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포털에서 거래포털로!

이땅에 많은 젊은 무주택자들에게 드리는 글

나는 언제부턴가 이 부동산 사이트를 자주 찾게 되었다.
특히 이 토론실에 들어오면 부동산을 매개로 펼쳐지는 다양한 의견들을 접하게 된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다. 몰랐던 부분도 알게 되고 감동적인 글을 읽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짐을, 잘못된 정책에 대한 비판의 글을 읽게 되면 나도 모르게 화도 나면서, 심지어 상대방의 글을 마구 비방하는 못된 글도 나에게는 타산지석으로 배울 수 있어 좋다.

여기 토론실의 글을 훑어보면 대략 두 부류로 나뉘어 진다.
무주택자와 유주택자가 바로 그것이다.
생각의 관점이나 인생관이 비슷하게 둘로 갈라진다.
앞으로 살아가는 인생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특히나 이들이 젊은 세대들이라면 20년, 30년 후의 인생의 모습은 너무나도 많이 달라지게 될 것임은 틀림없다.

내가 서두를 장황하게 쓰는 이유는 다름 아니다. 무주택자에 드리는 글이다.
여기서 무주택자라함은 정부 정책만 믿고 당장 집 사기를 꺼려하는 사람, 자신의 소신을 굳게 지키며 집을 안사는 사람, 아내모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언젠가는 집이 주거의 개념으로 바뀔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포괄적으로 포함된다.
미안하지만 돈이 없어서 집을 살 수 없는 분은 해당되지 않는다.
또한 열심히 저축해서 집을 가지고 있는 이땅의 많은 유주택자들에게(전문적인 투기꾼은 제외) 경하를 드린다.

지금 내나이 40대 후반의 가장으로서 자녀 둘 대학 다니고 있으며 집은 경기도 신도시에 집 한 채를 소유하고 있는 평범한 소시민이다.
쭉 무주택으로 살아오다가 그 집도 현 정부 들어서고 나서야 비로소 사게 되었다.

80년대 중반으로 생각된다. 30대 초반이었다.
아내는 남의 집 전세(단독주택 상하 방)살면서 부지런히 적금을 부었다.
먹을 것, 입을 것 아껴가면서 당시 대부분의 부인들이 그러했듯이 아내도 그렇게 돈을 모았다.
집을 사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2년 전세 만기는 어찌나 그렇게 빨리 돌아오던지...전세금 올려 달라, 애들이 시끄럽다...등등 지금 생각해보면 아내는 잘도 참아냈던가 보다.
드디어 적금을 타게 됐다. 아내는 당장 집 보러 가자는 거다.

그러던 어느 날 집으로 곧장 퇴근한 나는 신발도 벗지 않고 마루에 걸터앉아 아내에게 평소 내가 가지고 있는 주택의 개념에 대해서 일장 연설을 하고 있었다.
“집이란 필요 없는 거야, 미국 보아라. 소유의 개념이 아니잖니?(당시 어디서 주워들은 말이었음) 굳이 집을 사려고 안달할 필요 없어.
앞으로 시대는 전세나 임대의 개념이지 결코 소유의 개념이 아니다...
그렇게 아내를 설득시킨 나는 집을 사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났고 그래서 기분이 하늘로 날라 갈 것만 같았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적금 탄 돈으로 차를 샀다. 당시 포니 중고차를 샀던 것이다.
젊은 날을 그렇게 살았다. 그러면서 주변에 누군가가 집을 샀다는 소리가 들려오면 어김없이 나의 그 주택관이 터져 나왔다.
“주택이란 소유의 개념이 아니야, 그저 기본적인 책이나 살림살이, 옷가지 등만 1톤 트럭에 싣고 이사하면 되는 거야, 집을 소유하면 귀찮은 세상이 반드시 올 것이거든.” 그러면서 집값 오를 때마다 내쏟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굳게 믿었다.
아니 믿고 싶어 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지금까지 잘 참고 견뎌왔는데 지금에 와서 백기를 들고 집을 산다는 것은 내 위신을 추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믿었다.
주변의 친구들이나 아내에게 할 말은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러는 사이 아파트값은 계속해서 오르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위정자들은 서민의 꿈을 결코 저버리지 않겠다는 굳은 언약을 했던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정부를 끝까지 신뢰했었다.
그런데도 아파트 값은 올라갔고 이제는 집을 사기는 사야겠는데 집을 살 돈이 없는 것이다.
애들이 커감에 따라 들어가는 돈도 많았다.
순전히 집을 안 산 덕택에(?) 좋은 차 끌고 다녔으니 그 낭비의 습관이 어디 가겠는가.
더군다나 여태까지 잘 참아왔는데 이제 서야 집을 산다는 것은 너무 화가 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결국 항복을 했다.
내 나이 40대 후반, 현 정부의 계속된 부동산 정책의 실정을 보고서 더 이상 기댈 언덕이 없어서 집을 사게 되었다. 정말이지 눈물이 났었다.
집을 샀다는 기쁨의 눈물이 아니라 비통함의 눈물이었던 것이다.

지금 남은 것은 형편없는 재산 가치이다.
젊었을 때 주위사람들이나 아내 말을 듣고 집이라도 한 채 사놨더라면...하는 아쉬움은 내내 남는다.
내 친구 중에는 배운 것도 없고 물려받은 유산도 없었지만 버스비까지 아껴가면서 돈 모아 집을 사서 부자가 된 이가 있다.
이제 새삼스럽게 크게 부러워할 것은 아니지 만 솔직히 씁쓰레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여기 게시판에는 젊은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불혹의 나이를 넘겨가면서 아직도 집은 주거의 개념이라고 생각하면서 집 사기를 거부하는 그런 젊은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정부의 정책을 과신하지 마세요. 정부는 늘 당위성만 제시합니다.
즉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만 제시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희한한 것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터질 때마다 서민들이 집 사기가 어려워진다는 사실입니다.
정부는 결코 가난한 사람을 부자로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집 없는 서민들에게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집을 주지 않습니다.
그게 자본주의 사회인 것입니다. 즉 번 만큼, 아껴 쓴 만큼, 재산을 늘린 만큼 사는 것입니다.

그리고 집을 빨리 사세요. 힘들더라도 대출받아서 집을 사세요.
집을 사게 돼서 돈을 번 다기 보다는(그 점도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며) 빌린 대출 갚아나가는 것이 돈을 번 것입니다.
그 만큼 쓰지 않고 저축한다는 의미이지요. 우리나라는 아직은 주택이 재산입니다.
재산 가치이든 노후 대책이든, 자식에게 물려주기 위함이든 상관없습니다.
가능하면 2주택을 소유하세요. 그 이상은 저도 아니다라고 봅니다.
그리고 부동산의 물을 흐리게 하는 일부 극소수의 투기꾼도 경계합니다.

제 경험이 무주택자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에서 주변머리 없는 글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