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포털에서 거래포털로!

국운이 걸린 수도이전 정책과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하 신행정수도법)을 제정하면서 정부가 헌법검토를 철저히 배제한 것은 중대한 실책이다.
그런데 신행정수도법의 위헌소원이 제기된 지금까지 헌법수호의 책임이 있는 국회(정치권)와 이를 비판할 위치에 있는 언론과 학계에서조차 헌법에 관한 논의보다는 2차적 문제인 수도권과밀해소, 지역균형발전, 재정규모논의 등에 치중해 온 것은 이해되지 않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헌법적인 검토가 너무 어려운 탓이었을까.
아니면 정부가 실책을 감추고 일사불란하게 추진하려는 전략에 모두 휘말려버린 탓일까.
더 늦기 전에 "신행정수도법이 국회에서 합법적으로 제정되었고 법을 시행하는 것이 정부의 의무"라는 주장에 문제점은 없는지 적극적인 검토를 하고자 한다.

첫째, 국민투표가 필요한 헌법적 이유이다.

수도이전 반대론자와 여론이 끈질기게 요구하고 대통령도 언급한 국민투표의 진짜 목표는 무엇일까?
그것은 국민의 동의를 얻는다는 1차적인 목표 외에 국회가 신행정수도법을 제정하는 입법근거 확보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합법적인 입법이라고 주장하는 측은 헌법 제40조는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를 근거라고 할지 모르나 이는 국회의 무제한적 입법기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이 부여한 입법기능의 내용과 범위를 지키라는 한계도 포함되어 있다.
즉, 헌법은 국회가 제정할 법률의 범위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또는 "-- 는 법률로 정한다."는 형식으로 86개 분야를 국회에 위임(유보)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가 86개 부문을 벗어나는 수도이전에 관한 입법을 하려면 둘째에서 설명하는 불문헌법에 저촉되어 별도의 입법근거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즉, 수도이전 정책을 제시하고 헌법 제72조에 의한 국민투표를 실시해 국민의 동의를 얻는 것은 앞에서 언급한 86개의 입법위임 외에 신행정수도법을 제정해도 좋다는 87번째의 입법위임으로 보아야 하며 국회는 이 근거로 신행정수도법을 제정하면 비로소 적법한 입법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입법근거 없는 위헌성 법률이 되는데 실제로 신행정수도법 제1조(목적)에 "신행정수도를 건설하는 방법 및 절차에 관하여 규정함으로써"라는 규정은 입법근거 없는 절차법임을 스스로 설명하고 있으며 이 점이 재검토를 해야 할 헌법적 이유이다.

둘째, 수도이전은 헌법개정 사항이다.

필자는 수도이전을 헌법과제로 보고 세계 187개국 헌법을 조사한 결과 이탈리아 헌법 제114조 "로마는 공화국 수도이며 그 지위는 법률로 정한다."와 같이 성문헌법에 수도규정을 둔 나라가 85개국이고 프랑스 같이 국가상징인 국가, 국기, 공용어는 성문헌법에 규정하면서 수도규정은 두지 않고 불문헌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있는 국가가 30개국임을 확인하였다.
불문헌법의 지위가 무엇인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프랑스 헌법 제2조를 소개한다.
- 공화국의 언어는 프랑스어이다.
- 국기는 청, 백, 적의 3색기이다.
- 국가는 La Marsrillaise 이다.
- 공화국의 Motto는 자유, 평등, 박애이다.
- 공화국의 원칙은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정부이다.

프랑스는 위와 같이 국가의 상징을 성문헌법에 규정하면서도 경쟁국인 이탈리아처럼 수도규정을 두지 않았다.
그것은 프랑스 대통령이나 국민 누구도 '파리' 이전은 상상할 수도 없다는 정서와 헌법에 규정한 것 이상으로 그 지위가 확고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도를 이전하려면 이전할 도시와 "수도의 법적지위, 운영은 법률로 정한다."라는 내용을 성문헌법에 추가하는 헌법개정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이 불문헌법의 이론이다.
마찬가지로 수도서울은 610년간 수도였고 1천년(2394년) 기념행사도 이미 진행 중에 있다.
이것은 태극기, 애국가, 한국말과 함께 국가상징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어 구태여 성문헌법에 규정하지 않아도 '파리'처럼 불문헌법의 지위에 있다고 해석되는 이유이다.
따라서 국가상징인 서울을 이전하려면 지금헌법에 "대한민국의 수도는 공주특별시로 하며 수도의 지위와 운영은 법률로 정한다."라는 헌법개정안을 제시하여 이행하면 이것이 신행정수도법의 입법근거이며 정당한 입법이 되는 것이다.
아울러 수도규정을 둔 지방자치법 제161조와 서울특별시 행정특례에 관한 법률도 동시에 개정해야 함은 당연하다.
이런 관점에서 대통령 선거공약을 근거로 제정한 신행정수도법은 법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위헌성, 원인무효성 법률'이라고 보아야 한다.
참고로 필자가 외국헌법과 관련 자료를 참고하고 헌법학자들과 협의하여 내린 수도의 정의는 수도란 "국가의 최고통치기관과 의회의 소재지로 헌법에 규정되어 있거 나 헌법의 지위에 있는 도시"라고 내린 바 있으며 수도과제를 검토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 신행정수도법의 위헌성, 위법성이다.

위에서 언급한바 신행정수도 정책과 법률이 국민투표나 헌법개정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입법근거가 없다는 사실로도 신행정수도법의 위헌성은 충분히 제시되고 있지만 법률 내용과 입법절차상의 위헌성 또한 적지 않다.
이미 보도된 내용은 생략하더라도 하나씩만 예를 들어보자.
우선 내용면에서 신행정수도법 제6조 4항의 "헌법기관의 이전계획에 대하여는 대통령의 승인을 받기 전에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규정은 국회동의 후, 대통령의 승인(재가)절차를 두어 국회를 대통령의 하부기관으로 전락시키고 3권분립 정신에 위배되는 있을 수 없는 규정인데도 국회가 조용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다음 입법절차상의 하자로는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의 공청회 생략 결정이다.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지만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 것은 정부가 입법예고한 신행정수도법안에는 '제6조4항의 헌법기관 규정과 제8조의 충청권 조항이 없다가 국회제출법안에 포함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핵심사항이 추가되었다면 국회가 개최하는 법정공청회에서 반드시 검토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런데 위원회가 국민적 규모의 공청회를 개최하자는 일부 위원의 요구를 무시하고 국회법 제58조5항 단서 "다만 위원회의 결의로 생략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다수결로 생략한 것은, 이 규정이 의사진행 방해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규정의 취지와 위원 전원이 법안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여 공청회개최가 필요 없다고 합의할 때, 회의종료를 위해 생략하는 규정임을 곡해한 월권적인 결정이다.
이는 헌법상 국민의 알권리와 참정권, 평등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결정이며 국회법에도 위반되는 결정임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치권과 정부가 면책용 전략으로 헌법적인 검토를 기피하고 모호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절차를 강행하는 것은 정당한 자세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오히려 정치권과 정부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기보다 헌법개정과 국민투표 중 택일을 하는 헌법적인 결정을 하는 것이 국민을 향해 책임지는 성숙한 자세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전기성 (전 한양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