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포털에서 거래포털로!

안녕하세요. 몇몇개 글을 읽다가 생각나는 점이 있어서 써 봅니다.

1. 이 게시판은 인터넷에 있는 어떤 게시판보다도 더 뜨거운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제와는 다른 얘기들이 판치고, 냉정한 분석보다는 주장이 조금 많은 편이며, 어떤 분들은 '내집 사는 것의 소중함'이라는 사실 참여자들이 생각하는 정보와 거리가 있는 정보를 반복적으로 쓰고 계신 것 같습니다.

2. 일반인들에게 내집 마련의 소중함이야 반복해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이지요.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닌 듯 합니다. 특히 전세로 옮기시며 새로운 환경을 즐기시는 분들도 많이 있는 상황에서 가족들 얘기 꺼내며 가족 앞에 부끄럽지도 않냐는 식의 얘기는 불필요한 듯 합니다. 그거야 어디까지나 가정사일 뿐이니까요. 반대로 애써 돈 모아 집을 구입한 사람들이 잘 못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문제겠지요.

3. 따라서 얘기는 가급적이면 주제에 맞춰야겠고, 그게 아니라도 집값 전망과 관련된 얘기라면 냉정한 분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사실 그런 글보다 인생살이 얘기나, 결국 장기적으로 보면 집값이 오릅니다는 식의 어뚱한 얘기들에 추천이 더 많은 걸 보면 제가 잘 못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물론 지금도 분석적으로 글을 쓰시는 분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4. 이러한 관점에서 지금 현재를 보면 확실히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FACT에 대해서 인정을 하지 않고서야 더 이상 논의를 진행시키기 어렵겠지요. 오히려 우리나라는 부동산 가격에 대한 통계상 문제로 인해 오히려 일별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통계를 볼 수도 있는데요, 사실은 누구보다 각자가 더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어떤 분들은 그 통계를 우리나라 주택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증거로 사용하시기도 하는데, 그게 설사 명목 자산가격은 결국 계속 오른다는 것의 메타포로 사용된 것이라 할지라도 문제는 여전합니다.)

5. 부동산 가격이 내리고 있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매수에 따른 비용이 많이 올랐습니다. 자기 돈으로 집을 사는 경우에야 문제가 될 것 없지만, 이 경우에도 거주용인 한채의 부동산을 사는 경우가 아닌 한 기회비용 문제가 발생합니다. 은행에 돈을 넣을 때 발생하는 이자와 주택 구입 후 가격 상승 기대 하에서 전자는 현실이고, 후자는 미래의 불확실성이기 때문에 이자율의 변동은 당연히 영향을 미칩니다.

6. 지금 은행에서 형성되고 있는 7%의 금리는 세금을 고려하지 않을 때 복리로 10년 후 거의 원금이 2배가 되는 수준입니다. 물론 그렇게 복리 투자가 가능한지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중요한 건 금리가 오르면 오를 수록 부동산 투자로부터의 요구수익률은 높아지고, 요구수익률을 맞추기 위한 적정 부동산 가격은 내려오게 되겠지요.

7. 금리 상승은 신규 매수자 뿐 아니라 현재 대출을 일으켜 주택을 매수한 쪽에도 부담입니다. 예를 들어 4억의 대출을 받은 경우, 실수로 변동금리를 선택했다면, 현재 부담해야 할 이자부담은 연간 3000만원 정도로 추산됩니다.(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만, 원리금을 다 상환해야 하는 경우에는 부담이 좀 더 크겠지요) 물론 대출 규모가 이보다 적은 경우나 고정금리를 선택한 경우에는 부담이 이처럼 크지 않겠지만, 어쨌든 부담이 늘어나는 계층은 확대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8. 금리는 어떻게 될까요? 경기 둔화와 글로벌 안전자산 추구 현상은 국채금리에는 하락 요인이고 정책금리에는 분명 인하 요인입니다. 하지만, 최근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신용 스프레드의 확대입니다. 그리고 개별 경제주체에게 중요한 것은 결국 신용 스프레드죠. 많은 분들이 가계의 경우 정책금리를 인하하면 CD금리 내려서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하시겠지만, 실제로 CD금리는 지금과 같은 신용위험 증가 국면에서 떨어지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현재 5.9% 정도의 CD금리는 시간에 걸쳐 일단 6.4% 정도까지 올라야 합니다. 지금 시장에서 거래되는 3개월물 은행채는 그 정도 금리이고, 지난주말 몇몇 은행들은 6.3~4%로 CD를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CD금리 최종 호가를 제공하는 쪽에서 느리게 고시금리를 올리고 있을 뿐 채권시장에서는 이미 CD금리가 약 50bp 정도 높게 형성돼 있다는 것이죠.

9. 물론 정책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면 어쨌든 CD금리는 안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적어도 더 오르는 것은 막히겠지요. 하지만, 그 다음에는 가계의 소득 저하라는 부분이 남아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중국에 대한 수출이 잘 돼서 우리나라는 계속 성장률이 높을 것라 생각하시지만, 실제로 미국과 유로, 일본 지역의 침체는 국내 수출증가율을 빠르게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동안 내수를 그나마 뒷받침했던 수출기업들의 소득 증가는 정체될 것으로 보이며, 그 와중에 이른바 고액 연봉을 자랑했던 금융권 종사자들의 소득 증가 역시 정체될 것입니다.

10. 또 한가지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는 대외불균형 문제입니다. 그리고 대외불균형 문제는 지금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이미 원/달러환율은 1260원대인데요, 환율 상승은 궁극적으로 물가 불안과 내수 침체로 이어지는 게 일반적입니다. 물가가 오르면 정책금리 인하 의지는 약해질 수 밖에 없고, 결국 민간부문의 자금 조달 비용은 내려가기 어려울 것입니다.

11. 물가가 오르고 금리가 오르면, 결국 주택 건설 비용이 올라가 전체적으로 주택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일견 맞는 말씀입니다. 이러한 점은 명목가치로서의 주택 가격이 장기적으로 볼 때 계속 오를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흔히 사용됩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수요의 둔화가 이러한 가격 상승 압력을 상쇄할 가능성이 크죠. 그게 바로 현재 각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주택가격 하락의 근본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될까요? 결국 주택가격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신규 주택 공급이 줄어듭니다. 미국의 경우가 대표적이죠. 비싼 신규 주택 공급은 줄고, 기존주택가격은 떨어지는 현상. 이것이 현재 각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 볼 수 있습니다.

12. 신규 주택 공급이 줄면, 다시 장기적으로 수급 불일치에 따른 가격 상승이 나타날 것입니다. 저도 그 같은 점에 동의합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신규 주택 쪽에 대해서는 새롭게 공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장기적인 수급 불일치에 따른 가격 상승이 단기적으로 주된 가격 형성 요인이 되지는 못 할 것으로 판단되고, 적어도 수요 측면에서의 회복이 어느 정도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가격 상승이 나타날 것으로 보는 게 합당하다고 판단됩니다.

13. 또 한가지 문제는 많은 기업들과 금융기관들이, 가계보다 앞서서 자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금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과 금융기관은 결국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자산을 매각해야 할 것이며, 여기에는 부동산도 포함됩니다. 기업, 금융기관들의 부동산 매수가 적극적이지 않았었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래도 지난 2년간 30%를 넘어선 중소기업 대출에 부동산 관련 대출이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14. 사실 '내집 마련의 꿈'을 얘기한다면 이 게시판에서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없습니다. 내집 마련의 꿈은 소중한 것이고, 다른 무엇으로도 얻을 수 없는 행복을 안겨 줄수도 있지요. 하지만,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알고 보면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의 가장 대표인 '내집 마련의 꿈'으로부터 출발한 것입니다. 이것이 결국 70년대까지만 해도 50평을 넘지 않던 미국 사람들의 평균 주택 크기를 70평대까지 늘려 놓은 것인데, 이 과정에서 번 돈을 쓰기보다 미래의 소득을 과다하게 차용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지요. 이 과정에서 자본주의는 본래 기능대로 탐욕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작동했습니다. 내집 마련의 꿈이 나보다 더 비싸게 사줄 사람이 있다는 믿음 하의 투자로 변질되는 과정이죠. 그 결과는 늘 같은 결론을 유도해 왔습니다.

15. 물론 우리나라는 이른바 DTI규제를 통해서 어느 정도 차입을 규제했기 때문에 상대적인 위험도 크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부동산 매수의 마지막 국면에 나타났던, '내집 마련의 꿈'이 아닌 '나보다 비싸게 사줄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올라간 가격은 되돌림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게 합당해 보입니다. 그 조차도 부인한다면 그건 냉정한 것이 아니겠죠. 그 가격이 얼마인가는 누구도 모를 테지만, 그 정도의 버블이라도, 꺼지기 시작했다면 역사적인 버블의 교훈을 되살려 볼 필요는 있겠지요. '모든 버블은 시작한 시점 아래로의 가격 하락으로 끝난다'

16. 어차피 많은 분들이 자금이 넉넉하지 않고, 그래서 대출도 이용해야 하고, 미래의 생활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는 돈도 좀 잘 써야 하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런 분들이 여기에서 가급적이면 싸게 적합한 주택을 사고자 정보를 얻으려 합니다. 그렇다면 모든 것을 아는 듯이 부동산 가격 더오릅니다 식으로 그 분들을 가르치려 들거나, 내가 싼 값에 사고 싶어 부동산 폭락을 '기대'하거나 하는 식의 글들은 좀 지양돼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5년간 폭락을 외쳐왔었는데 결과가 이게 뭐냐는 식의 비난도 문제고, 지난 5년간 폭락을 외친 데 대한 반성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보입니다. 지난 5년간 올라왔다고 지금의 의미 있는 하락을 못 본 척 하는 것 역시 큰 문제구요. 투자는 항상 현재의 의사결정 과정이며, 반성은 새로운 투자의 시작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17. 늘 그렇지만, 지금이 가급적 싼 값에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적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내집 마련을 위해서는 불확실한 가격 전망에 몸을 맡기기 보다는 지금까지 내려온 집값 하락을 행운으로 생각하는 자세도 필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집 이외 투자 목적의 부동산 매수는 다른 투자 대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진 상태이고, 그 근원에 수요 부족 현상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입니다.

18. 모든 분들의 투자에 성공이 깃드시길 기원합니다.(실제 이름 쓰는게 조금 창피해서 이름을 바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