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포털에서 거래포털로!

우면동 전세살다가, 이번에 강남, 서초, 용산 두루 살펴보고 우면동에 첫집 장만한 사람으로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면동 공인중개업소 많고 경쟁치열한 것 사실입니다. 하지만, 소위 '강남권'의 인기지역은 너나 할 것 없이 그렇더군요. 상대적 기준으로 보자면, 우면동 공인중개업소는 오히려 얌전하고 소박하다는 인상 받았습니다. 우면동에서 부동산의 숫자와 경쟁 땜에 짜증나셨다면, 한번 강남, 서초, 용산 다른 동네 한번 가보세요. 완전히 질릴 것입니다.

우면동 전월세 가격이, 서초구 최고인 것 사실입니다. 하지만 바로 코앞 걸어가는 거리에 LG 연구소, KT 연구소, EBS, 교육개발원,교총, 현대자동차본사(여긴 차로 5분)등이 있는 관계로 젊은 직장인들 전월세 수요가 워낙 탄탄한데 공급은 한정되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 부동산업자들의 개입이 큰 원인이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직장이 가까운데가, 자연환경, 편의시설, 교육 등 거주환경마저 쾌적하니, 당연히 실수요가 늘 많죠.

부동산이나 투기수요가 개입된 게 아니라는 증거로는, 우면동 매매가격은 서초구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는 겁니다. 방배, 반포, 잠원, 서초, 양재 등 서초를 통털어 가장 높은 전세가격, 반면 가장 낮은 편인 매매가격(KB 웹사이트 등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죠) - 실수요 많고 살기 좋으나 투기 수요는 없다. 뭐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 건가요?

우면동 가격이 요동친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다른 서초, 강남, 용산이 요동친거에 비하면 은행금리에 인프레 플러스 알파 정도로 오히려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작년 연말기준 가격 비슷했던 다른 동네랑 한번 비교해보세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그렇고 이번에 발품팔면서도 느낀거지만, 부동산업자가 독과점이 아니고 여러군데에서 경쟁하는 상황에서는 집가격을 결정하는 열쇠는, 부동산업자가 아니라 집주인과 집을 구하는 사람, 특히 집주인이 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2-3개월사이 집값이 급등한 지역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매물자체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정부가 양도세를 그렇게 매겨놔서 매물의 퇴출을 막고 있다고 하는 지적도 있고 인기지역 중대형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은데, 그것도 큰 이유겠지만, 아파트 주민끼리 담합해서 매물 거두고, 가격조정하는 힘도 의외로 만만치 않더군요. 대부분의 부동산업자들은 어떻게 해서든 거래를 일으키려고 하는데, 집주인들이 오히려 요지부동. 만약 기업들이 이런 담합행위를 하면 공정거래위반으로 고발할 수 있는 사안일텐데, 개인들의 이런 행동은 뭐라 해야할지, 대략난감하더군요.

사실 이곳 부뱅 우리 아파트 게시판에도 그런 매물관리 및 가격담합에 대한 공공연한 논의가 있는 거 보고 좀 놀랐습니다. 물론 모든 집주인들이 다 그런 생각 가지고 있는 것 아니고, 그렇다고 하더라고 실제 행동에 옮기지는 않는다고 믿습니다만, 관심있는 지역, 아파트여도 이곳 부뱅 우리아파트 게시판에 "매물 저도 오늘 거두었어요" "나이 드신 분들도 매물 거두라고 알립시다" "집값을 시세보다 낮추려고 하는 부동산업자가 있습니다. 이름을 공개하고 싶지만..." 뭐 이런 글이 있는 곳은 그냥 조용히 맘 접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우면동으로 결정하게 되었네요. 신사~양재 라인에 직장이 있는 실수요자들에게는 우면동 강추입니다. 시내로 자가용 출퇴근 하시는 분들에게도 강추(고속도로, 강남대로 직진코스라 의외로 가깝고 편리합니다). 시내까지 대중교통이 좀 불편한 거 외에는, 우면동 자연환경, 편의시설, 교육 등 모든 면에서 살기 좋은 동네입니다. 실수요자라면 봄에 꽃필때 시민의 숲 조각공원에 도시락 싸고 피크닉 한번 오셔서, 인라인도 타시고, 과천 청계산 까지 이어져 있는 양재천도 걸으시고, 우면동 아파트촌도 한번 둘러보세요. 사람 빠글거리지 않으면서도 멋진 조경과 넉넉한 잔디가 웬만한 외국공원보다 좋아요. 실제 프랑스상공회의소 등 많은 외국계 회사나 단체들이 이곳에서 봄이면 피크닉을 하곤 하더군요. 들른김에 코스트코에서 쇼핑까지하면 더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