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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르포] ‘보너스 잔치’후 첼시 집값 또 들썩

치솟는 영국 집값 중심엔…

5년새 집값 갑절로 20평 반지하도 13억원 거주자 75%가 외국부자


런던에서 최고 부자 동네로 꼽히는 첼시(Chelsea)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인 ‘일레스’의 윈도에는 최근 450만 파운드(약 86억원)에 팔린 2134제곱피트(60평)짜리 아파트 사진이 붙어 있다. 이곳의 제니 페인(Fane)씨는 “돈 좀 벌고 첼시를 둘러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첼시는 부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작년 말 런던 금융가에 보너스 대박이 터진 이후, 첼시 집값이 계속 뛰고 있다. 100만 파운드(약 19억원) 이상 보너스를 챙긴 런던 금융인만 4200명. 런던 로이즈 은행에 다니는 조나단 세백(Sebag)은 “첼시에 살면서 롤스 로이스를 모는 게 뱅커들의 꿈”이라고 말했다.

런던의 최고 부촌인 첼시의 아파트촌 풍경. 19세기 건물을 리모델링해 고풍스러운 멋을 낸 건물 1층에 명품 상점들이 입주해 있다. 이 지역엔 평당 1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수두룩하다. 물론 첼시의 집값만 뛰는 것은 아니다. 영국 전체의 집값은 지난 10여 년 새 3배가 됐다. 기본적으로 영국 경기가 1993년 이후 전후(戰後) 최장의 경제 호황이기 때문. 영국 경제는 금융보험업·통신산업·비즈니스 서비스업 등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1997~2006년까지 연평균 2.8%(유로 존 연평균 성장률은 2.1%) 성장했다. 그러자 폴란드·루마니아·불가리아 등 동구권 이민자들이 몰려들면서 주택 수요가 폭증했다. 강면모(姜冕模) 한국은행 런던사무소장은 “반면에, 환경 관련 규제 등으로 주택 공급이 원활치 못했다”고 말했다.


이 부동산 열기의 중심에 첼시가 있다. 710제곱피트(20평) 넓이에 침실 2개짜리 반(半)지하 아파트도 70만 파운드(약 13억 3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에는 70제곱피트(2평) 남짓한 스튜디오형 아파트가 17만 파운드(약 3억20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해외 부자들도 최고급 레스토랑과 명품 부티크(boutique)들이 가까이 있는 첼시를 선호한다. 첼시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슬론 스퀘어의 경우, 도보로 5분이면 닿는 거리에 지미추·구찌·샤넬·페라가모 등 명품상점이 즐비하다. 10분 거리엔 최고의 백화점 ‘헤로즈’가 있다.

첼시 아파트들은 19세기 건물이라 겉모양은 그다지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내부는 ‘격조 높게’ 완전히 개조됐다. 이곳 체스터턴(Chesterton) 중개업소의 상담가 조 트레스(Tress)는 “첼시 집값은 5년 전의 2배 수준으로, 침실 3개인 아파트의 경우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200만~300만 파운드(약 38억~57억원)”라고 말했다. 그는 “첼시 거주자의 75%가 외국인들”이라며 “러시아 중동 등 오일 머니에 이어 앞으론 중국·인도 거부들이 밀려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르웨이 해운업계의 백만장자 존 프레드릭슨도 첼시에 무려 4000만 파운드(약 760억원)짜리 저택을 갖고 있다. 피카소의 딸이자 유명 디자이너인 팔로마 피카소도 첼시에 집이 있다.

영국 중앙은행은 집값 폭등을 잡으려고, 작년 8월과 11월, 또 이달에 계속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정부는 부자 동네에 고율(高率)의 주민세(council tax)를 부과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그러나 일레스의 페인씨는 “금리, 세금 어느 것도 첼시 집값 상승에 큰 영향을 못 줄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김영진특파원 helloji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