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포털에서 거래포털로!

어느 분이 쓰신 '내집마련 반드시 해야하는 거랍니다'란 글을 읽고 저도 한번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참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1997년 초에 회사에 입사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97년도 말에 외환사태를 맞았습니다. 늦게 졸업한 친구들은 직장 구하기가 너무나 어렵게 되었지요.
저희 회사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여차 여차 해서 저는 살아남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제가 근무하던 곳의 24평 아파트 전세는 20~30백만원 이었습니다. 지방이었지요. 매매가는 잘 모르겠습니다. 관심이 없었거든요.

2002년 결혼을 하게되었습니다. 아내회사는 서울 저는 경기도 이었기에 수도권에서 집을 얻어야만 했습니다. 부동산에서는 매입을 권유하였지만, 대출이자를 내면서 집을 얻는다는 것은 우매한 일이라고 생각을 하여, 가능한 대출을 적게 받고 또 회사에서도 보조를 해주는 전세를 얻게 되었습니다. 지어진지 약 20년이 넘은 21평 복도식 아파트였고 전세는 90백만원이었으며 매매가는 약 160~210백만원 이었던 것 같습니다. 작은 방 2개의 작은 거실 겸 주방이 있는 작은 아파트 였지만 행복했습니다.
집 주인은 제가 전세를 얻을 때, 이미 매매 계약을 한 상황이었고, 한달도 안 되어 새로운 집 주인을 맞았습니다. 새로운 집 주인도 약 1년이 넘어 다시 매매를 하였고 그 당시 매매가는 280~310백만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도, 저와 동갑인 새로운 집주인을 맞게 되었죠.. 동갑인 집주인은 참 친절한 사람이었습니다.

결혼 후 2년이 지나 큰애가 태어나고 그 후에도 맞벌이는 계속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2년이 지나 둘째가 태어났습니다. 아이가 둘이 되니 아내는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지요. 그리고, 저도 승진을 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그때 직장은 또다시 발령이 난 상태였는데, 그때보니 직장 동료중 제 연배와 그 이상에서 집이 없는 사람은 저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리고 직장에서 주는 보조금을 쓰는 사람은 승진에 불이익을 받는 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또, 아이가 둘이 되다보니 좁은 방안에서는 함께 자지 못 하고 거실에서 자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저는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회사 보조금 만기는 다가오고 있었고, 전세금을 보니 방 3개인 아파트는 엄두도 나질 않았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4억이 넘었습니다. 집 주인이 전세를 올리지 않은 걸 감사해야 겠더군요.
밤마다 인터넷을 켜고 분양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2006년, 2007년 입니다. 생각보다 많이 비싸더군요.저는 대출이 1억이 넘으면 제가 감당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아 놓은 돈과 대출 1억으로는 경기도 여주 혹은 양평에서 분양하는 정도가 가능한 상태였습니다. 그 곳에서는 회사 출퇴근이 불가능 했습니다.
전전긍긍하는 사이 시간은 지나고, 아이들은 커져만 갔습니다. 하지만, 미분양이 넘쳐나도 분양가는 떨어지질 않았고, 제가 있는 곳 인근의 아파트는 분양도 없었거니와 매매가 역시 엄청났습니다.
그러다가 DTI 라는 것이 시행되었죠...우리나라는 참 이상한 곳입니다. 소득증빙을 제출 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돈이 없고, 소득증빙을 제출할 수 없는 사람은 돈이 있는 곳입니다. 처음 DTI를 보면서 저는 의아 했습니다. 왜 6억이 넘는 아파트에 DTI를 적용하지?? 오히려 값싼 아파트에 DTI를 적용하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면, 실수요자끼리만 경쟁하니 조금은 제게 유리할 거라는 생각이었습니다.이후 가격과 상관없이 DTI가 적용되더군요.
그러다, DTI가 없어지고 또 다시 시행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때마다 부동산은 요동 치더군요. 일례로 DTI 시행시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고 하여 매수를 하려고 마음먹고 돌아다녔습니다.. 집에 와서 상의하고 다음 주에 가서 계약해야 겠다고 했지만 DTI 폐지가 발표되자마자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더군요..
또다시 DTI가 시행되었을 때, 저는 이번에는 꼭 마련하리라 마음먹었습니다. 큰애는 유치원에 다닐 나이었습니다. 곧 학교에 갈 나이었지요.그때 누군가 제게 법원경매라는 것을 권유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DTI 때문에 소위 투기자가 대출이 받을 수 없고 실수요자만이 경쟁한다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경매는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는 하고싶지 않습니다. 그때는 그만큼 절박했기에 뛰어들었지만 몇번의 위기가 있었고 운 좋게도 좋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1억의 대출금과 퇴직금으로 방 3개가 있는 아파트를 내집으로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큰애는 처음 이사가던 날 화장실이 두개가 있다며 좋아했습니다.
대출금을 갚으려면 퇴직 즈음에야 가능하겠지요.. 요샌 은퇴후 자금에 대한 기사가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저도 걱정이지요... 하지만 지금은 행복합니다. 회사 퇴직하고 편히 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안되면 일하면 되고, 그것도 안되면 어떻게 되겠지요.
이제는 누구에게서 나가라, 올려달라 하는 이야기를 들을 걱정도 없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방 1개씩 자기방으로 줄 수 있습니다. 가격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건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팔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서요. 판다면 다시 얻어야 하는 데... 지금까지처럼 운이 좋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