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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소주세를 인상하려고 하다가 열린당이 서민의 술에 대한 세금 가중은 좋지 않다고 반대하여 흐지부지되어가고 있다. 정부는 4, 5조원의 재정적자를 메울 길이 없으니 이런 궁여지책을 내었으나 그것도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런데 왜 4, 5조원의 재정적자가 나게 될까? 그 이유는 서민정부가 서민을 위하여 쓸데는 많은데 수입은 적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수입이 적을까? 그것은 경제불황 때문이다. 모두 여기까지는 큰 반감없이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왜 경제불황이 이렇게도 오래 계속되고 있을까? 왜 내수부진이 이렇게 오래 가고 있을까? 여기에 대한 답은 서로 다를 것이다. 돌이켜보면 04년 지난해 우리 경제는 불황이 올 이유가 거의 없었다. 수출은 경이적으로 좋았고, 환율이 안정되어 있었으며, 노사문제도 어느 때 없이 안정된 편이었다. 그런데 왜 혹심한 내수부진이 왔고, 지금도 이렇게 계속되고 있을까?

그것은 바로 재산세와 같은 부동산의 세금정책 때문이다.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은 성장성 자본가격이 헛값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원래 호들갑스러운 시장이다. 헛값은 그 값에 해당하는 실물이 사회에 없기 때문에 시장에 약간의 변동 신호만 와도 값이 급등락을 반복하며, 시장과 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주는 요물들이다. 물론 주식은 이런 신호가 오면 눈에 띠게 급등락하고, 부동산은 급등하거나 아니면 하락 대신에 급등이 갑자기 급정거를 하게 된다. 이와 같은 급등 현상은 실물경제에 초과수요를 주고, 급락이나 급정거 현상에는 반대로 큰 과소수요를 준다.

따라서 정부의 강도 높은 10.29조치(03년)와 8.31조치(05년)는 시장에서 부동산 부분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였다. 그 이유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일어난다.

하나는 부동산 건축시장을 얼어붙게 하는 것이다. 우리 경제에서 부동산 건설부분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7% 정도라고 알고 있다. 여기서 1% 정도만 주저앉아도 경제성장률은 그만큼 감소되는 것이다. 단순 계산으로도 국민 총생산이 700조원이라면 이의 1%는 7조원 규모다.

다른 하나는 우리가 잘 모르는 것으로 부동산시장 충격으로 인한 가계부문의 적자다. 이것은 건설부문과는 별개로 부동산의 소유부문에서 발생하는 영향이다. 그러나 이런 가계부문의 적자 상태는 제대로 연구된 바가 없다. 소유자 가계부문이 미치는 시장은 [소유이자>사용수익]의 불변 현상 때문에 총수익(소유이자)의 절반은 부동산의 운영에서 회수하고, 나머지 절반은 가격상승에서 간접적으로 찾는게 일반적이다. 그러면 이자율이 4%이면 2%는 정도는 부동산 가격이 매년 올라야 소유의 수지 균형을 맞출 수가 있다. 그런데 부동산 가격의 정상상승률 2%가 국가경제에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건설부문의 7%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 규모는 어림잡아서 사유토지가 2,500조원, 주택과 빌딩 등 건물이 2,500조원이라고 보면, 총규모는 5,000조원이나 되는 것이다. 물론 이 금액은 자본 금액이기 때문에 이 금액이 그대로 모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고 이 금액의 기회비용이나 평균 거래액이 급변동하여 영향을 주는 것이다. 부동산시장에서 정부의 고강도 정책으로 인한 조치는 소유자 가계부문에서 충격이 오고, 그 충격만큼 소비가 위축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부동산시장의 충격은 생산부문(건설부문)의 공급위축과 부동산 소비부문(가계부분)의 수요위축으로 쌍둥이 위축이 오며, 거시경제는 다른 부분까지 연쇄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일본의 12년 불황은 이렇게 하여 온 것이다. 영국의 80년대 불황도 이와 비슷하였다.

강도 높은 10.29와 8.31 정책은 부동산 가격 급등과 투기는 막아서 성공할지 몰라도 이와 같이 경제는 큰 수렁으로 들어가서 다른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그래서 경기가 부진하고, 세수가 부족하여 소주까지 세수 충원을 위한 수단으로 동원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재산세는 기껏해야 0.5%, 종부세까지도 1% 미만으로 우리의 눈에는 너무 미미하지만 그 값이 일으키는 파장은 이처럼 거시경제에 큰 영향을 준다. 4% 이자율 사회에서 세율 1%는 그 25배의 자본화 효과를 일시에 주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는 너무 강도가 높은 양도세 중과세도 크게 거들고 있다.

몸의 총 사령탑인 머리에 실 핏줄 하나만 막히거나 터져도 신체는 큰 손상을 입는다. 이와 같이 부동산과 토지는 금액도 크고 경제에서 필수재이기 때문에 여기서 흐름이 일시에 막혀버리면 경제 전체의 충격은 생각보다 매우 크게 나타난다.

따라서 이번의 소주세 인상안은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연결 고리를 갖고 있다.

재산세와 부동산세 급격한 강화(10.29와 8.31) -> 경기 급랭과 부진 -> 세수부족 -> 재정수요 충족을 위한 세수확보 -> 소주세 인상안 등으로 연결되고 있다. 서민을 위한 부 동산정책과 재산세의 인상이 서민미 마시는 소주세의 인상으로 갈 수 있듯이 부동산정책은 그렇게 정부가 "투기는 이제 끝났다"라고 호언장담할만큼 쉽게 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서민정부는 부동산 부자에게 세금을 많이 거두면 부동산 투기도 잡고, 세수도 확보하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다고 보겠지만, 실상은 일본처럼 경제만 쇠락하고 서민도 따라 고통만 주고 문제는 다시 불거지는 것이다. 이것이 재산세 인상의 아이러니요 소주세 인상의 해프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장에서 땅값 헛값이 있는 한 부동산 세금 강화는 투기와 부동산 치부의 독은 예방할지 몰라도 이처럼 다른 문제로 인하여 그 고통은 끊임없이 계속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