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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남산골 샌님이란 말이 있었죠.

직장이라는 게 관청이 유일하던 시절, 과거급제한 시골서생은

경복궁 경희궁 비원에 출근하기 위해 한양에 집을 얻어야 합니다만...

돈이 없어서 (예전에는 쌀로 줬겠지만) 궁궐 근처에 집을 얻을 수가

없었죠. 그래서 걸어서 출퇴근할 수 있는 최대 거리인 남산에 집일

구합니다. 그래서 남산골 샌님이 되는 거죠.

그런데...

차량소유와 도로확장으로 출퇴근가능거리가 비약적으로 늘면서

강남으로 과천으로 분당으로...외곽에 집을 갖고 서울로 출퇴근하게 됩니다.


외곽으로 외곽으로...

그러면 도심은 슬럼화됩니다.

위정자라고 다 같은 위정자가 아닙니다. 신도시 만들기 얼마나 쉽고

(상대적으로) 전국을 개발하는 프로젝트 만들면 얼마나 표 얻기 쉽겠

습니까.


그러나 배아파리즘의 과도한 평등주의만으로는 현실을 극복할 수

없습니다. 단지 강남 집값 잡기 위해서만으로 과도한 규제를 한 게

아니라 배아파리즘에 입각하여, 부수적으로 가난한 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서라는 '감정'이 개입했다면 두배로 욕먹을 만한 일이죠.


정부라도 무소불위는 아닙니다. 다 할 수는 없어요.

강남 고가주택 잡으려면 필연적으로 (상대적으로 낙후되었다는

일반명사로서의) 강북은 거래 자체가 안됩니다.

강남의 입지좋은 재건축 아파트 잡으려고 규제하면 필연적으로

판교 분당 용인 집값 못잡습니다.

차라리 돈 많은 사람들이 똘똘한 고가주택 하나만 남기고 다 팔아

치워서 돈 없는 사람들이 작은 평수 주택을 저렴하게 구입하게

만들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배아파리즘에 위배되는 정책이지만.


자본주의에서는 어차피 이익이 없으면 아무도 투자하지 않습니다.

그게 집이 열채인 투기꾼이든, 집 없는 무주택자이든 마찬가지죠.

적정한 이윤이 없으면 재건축 아파트는 낡아빠진 청운아파트처럼

되고 그러면 도심기능은 마비되고 서울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없어

지겠죠.

도심공동화와 슬럼화를 감수하더라도 배아파리즘을 위해

우리가 서울이라는 브랜드와 한강, 그리고 지하철 9개 노선을 포기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저는 집값과 사교육비만 잡으면 우리나라가 살만한 나라라고 보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잡을 수는 없습니다. 어딘가는 풀어놔야 합니다.

안그러면 몇년 뒤 시장의 역습을 받든가 도심공동화/슬럼화가

진행됩니다. 을지로 인쇄골목 가보셨습니까? 세운상가 옆

광도백화점은 아십니까? 창신동 오바로크 골목은요?

이대로라면 은마아파트 상가에서 뽀르노 테이프 파는

세운상가 대림상가의 그림자를 보기 전에 우리는 먼가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질문하겠습니다.

강남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벌이고 지방에 선택과 집중을

무시한 과도한 나눠먹기식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게 이게 과연

'이성적인 국토균형개발 수준'입니까 아니면 배아파리즘에 입각한

표심잡기 수준의 난개발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