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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노대통령의 기자간담회에서‘부동산거품이 꺼질 경우 장기불황이 올 수 있다’라는 기사와 부뱅의 관련 토론들을 읽고, 일본의 10년 장기불황과 현 경제상황과의 차이와 현 정책의 적절성여부에 대한 소견을 적어봅니다.

1. 1991년 일본 부동산 버블(거품)붕괴의 원인

(1) 당시 일본의 경제상황

당시 일본의 경제상황을 자산시장과 실물경제로 나누어서 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가 됩니다.

1) 버블생성시기의 자산시장
83년 이후 7년간 주식시장은 연간 20%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하였고, 부동산시장도 83년 이후 동경 오피스부지를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산되어 89년까지 지가가 급등하였습니다.
(동 기간내에 일본 시가지 지가지수기준으로 2배가까이 상승)

즉, 당시 저유가, 안정된 물가, 엔고 등으로 인한 저금리 및 통화팽창정책은 전 자산시장의 거품을 생성시켰고, 부동산시장의 경우는 동경의 국제금융센터화 계획에 따른 오피스부지의 부족이 지가상승의 기폭제가 되었다고 보여집니다.

2) 버블생성시기의 실물경제
당시 실물경제는 경기호황과 물가안정으로 압축하여 표현할 수 있습니다.
2차 오일쇼크이후 순수출, 투자가 급증하던 시기였고 자산가치상승, 소득증가로 소비역시 빠르게 증가하였으며, 저금리를 바탕으로 가계, 기업할 것 없이 대출을 통한 자산시장에의 새로운 유입이 증가하였습니다.


(2) 버블생성의 과정
버블의 모습은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중세이후 유럽의 경우, 새로운 금광 등의 발견으로 인해 대량유입된 화폐(당시 귀금속은 보유를 위한 자산임과 동시에 화폐의 기능을 담당했습니다.)는 화폐의 구매력을 떨어뜨렸으며, 이는 물가폭등을 가져왔습니다.
물가폭등이 사회적문제가 되는 것은 상품 및 자산 등의 가치가 동일하게 오르지 않고 또한 시차를 두고 오르며, 시장참여자에게 착시현상을 줘서 시장경제를 왜곡시키게 되고, 이는 서민에게 큰 고통을 주기 때문이겠지요.

일본의 경우 자산가치의 버블형성과정을 유심히 보면, 실물경제가 좋아지면서 가계와 기업의 소득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자산시장이 외부적충격(부동산의 경우, 동경의 국제금융센터계획입니다.)으로 인해 급속도로 전파되며 올라가고, 자산소득(주식, 부동산)이 증가한 가계와 기업이 소비, 투자, 새로운 자산의 구입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실물경제와 자산시장의 상호순환으로 인해 버블이 형성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3) 버블붕괴의 계기
잠재경쟁성장률을 과도하게 뛰어넘은 자산가격의 상승을 잡기 위해 정부는 89년부터 1년 반 사이에 금리를 2.5%에서 6%까지 급격히 상승시킨 것이 90년 주식시장 폭락(니케이지수는 89년 12월 말 약 4만엔에서 90년 10월 2만엔으로 추락)의 결정적 원인이고, 90년 3월 부동산융자 총량규제정책이 91년 초 지가폭락의 결정적 원인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편, 고속성장을 하던 실물경제는 91년 이후 전후최대의 경기후퇴기를 경험하였으며, 이로인해 버블생성과 반대방향인 자산가치하락 -> 실물경제후퇴 -> 자산가치하락의 역순환과정으로 버블이 붕괴된 것입니다.

(4) 버블붕괴 후의 일본의 모습
실물경제를 살리기 위해 96년까지 엄청난 부양책을 사용함으로써 실물경제를 받치던 정부는 결국, 재정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96년 균형재정정책으로 돌아섰으며,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일본 대기업 및 대형금융기관의 파산은 그 이후에 발생한 일입니다.


2. 일본의 버블붕괴시와 현 경제상황과의 차이

현재의 경제상황을 보면, 일본의 버블붕괴시 상황과 유사한 점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예를들면, ㄱ. 화폐,금융정책 – 저금리, 통화팽창, ㄴ. 물가안정 -> 저금리 유지가능, ㄷ. 금융시장 – 부동산대출급증(담보대출비율은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 ㄹ. 수출호조 -> 통화량의 증가, ㅁ. 부동산시장 – 일본 도심지가격상승 vs 강남 중대형아파트가격 상승, 토지가격의 전국적 급등, 등입니다.


하지만, 차이점에 대하여는 언론 어디에도 논의가 없는 것 같습니다.

(1) 실물경제측면
ㄱ. 잠재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05년 예상경제성장률 – 3.8%상승예상
ㄴ. 민간소비의 완만한 증가 – 전년대비 2.7% 상승예상(현대자동차는 상반기 소비증가가 예상보다 완만하여 연간 목표판매량을 5% 감소시킨다고 합니다.)
ㄷ. 기업의 설비투자는 투자할 곳을 못찾는 있으며,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설투자 역시 공기업 및 SOC투자로 연명하고 있으며, 민간주택건설 등은 아직 침체한 상황임.
ㄹ. 경상수지의 흑자규모 감소(160억달러-> 130억달러)

이처럼, 일본의 버블형성기와 비교할 때, 현재 우리나라 실물경제의 불황은 자산시장 중 일부시장에서 버블이 형성된다고 하더라도 순환의 고리가 차단시키는 역할을 하 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2) 자산시장측면
1). 주식시장 – 풍부한 시장유동성을 바탕으로 하여 최근 주가지수 1,000을 돌파하였지만, 어디에서도 버블을 경고하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2). 부동산시장

ㄱ. 주택시장 - 대통령께서 심히 걱정하실 정도로 강남, 분당의 중대형시장의 가격이 상승하였으나 전국 대부분의 주택시장은 안정을 유지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90년이후 전국주택가격 상승률은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습니다.

ㄴ. 토지시장 – 정부에서 균형발전론에 입각하여 내어 놓은 행정도시 이전계획, 각종 개발계획, 공기업 이전계획 등은 해당 지역의 엄청난 가격 상승(상승비율과 규모면에서 강남의 중대형시장과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을 가지고 왔으며, 토지보상비는 또 다른 지역의 토지가격을 상승시키는 순환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현 주택시장의 경우, 일본처럼 공급부족(중대형부족 vs 오피스부지부족)이라는 요인에 의해 가격이 상승하는 공통점이 있지만, 현 토지시장은 정부정책으로 인해 인위적인 버블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3) 현 부동산버블론에 대한 소견

일본의 버블붕괴와 비교할 경우, 취약한 실물경제와 주택시장 중 아직 일부시장에서만 논의되고 있는 버블론을 보면서 일본과 같은 10년 장기불황을 걱정하는 대통령의 걱정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보입니다.

만약, 이 상황에서 장기불황이 온다고 하면, 그 주된 원인이 강남, 분당의 중대형시장에 있다기보다, ㄱ. 오랜기간의 설비투자감소로 인한 잠재성장률 하락과 ㄴ. 노후걱정 등 가계경제를 염려하여 지갑을 열지않아서 오는 소비의 감소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버블에 대한 소견을 조금 더 펼칠까 합니다.

어느 시장이건 버블이 없는 시장은 없습니다. 단, 크기의 문제일 뿐입니다.(토론의 focus를 맞추기 위해 버블의 정의를 ‘평온한 시장에서 적정하다고 인정하는 가격을 넘어서는 자산의 가치’로 규정하겠습니다.)
가격에 의해 조정되는 시장경제는, 누구나가 알고 있듯이, 자율조절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자율조절과정이 버블의 붕괴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강남의 중대형주택시장에 버블이 있느냐…는 그 아무도 단언을 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버블이 발생한 시점에서 그 크기를 검증가능한 방법을 사용하여 산술적으로 측정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오랜기간 내버려 두었을 때, 언젠가는 버블이 꺼지고 제자리로 오면, 그때서는 측정이 가능하겠지요.

어제, 대통령께서는 부동산정책의 당위성을 ‘부동산시장은 공급이 극히 제한되어 있는 시장’에 있음을 피력하셨습니다. 저도 그 말씀에 동의를 합니다.

하지만, 부동산, 농산물시장과 같이 공급이 제한된 시장은 가만히 두면 공급의 부족에 의해 가격이 급등을 하지만, 오랜기간 후엔 공급의 증가로 제자리를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단, 오랜기간의 부작용은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에 정부가 간섭을 해야하며, 이는 시장의 큰 틀을 깨지 않는 미세조정에 그쳐야지 시장경제가 큰 충격을 받지 않습니다.


3. 정책적절성에 대한 소견

1) 현 정부 정책능력에 대한 국민의 평가

대다수의 국민들은 ‘정책브레인의 똑똑하기로는 데모만 했던 386세대보다 5,6공시대의 브레인이 나아…’, ‘현 정책이 너무 과격해서 걱정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청와대와 당의 일부 브레인에서 나오는 정책의 큰 틀이 50년간의 과거 정책들과는 많이 달라서 ‘대한민국이 일부 분배론자의 시험무대가 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재경부, 건교부 등의 고위관료들은 사실, 정책의 큰 틀을 결정하는 데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핵심권력의 코드와 상반된 의견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를 공론화하면 밥줄이 위태해지는 경우를 참여정부 내에서도 많이 봐 왔기 때문입니다.


2) 정책적절성에 대한 소견

저는 청와대, 국회위원님들, 행정부에 계신 분들의 정책을 조목조목 평가할 만큼의 자질과 능력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관심을 가지고 시장의 흐름을 유심히 보고 있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소견을 밝히고자 합니다.


ㄱ. 현재 강남, 분당의 중대형시장을 보고 버블로 인한 장기불황을 걱정하는 대통령의 말씀은, 자칫하면 불황이 올 경우 그 근본원인을 허약해진 실물경제가 아니라, 강남, 분당의 중대형시장의 버블붕괴로 호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와 비교할 때, 현 상황에서 강남, 분당의 중대형 시장에 거품이 꺼지더라도, 현 경제상황으로 보아 그 시장만의 거품붕괴이지, 실물경제 전반의 확산으로 퍼질 가능성을 그리 크지 않다고 보입니다.

ㄴ. 개발호재를 가지고 일어나는 전국 토지의 가격급등은 토지보상비를 가지고 새로운 투자처를 찾다가 ‘역시 땅이 최고야’라고 결론내린, 효용극대화를 추구하는 합리적 경제주체의 필연적 선택입니다.

현재 정부의 토지정책이 지가상승 -> 구매력증가 -> 새로운 지가상승의 순환을 통한 버블을 만들고 있지 않을까 심히 우려가 됩니다.

ㄷ. 과거 어느나라, 어느정부도 시장흐름에 깊숙히 관여를 하였다가 더 큰 부작용으로 인해 정책철회를 하지 않은 경우가 없습니다. 그 부작용은 관여의 깊이가 깊으면 깊을수록 큽니다.

일본의 버블붕괴의 기폭제는 시장에 큰 충격을 준 정부간섭입니다.
자다가 물린, 잘 보이지도 않는 빈대를 잡으려고 구들창을 깨고, 지붕에 구멍을 내고, 문지방을 부수다가, 결국은 초가삼간을 태우지 않을까 심히 염려가 됩니다.

ㄹ. 지금보다도 훨씬 정책이 세련되었다고 평가받는 과거 정부의 경우에도 부동산정책에 관여를 하였다가 성공한 경우가 없습니다.(일시적인 안정은 성공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다음에 오를때는 폭등을 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저와 같은 사람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해 과거 사례 등의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정책을 수행해야 합니다.
제시할 자신이 없으면, ‘정책수행자 자신도 성공여부를 잘 모른다’가 결론이므로, 빈대가 어디있는 지 모르고 설치다가 초가삼간을 태울 수도 있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정책목표를 세분화하여, 충분한 공론화과정을 통한 미세접근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저의 견해에 찬성하는 분은 격려를, 반대하시는 분은 근거와 함께 비난해 주신다면 달게 받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