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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의 가장 큰 피해자는 강남사람.

"고마 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곽경택감독의 영화‘친구’에서 장동건이 친구에게 칼을 맞아 죽으면서 남긴 말이다.

문득 이 말이 생각난 건 이 정부가 강남권을 향해 들이댄 무수한 대책이 새삼 생각나서다.
안전진단 강화, 재건축 연한 변경, 리모델링 증축 평수 제한, 층고 제한, 용적율 제한, 소형평형 의무화, 임대주택건설, 재건축 이익환수조치 등 너무 많아 이젠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장동건 말대로 마이 묵었다 고마해라하고 정부에 대고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다.

참여정부는 전국 어느 곳의 집값이라도 조금만 오를라 치면 일단 강남을 지목해 온갖 대책을 쏟아낸다.
마치 집값 올린 장본인이 강남사람들인 것처럼 강남을 부동산투기의 원흉으로 몰아서 자신들의 실정을 무마시키는 희생양으로 삼는다.

하지만 집값이 오를 때마다 정말로 피해를 보는 것은 강남사람들이란 사실을 아는가?
속 모르는 사람들 강남 집값 비싸니까 다들 부자인 줄로 아는데 부자도 많지만 대다수는 평범한 중산층이다.
그들은 자녀 교육이나 직장 아니면 기타 이유로 강남에 터잡고 살아온 우리네 보통 이웃이다.

결혼초기 10평이나 20평대에서 살다가 집값 조금 오르고 융자 조금 받고 해서 30평대로 넓혀가고, 또 나이 들어 애들 크면 40평,50평대로 옮겨가기 위해 월급 쪼개 적금 들고 재테크를 위해 주식시장도 기웃거린다. 하지만 집값이 너무 올라 이젠 그 희망이 사라졌다.

예를 들면 30평대에서 40평대 갈아타려면 강남에선 30평대가 거의 6억이 넘으니까 고급주택으로 분류되어 양도세 왕창 물고, 구입하는 주택을 실거래가로 취등록세 물면 앉은 자리에서 세금만 억대가 들어간다.
그리고 평수 10평을 늘려가는데 집값은 기본적으로 3억 정도는 더 줘야 한다.

세금 일억에 집값 3억을 합해 최소 4억은 더 있어야 30평대에서 40평대로 옮겨갈 수 있으니 월급 아껴서 집 넓혀가기는 애시당초 물건너 간 셈이 아닌가! 20평에서 30평, 40평에서 50평으로 옮겨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아끼고 저축하면 좀더 안락하고 쾌적한 주택에서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졌다.
그저 지금 지닌 집도 감지덕지 하고 살아야 한다. 자칫하면 세금 때문에 그나마도 팔고 떠나야 할 지도 모른다.

그러면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강남의 비싼 집 팔아서 변두리 나가 큰집에 살면 되지 않느냐?

물론 그렇게 하면 좀더 큰 평수로 옮겨갈 수는 있다.
하지만 강남 사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 강남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는 사람들이다.
직장이 거기 있거나 아니면 자녀들 교육문제가 걸려 있거나, 혹은 대대로 거기서 터잡고 살아왔다거나 부모형제가 거기 살고 있는 경우 등등 나름대로 다 이유가 있다.

그런데 스스로 원하지 않는 이유로 이사가야 한다면 불공평하지 않은가?
만약 그런 소리 하는 당신더러 당신 집 팔고 강원도 두메산골 집값이 싸니까 그리 들어가 대궐같은 집을 짓고 사시오 하면 들어가겠습니까?

강남 집값 오른 것은 강남사람들에게도 고통이다.
그러니 제발 강남사람들을 더 이상 투기꾼으로 보지 말아 주시오.
이 정부의 정책입안자들이 강남 집값 잡겠다고 큰소리칠 때마다 강남 집값 비싸다는 것을 전국에 광고해서 결국 거품수요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진짜 강남사람들은 강남 집값 내리는 것을 바라지도 않지만, 또 너무 오르는 것도 반기지 않습니다.

요즘 토론방에서 집값 하락론자들은 집값 떨어지라고 저주를 퍼붓고, 상승론자들은 어떻게던 자신들의 아파트를 비싸게 팔아보려고 기를 쓰고 있더군요.
그 사람들 전자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같이 망하자는 자들이고, 후자는 부동산 투기로 자기들만 돈을 벌려는 이기적인 집단이지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집값은 물가수준 정도에서 적당히 올라주는 것이 나라경제를 위해서 좋고, 또 그래야만 중산서민층들이 희망을 가지고 일할 수 있습니다. 너무 올라도 또 너무 내려도 사람들은 희망을 포기하게 됩니다.
내가 가진 집이 적당히 올라주면 열심히 일해서 보태 더 큰집으로 이사갈 수도 있고, 살다가 힘든 일이 있으면 그 집을 밑천으로 장사라도 해볼 수 있는 희망이 있지 않겠습니까?
또, 집값이 적당히 올라야 국민들이 지갑을 열어 소비를 늘리고 소비가 늘어야 나라경제가 제대로 돌아갑니다.

이제 정말 강남 규제는 그만 두십시요. 장동건이 말대로 너무 많이 먹어서 체할 지경입니다.
정부에서 잡아야 할 대상은 강남주민 아니라 강남에서 투기를 일삼는 특정 부류입니다. 그 특정부류는 정부에서 이미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

주택전산화로 인해 자판만 두들기면 전국의 다주택자들 명단이 다 나오고, 사이비 부동산기획사들 명단 다 있지 않습니까? 그 사람들 국세청 전산망을 통해 세금을 탈루했는지 조사하면 될 것을 왜 안하고 있습니까?
잡으라는 투기꾼들은 안 잡고 대다수 중산서민층을 상대로 세금만 잔뜩 올려놓은 대책은 지금이라도 원래대로 돌려놓던지, 아니면 보다 합리적인 대책을 다시 수립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어제 노대통령이 권력보다 무서운 것이 시장이라고 말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한덕수부총리도 주택규제로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으니 공급을 늘리겠다고 했습니다. 이제야 제정신들이 돌아오는 모양입니다.

강남집값이 지나치게 비정상적으로 올랐다면 시장이 알아서 떨어뜨릴 것입니다. 집값을 잡는건 시장이 되야지 세금이나 규제가 되서는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