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포털에서 거래포털로!

게시판에 양도세 중과세 폐지니, 징벌적 부동산 관련 세금 개편이니 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서 한 번 끄적입니다.

내집 마련 시 고려해야 할 게 무척 많습니다만, 그중 가장 중요한 요인의 하나가 바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입니다. 정부의 정책이 과연 지금 어느 방향으로 보고 있고, 누구의 편에 서고자 하는 것인가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죠.

정책은 보통 어느 정도는 지지계층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기 마련입니다. 노무현 정부는 가난한 자와 힘없는 자를 살리고자 했고, 이명박 정부는 기득권층의 이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합니다. 물론 노무현 정부도 친기업적 정책을 많이 펼쳤고, 이명박 정부도 무늬만 친서민을 내세우는 등 현실적 요건 때문에 모두를 두루 포용하려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만, 근본적으로 그 정권이 누구를 더 위하고자 하는지를 분명히 파악해야 내집 마련에 필요한 정보를 추출할 수 있습니다.


현 부동산 시장의 양태를 이끌어 낸 것은 노무현 정부의 정책이 원인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사실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는 그다지 큰 역할을 하지 못했거든요. 땅을 자산으로 여기기보다는 파헤쳐 뭐든 세워야 할 대상으로 보아서 그런지. 그것이 옳든 그르든 간에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일관적인 철학이 있었습니다만, 이명박 정부는 그 또한 보이지 않는군요. 그래서 현 상황을 초래한 주요 원인으로는 아무래도 노무현 정부 때 시행되었던 여러 정책적 움직임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가 가진 분명한 목표는 "있는 자들과 없는 자들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 자들이 없는 자들의 모든 재화를 다 긁어가기 전에 규제해서 어느 정도 형평성을 맞추자." 였습니다. 대부분의 정책이 그 목표에 의해 진행되었고, 이는 노무현 정부 5년 내내 이어진 일관된 목표 의식이었습니다. 물론 한 국가를 이끌어 가는 입장에서 어느 정도 현실과 타협하지 않을 수는 없었으므로, 자유무역협정이라든가 기업에 대한 규제 철폐라든가 하는 움직임도 보이기는 했지만요.

부동산 정책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판단에 따르면,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무주택자가 집 사기 어려운 건 다주택자들이 집을 사그리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주택자는 임대 수익과 시세 차익이라는 쌍끌이 이득을 보면서 무주택자를 더더욱 가난하게 만드는 주범이라고 여겨졌습니다. 다주택자의 역기능이 매우 두드러져 보였던 것이지요.

그래서 소위 "징벌적 규제"라는 각종 부동산 관련 조세 정책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렇게 해서 다주택자들이 추가로 주택 구매하는 걸 막고 집값을 안정시킨다면, 차츰 서민들도 돈을 모아 집을 사서 유주택자가 되고, 부자와 빈자의 격차가 어느 정도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는 끝끝내 집값을 완전히 억누르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2007년까지 집값은 계속 올랐거든요. 오히려 노무현 정부가 만들었던 여러 규제들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 국제 금융 위기와 맞물리면서 본격적인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현 시점에서의 부동산 상황은 결국 노무현 정부까지 거슬러 올라가 고찰해 볼 수밖에 없는 겁니다.


많은 다주택자들이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반시장적"이라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그건 그다지 유효한 비판은 아닙니다. 지금이 17, 18세기도 아닌 마당에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화롭게 유지되는 완전 시장 따위는 없습니다. 오로지 시장의 논리만 통용되는 세상이 과연 존재할까요? 많은 이들이 착각하는 게 시장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시장의 논리가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렇지 않습니다. 경제 활동은 인간에게 중요한 사회 활동의 하나일 뿐, 전부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시장 자체의 모순으로 인해 불만이 쌓이면, 결국 정치적, 사회적 활동에 의해 혼란과 붕괴가 필연적으로 수반됩니다.

경제대공황 이후 결국 국가는 시장 참여자들의 경쟁 속에 뛰어들어 룰을 정하고 심판을 봐야 했습니다. 그 룰이 누구에게 유리하게 적용되느냐, 심판이 어느 쪽으로 편파 판정을 하느냐의 문제는 있었지만, 국가는 시장이 무너지지 않고 모든 시장 참여자가 공존할 수 있는 기본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담당해 왔습니다.

정글의 법칙과도 같은 시장의 논리를 중시하는 이들은 대부분 그 시장 속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이미 확보했으므로, 남들과 싸워 남의 것을 빼앗아 자기 것을 늘릴 수 있는 능력과 준비를 모두 갖춘 사람들입니다. 그들에게 있어 "반시장적"이란 곧 자신의 자유로운 이윤 추구 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이 부뱅 게시판에서도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증오하는 다주택자 분들이 꽤 계시는 것이겠죠.


하지만 국가의 시장 개입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생태계에서 육식 동물만 살아남는다면 유지가 안 되니까요.


그런데 이제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기득권층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정치 세력이 국가를 이끌어 왔습니다. 당연히 국가 정책은 그들에게 치중될 수밖에 없었지요.

그런데 처음으로 어디선가 듣보잡 노무현이 나타나서 서민과 가난한 자들의 처지를 반영하는 정책을 내놓고, 감히 높으시고 부유하신 분들에게 규제를 본격적으로 가하기 시작했던 겁니다.

부동산 정책에서도 마찬가지였고, 결국 노무현 정부 시대의 규제들은 다음 시대인 이명박 정부에 들어 소기의 목적으로 어느 정도 달성했습니다. 이명박 정부도 그 규제들을 쉽게 없앨 수 없었던 이유는, 부동산 시장에서 빈부 격차가 더 벌어졌다가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국민 소요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위협을 인지했기 때문입니다. 부자는 자기 재산만 생각하면 되지만, 국가는 부자와 빈자 모두 소속된 조직이므로 전체적인 분위기를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결국 지금 상황은 국가가 "내가 부자들이 집 싹쓸이하고 집값 올리는 거 막아줄게! 서민 니네들 어서 돈 모아서 얼른 내집 마련해라!"라고 공공연히 떠드는 분위기의 연장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노무현 정부가 미처 제대로 생각하지 못했던 2가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이 문제점들은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영역의 주된 원인입니다. 그것은 바로 1) 서민 소득의 한계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다주택자만 규제하면 대강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점, 2) 시장에서 다주택자가 지니는 순기능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이 노무현 정부의 판단 미스였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다주택자를 규제해서 강제로 집을 추가 구매하지 못하게 하고, 집값을 안정시키면 서민들이 조금이라도 따라잡아서 빈부 격차가 약간이나마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만, 예상보다 서민들의 기초 체력이 너무도 약했습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이어졌던 가계 부실 사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고, 국민 저축률은 너무도 낮았습니다. 그에 반해 2000년대 이후 급속도로 만연한 과소비 풍조는 서민들의 체력을 더더욱 약화시켰습니다. 서민도 부자들이 하는 해외 여행 등 어지간한 것들을 따라 하게 되면서 가계 지출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했거든요.

그래서 아무리 다주택자들을 규제해도 노무현 정부가 정작 집을 사주길 원했던 서민들은 집을 제대로 사지 못했습니다. 자가 주택 보유율은 여전히 제자리 수준이었고, 규제 속에서도 집값은 계속 올랐습니다. 빈부 격차는 여전했고, 그 격차를 줄이려고 했던 노무현 정부의 목적은 실패했던 것이지요.


정작 그 후폭풍이 이명박 정부 시절에 국제 금융 위기와 맞물려 나타나게 되었으니, 그게 바로 현재의 부동산 시장 침체와 전세 대란입니다. 다주택자의 순기능을 경시했던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몇 년 뒤에 와서 커다란 후폭풍을 일으킨 것입니다.


노무현은 이상주의자이고 낭만주의자였습니다. 한국 정치사에 있어 그처럼 예전과는 다른 관점과 다른 처지에서 국가를 움직여가는 지도자가 한두 번 이상은 나와야 좀 더 다양성이 존중받고, 여러 계층의 사람이 주목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서투른 점이 많았고, 부동산 정책에서도 결국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서민들에게 집값 안정을 해결해 주지도 못했으면서 전세 대란이라는 고통을 남기게 된 것이기도 하지요.




그렇다면 지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어떠한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를 다시 생각해봐야겠지요. 그래야 내집 마련의 적절한 타이밍도 알 수 있을 테니까요.

지금 이명박 정부는 서민들이 내집 마련을 많이 하든 말든, 빈부 격차가 더 벌어지든 말든 큰 관심은 없습니다. 그저 땅 파서 치적 세우고 지지계층의 기득권만 잘 유지시켜 주는 게 우선입니다.

하지만 서민이라는 이들의 머릿수가 워낙 많은 관계로, 표가 절실할 때에는 그들을 노골적으로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 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어느 정도 계승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즉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금, 오히려 노무현 정부가 원했던 집값 안정이 이루어진 상태이므로, 사실 단순하게 보자면 2008~2011년이 내집 마련하기에는 참 좋은 시기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모두에게 그럴 수는 없었던 것이,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던 가계 부실과 2008년 국제 금융 위기로 인해 정상 체력을 갖춘 무주택자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그 와중에 제대로 안정 소득을 갖춘 몇몇에게는 내집 마련의 기회였지만, 능력이 모자란 무주택자들에게는 뻔히 눈뜨고 보이는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내집 마련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우울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제 2011년의 중반을 넘어 가면서 전세 대란 때문에 다주택자들의 순기능이 갈수록 부각되기 시작하자, 결국은 이명박 정부가 규제를 하나씩 풀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봉착했습니다. 결국 예전처럼 다주택자들의 포지션을 인정하고, 그들이 투기를 하든 이익을 독점하든 상관 없이 세입자들을 받쳐줄 수 있는 안정 기반으로 기능해 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입니다. 그럼 다시 집값은 들썩일 여지가 생기고, 내집 마련은 더 요원해지겠지요. 빈부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고요. 국제 경제 정세에 따라 그 시기가 달라질 수는 있겠습니다만, 결국 그런 때는 올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 때가 오기 전이 내집 마련에 적정한 타이밍인 시점인 겁니다. 어찌어찌해서 겨우 몇 년 집값 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요즘, 무주택자 여러분은 내집 마련을 시도할 만한 체력을 갖추셨는가요? 갖추셨다면 다행이고요, 그렇지 못하셨다면... 당분간 한참 동안은 또 이번과 같은 기회가 찾아오기 어려울 수 있을 겁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오지 않을 수도 있겠고요.



노무현 대통령은 그토록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을 위하고자 했지만... 부동산 시장에서 그들에게 전세 대란이라는 후폭풍을 남겼고, 또 억지로 집값을 규제하고자 하여 윗 세대가 늘 해 오던 방식을 별 고민 없이 따랐던 이들을 하우스푸어로 만들기도 했네요. 아마 부동산 규제로 인해 시장이 침체되지만 않았어도 하우스푸어가 이토록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지요.(물론 이게 다 노무현 대통령 잘못 때문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과다 부채 문제는 전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니까요. 다만 상관 관계는 있다는 얘기입니다.)







요즘 부자들이 집에 관심이 없어졌다는 댓글이 기억에 남아 첨언하자면, 요즘은 집이 그다지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에 부자들이 주목하지 않는 것뿐입니다. 앞으로 영영 부자들이 집을 거들떠 보지도 않는 게 아니라, 규제가 풀리고 부동산 시장 활성화가 이루어진다면 아마 가장 먼저 달려가서 좋은 매물 선점을 미리 해 놓고 있을 사람들도 부자들입니다. 부자들은 집이든 주식이든 채권이든 금이든, 뭐든 이익이 되는 쪽으로 몰리기 마련이니까요. 지금 당장은 집이 예전 같지 않고 보유하는 데 핸디캡이 있는 관계로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을 높이지 않는 것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