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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장마가지면 등교길 옆 경사에 계곡같이 물줄기가 생기곤 했습니다.
그러면, 전 거기서 주변의 흙과 자갈로 댐쌓기 놀이를 했습니다. 지금은 왜그랬는지 이해가 안가요. 뭐, 당시에는 그 물줄기가 하수구로 들어가는 것을 막고 싶었는지도 모르죠. 암튼 보는 족족 막으려고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잘 막고 작은 호수가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흐뭇해 할 겨를도 없이 이내 수압으로 제가 만든 댐은 무너집니다.
그런 어린맘에 짱구를 굴려가며, 최적의 돌, 자갈, 모래, 진흙의 조합을 찾아가며 더 튼튼한 댐을 만드는 시도를 했죠. 처음부터 아주 크게 만들어보기도 했고, 나무로 지지대도 만들어보고기도 했죠...
그러나, 별 짓을 다해도 밀려오는 물은 일시적으로 막을 수 있을 뿐 곧 넘치고 댐은 무너졌습니다.
댐이 무너지면 그 물이 하수구로 들이치는 힘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댐이 클수록 더 가관이었습니다. 그런 광경을 보면서 알수없는 쾌감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후에, 제대로된 댐 옆에는 고의적으로 작은 우회 배수로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른 쪽으로 여러군데 물길을 놓아야 댐이 견딜 수 있다는 걸, 그러면 댐도 건재하고, 다른 곳에 물길도 생기고, 호수도 생기고 일석삼조인데, 어린시절엔 그걸 몰라서 매번 물막기 놀이에서 실패의 쾌감을 맞봐야 했었죠...

이번엔 제발 좀 차라리 조용히 있었으면 했던 정부가 또 안정화 대책이란걸 들고 나온다고 하네요...
이번엔 어떤 댐을 쌓으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그 댐이 무너질때의 짜릿한 물줄기를 구경하려고 모여들건 확실합니다.

왜 그렇게 막으려고만 하는지... 완벽하게 막을 수 있다는 착각은 대체 왜 멈추지 않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나라가 발전하고, 이자상승으로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부동산은 오릅니다. 최소한 베이비붐세대의 끝자락이 가정을 꾸리고 마흔살 되서 내집마련 할때까지는 떨어지기 힘듭니다.
그리고 그 부동산 투자의 흐름은 더 넓고 더 잘닦인 곳으로 흐르기 마련입니다.
한곳으로 쏠리는 건 막아야죠. 그런데, 그 흐름을 다른쪽으로 돌릴 물꼬는 터주고 막아야죠.

사실 그동안 균형개발 운운하면서, 정작 굵직굵직한 호재는 다 강남에 쏟아놨습니다. 판교로또, 재개발, 삼성타운, 법조타운, 서울공항개발 등등.
강북 발전시키겠다던 그 말 많던 뉴타운 추진은 현재 빛좋은 개살구인 실정입니다. 왕십리 뉴타운이건 은평 뉴타운이건 들쑤셔 놔서 어수선 하기만하지 뭐하나 된것도 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없습니다. 이대로라면 예전보다 조금 높아진 시장터가 될 뿐일 처럼 보입니다.
저두 강북살지만 광화문이나 월드컵경기장 빼면 뭐 자랑할만한게 없습니다. 앞으로 자랑할 꺼리가 생길 가능성은 더더욱 없습니다.
값 오를 가능성 없다고 소문난 아파트만 야금야금 올라갑니다. 이런거 저도 사고싶지 않습니다.

서초에 들어오는 삼성타운, 송파에 들어오는 법조타운을 각각 은평 뉴타운과 왕십리 뉴타운에 유치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지... 이런 이미 늦은 상상을 해봅니다.

강남으로 들어가는 물줄기를 철저하게 막으면 그 물줄기가 강북이나 지방으로 알아서 갈꺼라는 어린아이같은 착각에 거품론은 더 커질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물줄기는 고의적으로 우회시키지 않으면, 금방 댐을 덥치고 원래 가려고 했던대로 더 힘차게 돌진할테니까요...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