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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빌딩 속속 매물로…
기업들 "현금부터 확보하라"
테헤란로·여의도 20개 나와… 대부분 외국계 자금이 매입
오피스 임대물량도 눈덩이

전재호기자 jeon@sed.co.kr


서울 강남권 빌딩들이 속속 매물로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하면서 사옥을 팔아서라도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 역삼동의 아주빌딩ㆍING생명빌딩, 한남동의 볼보빌딩, 포털 업체 다음이 사옥으로 쓰는 서초동 양재빌딩 등이 매물로 나와 있다. 여기에 우림건설 등 워크아웃이 진행되고 있는 건설 업체의 사옥도 주인을 찾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아주빌딩은 지하8층~지상20층, 연면적 2만2,856㎡ 규모의 건물로 가격은 1,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주그룹 관계자는 "빌딩매각 의사는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또 볼보 코리아가 소유하고 있는 한남동의 볼보빌딩은 연면적이 1만3,800㎡가량으로 시세는 500억원 후반대로 추정되며 양재빌딩은 440억원 안팎에서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피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테헤란로와 여의도 일대에 20개가량의 대형 오피스 건물이 매물로 나와 있는 상태다. 한 증권사의 부동산 업무를 담당하는 관계자는 “당초 30여개가 시장에 나왔지만 지난해 말 이후 10개가량이 거래된 상태”라며 “매매 비중은 테헤란로가 70%, 여의도가 30% 수준”이라고 말했다. 여의도에서 거래된 3개 오피스 건물의 총 규모는 4,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시장에 나온 오피스 건물은 주로 외국계 자금이 거둬들이고 있다. 고환율로 자국의 화폐 가치가 크게 높아진데다 국내 건물 값이 최고점 대비 30% 가까이 떨어져 이중으로 이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는 연면적 3만3,000㎡ 이상인 빌딩의 3.3㎡당 가격이 한때 최고 1,600만~1,700만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현재는 1,100만~1,200만원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정석재 CBRE 이사는 이와 관련, “사모펀드 성격의 외국계 자금이 유입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권 오피스 시장에서는 매물과 함께 임대 물량이 넘쳐 나고 있다. 기업들이 임대료를 절감하기 위해 강남에서 인근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고 부도나 폐업으로 문을 닫는 업체들이 늘면서 사무실을 비우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테헤란로 일대에는 한 건물 건너 하나씩 ‘임대’라고 써 붙인 빌딩을 쉽게 볼 수 있다. 신영에셋에 따르면 강남권의 오피스빌딩 평균 공실률은 지난해 말 2.4%에서 3.3%로 0.9%포인트 올랐고 4대문 안 도심권은 2%에서 2.9%, 여의도는 1.5%에서 2.6%로 각각 증가했다.

오피스 전문 포털인 저스트알의 이종우 차장은 “외국계 생명보헙사들이 빠져나가면서 강남권 일대에 공실이 크게 늘었다”며 “올 초 각 건물의 임대료가 5~7% 정도 올랐다가 다시 지난해 초 수준으로 낮춰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차장은 또 “건설ㆍ해양 등 1차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고 2차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강남 및 도심의 공실이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입력시간 : 2009/03/18 16:42:30 수정시간 : 2009/03/18 20:3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