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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회귀현상> (펌)

- 일본 부동산 시장의 특징중 하나가 신도시의 몰락과 도심의 급부상이다.
80년대 꿈의 도시로 평가받던 신도시들은 상당수가 몰락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80년대 일본의 신도시(교외주거지)는 샐러리맨들의 꿈이었다. 집값이 도심에 비해 싸다는 현실적인 이유와 함께 이른바 미국식 전원 생활(교외)에 대한 환상이 겹쳤다.

- 하지만 이제 일본의 뉴타운은 집중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
그것은 단지 가격하락 문제만은 아니다. 젊은이들이 빠져나가면서 뉴타운이 노년층 주거지로 변화하는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뉴타운을 ‘올드타운’이라고 부르는 전문가들이 많다.

-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점은 ‘도심회귀 현상’이 일본만의 독특한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존이론이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도심의 과도화 발전슬럼화교외이주’라는 이론이 빚나가고 있다.
동경뿐만 아니라 뉴욕, 런던과 같은 세계 대도시에서도 도심회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 도심회귀 현상은 왜 발생하는가. 미국,일본 등의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근본적인 이유를 산업구조의 변화에서 찾고 있다.
공업 위주에서 ‘금융-서비스-IT’ 등 이른바 지식기반 산업으로의 이행이 도시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런던, 뉴욕, 동경과 같은 글로벌 대도시는 중심산업이 지식기반산업으로 바뀌었다.
지식기반 산업은 본질적으로 도심 집중을 요구한다. (공장이야 도시외곽에 가능하지만 오피스를 외곽에다 지을 수야 없지 않나).
직장의 도심집중화 현상에 따라 거주지 역시 도심으로 이전하고 있다.

둘째, 정부(혹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변경에 의한 도심재개발사업의 활성화도 주요한 원인의 하나이다.
일본은 이를 도시재생사업이라고 부른다. 일본 동경의 경우, 록본기힐스를 비롯해 도심 곳곳에 초고층 오피스가 치솟고 있다.
도심 공동화현상을 극복하고 지식기반 산업으로 이행에 따른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기위해 일본 정부는 도시 억제 정책에서 도심재개발정책으로 급선회했다.
일본 정부는 동경의 경쟁력이 일본의 경쟁력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도시 재개발에 대해 용적률 인센티브, 금융지원 등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물론 오피스 뿐만 아니라 고급 아파트(일본에서는 맨션이라고 한다)도 지어지고 있다. 영국 런던도 이미 오래전에 도클랜드를 재개발했다.

- 셋째, 일본의 경우, 노령화·만혼(독신남여의 증가)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독신남녀가 증가하면서 이들은 교통이 편하고 편의시설이 많은 도심의 원룸을 선택하고 있다.
노령화된 세대중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은 편의시설이 많은 도심으로 이주하고 있다고 한다.

- 넷째, 저금리·부동산 펀드이 활성화이다. 연기금 등이 부동산펀드로 유입되면서 도심재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구조의 변화, 대도시 재개발성공 사례를 통해 도심 오피스가 부동산 경기를 덜타는 안정적인 수익모델이 된다는 것을 확신한 펀드들이 집중투자를 하고 있다.
(동경 등 선진국의 경험을 통해 외국계 자본이 한국 도심의 빌딩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던 같다. 지난 2~3년간 외국자본이 한국의 도심빌딩을 매집한 배경의 하나가 아닐까.)


<아파트만 가득찬 도시에는 미래가 없다>

- 서울을 동경과 같은 도시와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하지만 산업구조의 변화(지식기반산업으로 이전)가 분산보다는 집중의 효과를 창출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은 우리도 참고할 만하다.

- 서울시의 뉴타운이나 청계천 개발의 논리도 일본이 대대적 펼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과 일맥 상통한다.
도심 활성화를 통해 경제활성화를 도모한다는 차원에서 추진된 것이다.
그러나 철학과 플랜에서 큰 차이가 난다. 동경의 도시재생사업은 오피스와 주거, 상업시설의 조화로운 발전을 통해 도심의 경쟁력, 더나아가 일본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 반면 서울시의 뉴타운이나 청계천 개발은 지나치게 주거위주의 개발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청계천 뇌물사건도 본질적으로 보면 주상복합아파트의 분양에 있다.
물론 동경의 모든 도심재개발이 주거-상업-오피스의 균형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대표적인 재개발사업인 록본기힐스, 에비스가든, 인터시티 등을 보면 도심재개발이 경제활성화에 어떻게 기여하는가를 알 수 있다.

- 록본기힐스(http://www.roppongihills.com/), 에비스가든, 인터시티 등 최근에 재개발된 이들 건물들은 어쩌면 건물 높이에 있어서 엄청난 특혜를 받았는지도 모른다.
(최근 지어지고 있는 동경의 고층건물은 스카이라인의 파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초고층이 많다. 동경은 2~3층 짜리 단독주택이 대부분이고 고층 건물이 많지 않다)
특혜가 인정된 것은 이들 건물들이 우리와 같은 단순 주상복합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핵심적인 역활을 할수 있도록 플랜이 짜여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 록본기 힐스만해도 전체 부지 면적은 3만 5000평 정도이다.
전체 10여개 건물로 구성돼 있다. 오피스인 타워건물은 58층이다. 오피스를 중심으로 주상복합 아파트와 방송국건물이 퍼져 있다.
록본기힐스에는 방송국, 쇼핑센터, 영화관, 미술관 등이 들어와 있는 관광명소이다. 록본기 힐스 투어라는 프로그램이 운영될 정도로 볼거리가 많다. 넓찍한 광장과 조경시설은 일반인들에게 모두 공개되는 열린공간이다.
우리의 고층건물과 같이 그들만의 폐쇄적인 공간이 결코 아니다.

- 동경 시나가와에 있는 인터시티에는 대기업본사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물론 호텔과 쇼핑시설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일종의 관광명소들이다.

- 서울의 자투리 개발(개별 건물단위의 개발)에 익숙해 있던 기자의 눈에는 대규모 복합개발이 충격 그 자체였다.
서울의 개발이 대부분 개별 사업장 단위로 사업이 추진되는데 비해 동경의 대규모 재개발은 광역적으로 개발되는 점이 특징이다.
인터시티, 에비스가든, 록본기힐스 모두 전체적인 플랜에 의해 짜여져 있다. 건물끼리 연결돼 있고 시민들에게 개방된 공간이 제공되고 있다.
모두 비즈니스맨과 관광객을 위한 고급 호텔과 미술관 등 문화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 현재의 청계천 주변 개발처럼 개별건물 단위로 쪼개 용적률이 결정될 경우, 특혜 시비·뇌물시비는 피해갈 수 없다.
더군다나 그렇게 개발된 프로젝트가 지역경제에 큰 기여를 하기도 어렵다.

- 10년전쯤에 기자가 둘러본 영국의 도클랜드도 참조할만 하다.
도클랜드는 영국의 대표적인 도심 재개발사업장이다. 도클랜드의 경우, 런던시의 공사가 땅 전체를 사들여서 계획적으로 개발했다. 도클랜드 역시 주거위주가 아닌 오피스 위주로 개발됐다.
(기자가 갔을때만해도 유럽에서 최고 높다는 초대형 빌딩하나만 덜렁 있었지만 최근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오피스 숲으로 변해 있었다. 런던시는 도클랜드에 입주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지방세 감면 등 각종 특혜를 마다하지 않는다.)

- 서울시의 뉴타운이나 청계천개발이 런던이나 동경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벤치마킹을 하려면 좀 제대로 해야 한다. 겉만 보고 배워서는 탱자가 된다. 현
재의 방식으로 도시재개발 사업이 진행될 경우, 또다른 난개발만 초래할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 보면 아파트가 도시의 경쟁력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아파트(주상복합)만 가득찬 도시에는 경제적인 발전 동력이 있을 수 없다.
물론 서울도 계획적 개발이 없는건 아니다. 하지만 오피스용도의 상업용지에 주상복합을 허용하는 법의 맹점때문에 아파트(주상복합)만 가득 들어서고 있다.
상업용지에 주상복합을 허용하는 제도 자체가 문제이다. 형식적으로 오피스텔도 짓고 있지만 오피스텔이 모두 주거용이 분양되는게 현실이다.

- 디벨로퍼들도 문제이다.
록본기힐스는 모리부동산이라는 회사가 기획한 작품으로, 일본 정부 도시재생사업의 벤치마킹 모델이 됐다.
모리가 부동산 버블붕괴기를 거치면서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은 미래지향적인 플랜을 추진할 수는 혜안 때문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개발업자들같이 아파트분양을 통한 단기적인 이익회수에만 몰두해서는 사회적 존경을 받을 수도 없고 더 큰 이익을 창출할 수도 없다.
(한국의 디벨로퍼들은 정부의 지나친 규제, 금융의 문제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 오피스(지식기반산업) 없이 아파트만 가득찬 도시에 미래가 있을 수 있는가.
외국의 자본들이 무엇때문에 아파트가 아닌 서울의 오피스를 집중적으로 매집하고 있는 지를 정부도 디벨로퍼들도 곰곰히 따져봐야 한다.
상업용지는 도시에 있어서 지식기반산업의 원자재의 하나이다. 분당,일산 등 신도시뿐만 아니라 서울의 쓸만한 상업용지에는 대부분 주거시설이 들어서고 있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 아파트에 치우친 개발은 도시경쟁력 제고는 고사하고 교통난과 환경문제를 심화시킬 수 밖에 없다.
눈앞의 집값 문제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한발 뒤로 물러서서 산업구조의 변화와 미래를 준비하는 정책적인 고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