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포털에서 거래포털로!

직장에서 일이 많아 밤늦게 까지 일을 하게 되는데 가끔 휴식차 부동산뱅크에 들어와 고수들의 글을 읽고 또 티격태격 논리 싸움에 많은 정보를 얻습니다.
오늘은 잠도 안오고 글을 한번 남겨보지요.

서울토박이로 자란 저는 참 희안하게도 서울의 여러 지역의 경험을 하게 되었고 그로인해 다른 사람들 보다는 집에 대해 좀 많이 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나의 각 지역에 대한 생각을 풀어보지요.

저는 서울 그 중에서도 소득 낮은 동네로 드라마 단골 메뉴인 은평구 출신입니다. 강북속의 강북 이지요.
은평구에도 부촌이 있었습니다. 갈현동이라는 동네이지요.
옛날식 단독주택 중 100평 이상 되는 집들이 많았습니다. - 제가 거기 살았다는 것은 아니구요.^^
저는 분수에 맞지않게 사립초등학교를 다녔는데 80년대 초반 쯤 갈현동 사는 우리 중 부자집 친구들이 하나둘 반포랑 개포로 이사를 가더군요.
그때 우리가 했던 말이 있습니다. - 반포는 반만 포기한 동네고 개포는 개도 포기한 동네 라구요.( 웃자고 한 소리입니다 )
저도 중학교를 가니까 엄마가 반포로 이사를 가야 겠다고 설레발이 치시다가 비싸서 못간다고 그냥 주저 앉았습니다.

90년대가 되니 세상이 바뀌었더군요.
모든것이 한강을 중심으로 나뉘는 것 같았습니다.
소개팅을 해도 강북사는 친구는 잘 안해주고.. 하여튼 세상의 중심이 압구정으로 보이고 압구정 살면 괜히 주눅들고 했지요.

그러다 어찌저찌 해서 목동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목동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더군요.
자급자족 사회라고 할까... 암튼 쾌적하고 편리하고 살기 너무 좋은데 단점은 백화점이 없다는 것과 강남으로 가려면 길이 너무 막힌다는 거였죠. - 놀러나가기 힘들었죠^^
지금은 현대백화점과 그 지하 몰이 있어서 더이상 강남에 나올 필요가 없겠더군요.
목동 사는 분들이 강남 안 부러워 한다는 것 저는 정말 이해 합니다.
주거만족도 면에서 거의 모든 것을 다 갖춘 동네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어찌해서 동부이촌동에 잠시 살게되었는데 여기는 그야말로 별천지더라구요.
일단 생활비가 너무 많이 듭니다.
아파트는 낡았어도 품위 유지를 해야 하기 때문에 돈 들어갈 데가 너무 많고 물가도 비싸고 ...
하지만 생활편리성 - 상가 , 음식점, 작은 가게 등등 에서 다른 동네에서 볼수 없는 이촌동 만의 특색이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이촌동의 음식점과 옷가게를 가끔 찾아 갑니다)
교통이 편리한 것이 최대 강점이구요. 한번 들어와 살면 다른데 옮기기 쉽지 않은 곳이지요.
하지만 이촌동의 최대 약점은 학군입니다. 학원 보낼데도 없구요.

결혼을 계기로 성북동에 살게 되었습니다.
이 사이트에 어떤 분들이 진짜 부자가 사네 어쩌네 하시는 그 곳이지요.
거기 골프 연습장에서 노무현 대통령도 본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아무것도 안할 때라 아주 겸손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성북동은 나이든 재력가들이 살기에는 좋은 동네 입니다.
각자일것 같지만 옛날 식으로 옆집에 무슨 일 있는지도 잘들 알구요, 동네 아줌마 끼리도 잘 모입니다.
공기좋고 경치좋고 어느집 거실에서 보아도 앞이 탁 트였지요.
주말에 퇴근해서 거실에 누워 있으면 산들바람이 불고 새소리, 벌레 소리가 들리고 했습니다.
나쁜 점은 일단 젊은사람이 살기 너무 불편합니다.
차없으면 못다니고 - 부부싸움하고 뛰쳐나와도 차키는 반드시 챙겨야 했습니다 ^^
슈퍼, 편의시설 모두 변변치 않고 시켜먹을데도 없고, 정말 서울에서 유배생활 했습니다. 물론 친구도 왕래하기 힘들구요.
집 관리비도 엄청나죠. 왠만한 히사원 연봉은 넘게 나옵니다.
그나마 가을에 지붕 위 낙엽은 제가 치워야 합니다.
결정적으로 눈이 많이 오면 출근을 못합니다. 어느해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장갑끼고 기어내려오는 저를 보고 시부모님이 아파트 살라고 허락을 해 주셨지요.

그때부터 서울 시내 아파트는 모조리 저의 검색 대상이었지요.
그러다 운좋게 2000년도 - 아파트 값이 가장 싼 시기였죠- 에 도곡동의 분양권을 사게 되었습니다.

도곡동에 이사와서 한달 살아보고 제가 그랬습니다.
뭐야, 같은 세금내고 강남만 이렇게 잘해줘도 되는 거야 라구요.
주거여건, 생활편리, 교통, 학군 무엇하나 빠지는 것이 없더군요 ( 죄송합니다 )
게다가 양재천까지... 사실 생활비가 좀 많이 들긴 합니다만 심지어 주유소 주유원조차도 다른 동네보다 친절합니다.
입주하고 아파트 값이 너무 많이 올라 주위 사람들이 너네 아파트를 미쳤다고 그값을 주고 사냐 할때 우리 부부는 그냥 웃었지요. - 살아본 사람만이 그 가치를 알지요...

아파트가 오른다고 좋기만 한것은 아닙니다.
식구가 늘고 집을 넓혀 가고 싶어도 이 동네를 떠나기는 싫고 큰평수는 너무 비싸고 ... 결국 오른 만큼 저희가 고스란히 부담을 해야 되더군요.

가까운 친지가 타워팰리스에 살아 타워에 대해서 잘 압니다.
일단 안보신 분이 그렇게 쉽게 치부해 버릴만큼 허접하게 짓지 않았습니다.
정말 럭셔리 하죠. 직원들 교육도 잘 되어있고.. 집도 그만하면 구조도 좋습니다.
제가 아이가 없다면 돈만 있다면 그런데서 살고 싶습니다.
주민들간 교류도 있고 특히 반트는 예술이죠. 반트일층 야외테라스에 앉아 있으면 뉴욕의 소호가 부럽지 않습니다.

아이파크도 가 보았습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분이 성북동의 300평짜리 집을 팔고 아이파크 70평대로 들어가시더군요.
솔직히 아파트 자체만으로는 아이파크가 타워보다 윗길인것 같습니다.
하지만 위치나 주변 시설에서는 타워가 우세하죠.
살다보면 학원과 제대로된 자잘한 상점들이 참 중요합니다.- 걸어서 갈수있는 곳들이요.

저는 이 험한 와중에 이쪽에 50평대 집을 사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성북동 사시는 친척들이 다 저보고 바보같이 앞으로 새로운 스타일의 아파트가 많을텐데 왜 그걸 샀냐고 하시지만 제가 보기엔 최고의 주거지로서 아이파크나 타워 같은 것이 앞으로 10년은 갈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건 제가 원하는 집이 아니고 ( 잡을 수도 없지만 ) 그 이후의 새로운 주거 형태가 제시 되었을때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사고를 친겁니다.

앞으로 집값이 더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제가 아는 저의 친구나 선후배 들은 하나 같이 기회 봐서 저희 동네로 이사 올려는 걸로 봐서는 아직 살 만한가 봅니다.
제가 대입제도도 바뀌었는데 뭐하러 여길 올려구 해 하면 선배가 웃으면서 넌 정부정책을 믿냐 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데 일단 이사가고 보는 거야 하더군요.

여기 많은 분들이 서울의 진짜 부자는 어디사네, 타워가 사람살데가 아니네 하시는데 짧은 경험이지만 언급하시는 여러 동네를 다 거쳐본 사람으로서 생각엔 주목이 되는 곳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강남 말고도 살기 좋은 동네가 많지만 과거 정부의 편향된 정책으로 강남이 수혜를 많이 받아서 너무 여러가지 면에서 앞서다 보니 질시도 받고 미움의 대상도 되는 듯합니다.
앞으로는 강북도 더 살기 좋아질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가 크고나면 한강 빌리지 같은 것이 좀 멋지게 생기면 그런데 살고 싶습니다.
제 죽마고우의 말처럼 저에게는 거부할수 없는 강북의 피가 흐르고 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