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교실]임대차 관계, ‘매각물건명세서’로 확인하세요
[부동산뱅크 2007/09/04 - 조회:6,038]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른 집 값 탓에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사람들이 경매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시세의 80% 선에서 주택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매로 나온 물건은 권리관계가 복잡하고, 특히 다가구 주택의 경우 등기를 하지 않고 사는 임차인들이 대부분이라 낙찰 받은 후 손해를 입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 이런 때 점유관계가 자세히 기록돼 있는 ‘매각물건명세서’를 확인한다면 이 같은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과거 ‘매각물건명세서’가 없었을 때에는 주택을 경락 받고자 하는 자가 해당 주택을 찾아가 등기부에 나와있지 않은 임대차 관계 등을 일일이 조사해야 했다. 하지만 개인이 정보를 수집하는 만큼 임차인이 몇 명인지, 전입일자가 언제인지 등을 정확히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었고, 낙찰 이후 미처 확인하지 못한 임차인들 때문에 낙찰자들이 곤혹을 치르는 게 다반사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02년 민사집행법 개정으로 주택에 관한 모든 정보들을 모아놓은 ‘매각물건명세서’라는 서류가 신설돼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 ‘매각물건명세서’는 경매개시결정이 떨어지게 되면 집행관이 해당 주택을 방문해 ▲부동산의 표시 ▲부동산의 점유자와 점유의 권원 ▲점유 기간 ▲차임 및 보증금에 관한 관계인의 진술 ▲등기된 부동산에 관한 권리 또는 가처분으로 매각으로 효력을 잃지 않는 것 ▲지상권 유무 등을 조사한 후 만들어진다.
이후 이 서류를 법원 경매계나 대법원 경매사이트에 매각기일 1주일 전 공개해 낙찰받고자 하는 자가 등기부에 기록된 임차관계뿐 아니라 등기되지 않은 관계들까지 한번에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또 시중 경매전문사이트에서도 경매물건과 함께 매각물건명세서를 첨부해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매각물건명세서를 살펴볼 때 기본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사항은 ‘최선순위 설정일자’와 점유자의 ‘전입일자’이다. 만약 ‘최선순위 설정일자’가 더 빠르다면 매각물건명세서상에는 큰 문제가 없으므로 안심해도 좋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이후 경매에 낙찰받게 되더라도 임차인의 보증금을 낙찰자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므로 피해야 한다.
위와 같은 내용은 점유관계가 표시된 아래쪽 ‘등기된 부동산에 관한 권리 또는 가처분으로 매각허가에 의해 효력이 소멸되지 아니하는 것’, ‘매각허가에 의해 설정된 것으로 보는 지상권의 개요’란에 자세히 설명돼 있다. 만약 위의 내용이 문제가 없다면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표기되고, 선순위 임차권으로 소유권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면 그에 관한 사항이 자세히 기록돼 있으므로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그런데 간혹 ‘임차관계 미상’이라든지 ‘전입 및 확정신고 하였으나 확인불가’등이 적혀 있는 경우가 있다. 이는 집행관이 현장을 방문했을 때 등기되지 않은 임차인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임차인을 만나지 못해 파악하지 못한 때로 낙찰받고자 하는 자는 직접 현장을 방문해 점유관계 등을 살펴봐야 이후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 또 집행관의 실수로 기재할 사항을 누락했거나 잘못 기록한 경우도 발생해 기록된 사항만 믿고 낙찰 받은 자가 손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실수를 한 법원이 책임을 지게 되므로 낙찰자가 매수가격 신고 후 매각결정 전이라면 ‘매각불허가신청’을 한 후 경매 신청 당시 납부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매각대금을 납부한 후 이를 발견했다면 이미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봐 ‘매각불허가신청’뿐 아니라 ‘허가결정취소신청’도 하지 못하게 되므로 이 점 유의해야 한다.
한편, 매각물건명세서는 매각 기일로부터 1주일 전까지 상황에 대해 조사 후 작성된 자료이다. 이 결과 열람시기 중 권리관계가 변동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매각물건명세서만을 믿고 경매에 참여했다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해당 주택에 대한 점유관계 등을 확인하고자 하는 자는 매각물건명세서뿐 아니라 등기부등본, 주민등록등본, 현장확인을 통해 권리관계를 잘 따져봐야 하며 마지막으로 매각 당일 경매계에 비치돼 있는 경매기록조서를 꼭 확인해야 한다.
[부동산뱅크 김근옥 기자 kko@neo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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