”

이성식 “그래, 우리 김이사님은 이제 뭐하실려고요. 생각이라도 해둔 게 있어?”

김태주 “요 며칠 그것 때문에 잠을 못 잔다. 뭘 해야 할까? 장사? 주식? 사업?“

이성식 “ 그 큰 대기업에서 샌님처럼 지낸 놈이 장사나 사업은 무슨…… 주식은 더더욱 그렇고, 너 그거 했다간 쪽박 찬다는데,내 열 손가락 다 건다”

김태주 “그럼 뭐해야 되냐? 나 아직 이렇게 젊은데, 퇴직금 까먹고 있을 수는 없잖아. 아직 나 노인 아니야..”

이성식 “머리는 허옇게 된 녀석이 무슨 이팔청춘인 줄 알어?”

김태주 “에이 자식아, 그런 소리가 아니잖아”

이성식 “하하하 농담이야 임마, 네 마음이야 나도 잘 이해한다. 그런 마음이라면 내가 너보다 한 10년은 먼저 겪었잖니”

김태주 “너는 40대 때 나왔잖아. 그 정도면 경력으로 일할 수 있는데, 나는 그게 아니잖아. 지금 이 나이에 어디 들어가기도 그렇고…… 정말 힘들다. 내가 요즘 마누라가 움직일 때마다 눈치가 보여서 잠도 설친다”

이성식 “그럼 임마. 비아그라라도 먹고 한번 강한 인상을 심어줘”

김태주 “야~~~(소리치며)”

이성식 “크크크 농담이야. 너도 그러니. 나는 어땠었겠냐? 아주 죽을 맛이었다. 한참 애들 교육비 들어갈 때, 회사 나오니까 죽겠더라. 그렇다고 퇴직금으로 장사하기도 그렇고……” “넌 40대 나오면 경력으로 일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하지만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

김태주 “……(소주한잔을 들이킨다)

이성식 “(소주 한잔 들이키고 다시 말을 이어 간다) 경력으로 일하는 거? 그것도 대기업에서 일하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려면 연봉이 얼마나 깎이는데, 최소 30% 이상 줄여야 해. 그뿐인 줄 아냐? 일은 얼마나 많다고……” “너는 쉽게 경력으로 일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게 또 그렇지 않아”

김태주 (고개만 끄덕인다)

이성식 “물론 나는 중견업체라도 들어가서 밥벌이를 했지만 처음에는 월급이 작아서 고생했어. 애들 교육비는 어떻게든 안 줄이는 방향으로 하고, 우리집 생활비를 줄였지, 차도 팔고, 집도 동네를 옮기고 줄여갔지 아주 죽겠더라”

김태주 “꼭 집을 줄여야 했어? 원래 너희 어머니가 사준 거라 대출도 없었잖아. 그냥 살지 왜 팔았어?”

이성식 “야, 너 내가 그때 이야기할 때 뭘 듣고 이제 와서 그걸 물어보냐?”

김태주 “아 이야기 했었나? 미안 내가 그땐……”

이성식 (말을 막으며) “됐어 임마, 그땐, 월급이 너무 작아서 부업을 시작해야겠더라고…… 그래서 집을 팔고 부업을 했지”

김태주 “맞다. 너 그때 다가구 사서 월세 친다고 했잖아. “

이성식 “그래 그거 이제 생각났냐? 그땐 다가구 샀는데, 지금은 원룸으로 바꿨다”

김태주 “원룸?”

이성식 “그거 있잖아 방 하나에 화장실 하나, 주방 작게 있는 거, 그걸 원룸이라고 해”

김태주 “그거 할만 하니?”

이성식 “목만 좋으면 월세야 잘 빠지지……” “왜 너도 관심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