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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나고 자라고 강남북 다 살아보고 늙은 사람입니다.
제 돌아가신 아버지도 옛날 서울분이셨고, 아직도 서울 사대문 밖만 나가면 큰 일나는 줄 알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 사람입니다.
부동산 정책, 정치표만 의식하고 발표되는 듯하여 안타깝습니다.

먼저 저희 집 이야기 조금.
저는 정부 부동산정책이니 뭐니 별 관심갖지 않고 당연히 원래부터 서울이었던 강북에서만 평생을 보냈었습니다.
나이든 다음에는 강북 외곽에서 꽤 오래 살았지요.
시내보다 좀 넓게 살기 위해서요.
그리고는 더 이상 이사다닐 엄두가 나지 않아서, 또 자식들은 결혼 뒤 제 필요에 따라 필요한 곳으로 가 살므로, 저는 정원과 나무와 하늘을 보기좋은 아담한 우리집, 그런대로 차고도 딸린 그 한 집에서 몇 십년을 살았지요.
돈 싫어할 사람 있겠습니까만 집이나 부동산으로 돈을 번다는 걸 특히나 죄악시하는 제 남편, 아파트라면 목숨 걸고 이사 반대하던 제 남편 때문에, 지난 '90년대 후반 다세대 다가구 주택 붐으로 저희 집 주변 골목이 주차난 심해지고 일조권 방해되고, 조망권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열악해진 다음에도 이사할 생각을 하지 못 했답니다.
골목에서 제일 먼저 지어진 저희 집은 차고가 있었지만 다세대 다가구 주택들로 포위된 다음에는 차고에 차를 넣을 수가 없었어요.
차고에 차를 입고하려면 골목에 여유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그 공간이 없어져 버렸으니까.
차차로 옆 다세대주택들 지하 세 사는 사람들도 가구마다 차를 가지고 입주하니 저흰 결혼해 분가한 자식들이 부모를 모시러 차를 몰고 와도 잠시 주차할 곳도 없었어요.
그래 집 앞 빈 자리에 잠깐 차를 세웠더니 앞 집 새 이주민들이 그 동네 터줏대감이자 평상시 차를 골목에 대놓지도 않는 우리집 식구들더러 생난리를 치더군요.

그래서 마주 언성을 높일 기운도 없는 우리 노부부가 이사를 결정했지요.
자식들 의견따라 주차장 걱정없는 새 아파트로 분양받아 가기로.
그런데 수십년간 집값이 상대적으로 거의 안 오른 강북의 단독에 살았으니 그 집 팔아 갈만한 곳, 우리 부부의 오랜 살림으로 비좁지 않은 아파트로 가려니 서울을 벗어날 수 밖에 없었어요.
서울서 멀지 않은 곳에, 지하철도 곧 연결되니 살 만하다고 큰딸이 추천해주는 곳에 아파트를 분양받아 잠시 살았습니다.
공기도 맑고 단지내 시설도 좋아서 만족했지만 문제는 교통이었어요.
저희 부부와 결혼 하지 않고 나이든 장애인 딸, 이렇게 남은 세 식구가 생활권은 각각 서울 강남북 시내이니까요.
그 아파트에는 강남북 시내로 출입하려면 버스를 갈아타야 합니다.
걷는 운동을 조금이라도 하기 위해 저희 세 식구는 모두 차를 운전하지 않습니다.
지하철은 예정보다 몇 년 늦게 연결된다 하더군요.
부지런한 남편은 아직도 시내로 매일 출근하는데, 입술이 자꾸 부르트고 지난 겨울에는 허리병까지 심하게 걸려 출근을 하지 못 하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많이 했지요.
집문제는 정말 간단한 일이 아니구나.
정말 가족들에게 필요한 곳에 살아야 하겠구나.
고민을 많이 하고 많이 다녀본 끝에 결정한 곳이 한강 이남, 강남북 시내 출입이 쉽고 평지이고(우리모녀는 몸이 불편하니), 교통 편하고 주변 이용 시설도 몸 불편한 이들 크게 나쁘지 않은 그런 곳이었어요.
딸은 집에서 일하는데, 주변 상업시설 직접 보이거나 들리지 않는 조용한 곳이라야 한답니다.
헌데 그런 곳은 어느 집이나 너무 비쌌어요.
전에도 강 이남은 비쌌지요.
하지만 팔십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이전 단독주택을 팔고 조금 더 주면 살 만한 정도였는데, 하지만 남편이 그 답답하고 뜰도 없는 아파트에 왜 사냐고 싫어해서......
이제 늙어 몸이 쇠약해지거나 불편한 세 식구만 남으니 남편도 더 이상은 아파트를 반대하지 못 합니다.

고민 끝에 그냥 이사를 결정하고는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사는 게 뭔가 하고. 팔십년대에 미리 앞을 보고 여기가 서울토박이인 나에게도 더 살기 적당할 거라 생각했다면, 지금 그렇게 많은 비용 들여서 이사하지 않았을 텐데 하고요.
전에 한강 이남 저층 소형 아파트 살던 사람들은 살기 어려운 사람들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갑자기 부자가 되었더군요.
집값이 올라서. 그 중에는 가장이 경제능력이 없어 부인이 힘들게 여러가지 일하며 살아온 사람도 많구요.
그 부인들에게는 안타깝습니다만, 그런 개인적인 일 하는 사람들이 세금은 얼마나 냈나요?
우리 나라 사람들은 나라에 대해 사회에 대해 모두 목소리가 크더군요. 세금을 내느냐 아니냐는 매우 중요한 사회문젭니다.
사회를 유지하는 수단이니까요.

저희 집 남편은 머리가 하얗게 세도록 세금 정말 많이 냈습니다.
얼마나 냈내구요?
어떤 사람들 평생을 벌어도 어렵다는 액숩니다.
사업하는 사람들이 탈세한다구요?
할 수 있는 사람이 그러는지 몰라도, 제대로 사업하는 사람들, 탈세하기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정직해야 떳떳하게 세무조사받을 수 있구요.
그런데 그 세무조사, 정권이 바뀔 때면 나온다더군요.
그럴 때 남편은 속상해서 펄펄 뛰었습니다.

이제 남편은 늙어서 전처럼 화내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이민간 남편 친구가 한가한 복장으로 한국에 놀러 나와 하는 말 들으면 씁쓸해합니다.
그 친구는 한국에서 돈 많아서 이민간 경우도 아닌데, 미국은 노인복지가 잘 되어 있다며 노인 살기 참 편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요?
남편은 평생을 잠 못 자고 기술개발에 바치고, 특허를 따도 나라에선 보호해주지도 못 하더군요.
오이씨디 가입 이후에는 외국특허까지 따야 했는데, 특허가 가장 늦게 나오는 나라가 한국이고요.
기술개발 벤처기업이요?
아들들까지 참여해서 등록했지만 혜택본 거 하나 없습니다.
오히려 외국기업에서 정부기관으로 문의가 들어오면 세부내용 잘 모르니까 별별 해당사항 없는 일까지 오라가라 일만 복잡하게 만듭니다.

남편은 지금의 아파트로 이사한 후 입술부르트고 허리 앓던 병이 나았습니다.
출퇴근 때 지하철 한 번 타면 되니까요.
저도 원하는 거라면 앞으로 지하철에 계단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게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많이 만들어주는 겁니다.
미국은 젊어서 세금을 내지 않은 이민자도 편하게 노후를 살게 보장해주는데, 우리 노부부가 누리는 건 이 정돕니다.
남편은 곧잘 그럽니다.
왜 세금낸 실적대로 노후보장해주지 않냐고. 적어도 지하철 엘리베이터나 노약자 마음대로 타게, 새치기 안 당하게 보장해주지 못 하냐고. 이게 뭐냐고.
그런데 엘리베이터 있고 좀 편한 아파트로 늘그막에 이사해 왔다고, 갑자기 웬 지역 편가르기, 투기라니요.

전 강북 북촌이 고향이라, 한강 이남이 더 좋다고 인정하기 싫던 사람입니다.
어쩔 수 없이 강북 교외로 경기도로 살러 갔다가 이젠 할 수 없어 몸 불편한 세 식구, 집값 가격차의 부담을 허탈해하며 강 이남에 이사해 살고 있습니다.
평생 애쓰며 국가에 헌신한 우리 가족, 세금 눈물나게 많이 내고, 밤 잠 못 자고 머리가 세도록 제품개발하고, 그 개발비는 나라에서 주지 않았고, 직원들 주말이면 쉬지만 사업하는 사람은 공휴일도 없이 생각할 것 너무 많습니다.
인건비가 적던 시절에도 작은 기업하는 사람은 직원들에게 '당했다'고 할 만한 일이 많았습니다.
정직하고 성실한 직원도 많았지만, 회사는 그저......
더 말하면 기분나빠할 분들도 있겠지요.
어쨌든 직원들 입장을 다 헤아려야 하는 사주 입장은 고달픕니다.

저희집은 아직도 목욕탕 조명을 낮은 걸로 바꾸고 삽니다.
텔레비전 볼 때는 전기등을 끄고, 목욕물도 많이 받아 쓴 적이 없어요.
대중교통만 이용하고요.
회사의 차는 업무용이니 그 업무를 보는 다른 사람이 씁니다. (그런데 직원에게 차를 맡기면 집으로 가져 간다더군요. 참)

이제 제발 유치한 편가르기는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이게 모두 세금조달을 위한 여론 조성이란 소문까지 있다던데, 그게 사실인지.
그렇다면 평생 세금 많이 내온 저희 같은 사람들은 정말 허탈합니다.

지금 부동산관련업자 혹은 잠재적 관련자의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그게 제가 생각하는 문제점입니다.
중년실업률이 높다고요, 그게 부동산 관련 자격증 공부하는 사람들로 연결되는 거지요.
지금 제가 사는 곳은 아파트가 오래 되어 그런지 아니면 이익이 많이 나는 곳이 아니라 그런지 수십년 붙박이로 일해온 오래된 부동산 소개업자들뿐입니다만, 조금 더 나가서 저층 아파트 단지로 가면 새 부동산 사무실이 많습니다.
저희 집 아이 말로는 도서관에 올해로 갑자기 더 중년층이 많아졌다 하더군요.
함께 부동산 자격증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다 합니다.
그들이 모두 합격하지는 않는다니, 불합격자도 그 관심권내에 머문다치면, 엄청난 숫자 아닙니까?
듣자니 그 수가 어마어마하던데, 신도시에 가면 부동산 사무실 정말 많고, 모두 부동산을 부추키는 말만 합니다.
부동산 관련 자격증 숫자를 제한해야 합니다. 지금 불을 부은 듯이 불어나고 있습니다.
또 하나 다른 생각도 있지만 이 게시판이 부동산 게시판이라, 여기에 적을 내용은 아니라 사료됩니다.

그리고, 세금은 좀 더 합리적으로 해야 합니다.
양도세면 양도세, 보유세면 보유세.....
저희같은 사람이 비싼 지역에 비싼 집값 불구하고 편하게 일하러 다니자고 들어와 살다가, 만일 남편이 그나마 몸을 움직일 수 없어 은퇴하고 비싼 시내에 더 이상 있을 수가 없게 되면, 또는 다른 사정이 생겨 비싼 집을 팔고 집을 줄인다면, 평생 낸 세금이 얼만데 노인의 마지막 노후자금까지 양도세금으로 내라는 겁니까?
그리고 노인들의 주택은 노인들이 각자 평생 낸 세금을 기준으로 해서 주택관련 세금을 감면해야 합니다.

보유세는 재산세를 올린단 이야긴지요?
그렇다면 약간은 올릴 수 있다 생각합니다.
전에 잠깐 살아본 경기도의 새 아파트만큼은. 그 아파트는 세금이 많았습니다.
물론 집도 여기보다 좋았지만요(여긴 더 좁고도 낡았습니다).
문제는 지금 여기가 더 비싼 집이란 거지요.
더 좁은 집에 오면서 부담은 크니 억울했습니다만 어쩔 수 없더군요. (이젠 식구가 줄었으니까 하고, 짐을 많이 버렸지요.)
그러니 재산세도 더 내라면 또 어쩔 수 없이 내야지요.
더 비싼 집이니 어쩔 수 없다 하고.
하지만 너무 많이 올리지 마시기를.
저희 손으로 들어오는 순수입은 얼마되지 않는데......

또, 교육문제 운운하기도 하는데요. 입시부활은 찬성입니다.
그리고 실업게 학교를 우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왜 적성이 되든 아니든 모두 입시를 치러야 하는지?
사회에는 일이 많습니다.
대학 나와야 하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기술학교가 수치가 아니어야 하고, 기술자를 우대해야 합니다. 독일처럼.
그래야 경쟁력 생깁니다.
우리나란 기술력은 떨어지고 임금은 비쌉니다.
우리집은 교육문제 때문에 한강 이남(저는 강남이라 떠드는 말 싫습니다.
그 말 좀 언론에서 떠들기 말기를 바랍니다)으로 이사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교통과 편의, 주변시설, 소음, 공기 소통(기관지 약한 큰 딸이 여기 꽤 살아봐서요. 자동측정기라 합니다), 집에서 조용히 일해야 하는 딸 문제로 요란한 상가가 없을 것, 평지 등등 노약자와 장애인이 일보러 강 위 아래 시내다니며 살기 적당한 곳으로 고민 끝에 정한 겁니다.
자연환경이야 잠깐 살아본 경기도가 더 좋았습니다만, 어쩔 수 없더군요.
(그곳도 지하철 들어가고 도로망이 더 좋아지면 사는데 아무 문제 없지요. 오히려 젊은이들은 차를 가지고 다니니 여기보다 나을 수 있다 생각합니다)
실버타운은 교통 불편하고 한적한 자연환경에 있는 곳보다 시내의 경우가 더 인기가 좋습니다.
자연환경 누리는 거, 젊고 건강한 사람들 이야깁니다.
저희 가족도 산과 숲을 좋아하지만 그렇게 살 수가 없어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