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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사회의 양극화 경향에 대하여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우려하는 이들은 중산층이 무너지고 이념적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사회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양극화 사례의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강.남북간 아파트 가격 차이다.
이미 벌어진 집값의 차이만큼이나 화합과 조화보다는 반목과 질시가 만연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양극화를 좀 더 미시적으로 파악 해 보면 양극화 되어 있다고 말하기 전에 우리 사회에는 이미 다양한 경제적 계층이 촘촘하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육안으로 빛을 관찰 하면 밝음과 어두움만 존재하지만 스펙트럼을 통해 보면 다양한 색채가 존재하듯이.

그러나 무엇이, 왜 다양한 계층의 존재를 실감하지 못하고 모든 게 양극화되어 있다고 믿게 하는가 하는 것이 문제이다.

강남 집값이 비싼 이유에 대해 많은 답변이 있다.
공급부족, 우수한 교육여건과 편의시설, 독자적 커뮤니티 형성 등.. 모두 옳은 답이지만 현상에 대한 부분적 설명만이 가능하다.
공급부족을 이유로 판교 같은 추가 신도시를 공급한다고 강남 집값이 떨어질까? 결과를 장담할 순 없지만 신도시 건설 후에도 집값은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대한 설명을 “시장분할이론”에서 찾아보도록 하자.
“시장분할이론은 시중금리가 어떻게 결정되는 가를 설명해 준다.
시중 대표금리가 있다고 하나 이는 대체로 정부나 우량기업이 조달하는 금리로 일반서민이 자금시장에 참여 해서 조달할 수 있는 금리는 아니다.
현실적으로는 연리 3% 시장부터 5%, 10%, 현금써비스, 심지어 불법사채의 연리 300%도 엄연히 존재한다.
즉, 속된 말로 노는 물이 다른 것이다. 강제적인 진입과 이동의 제한이 없어도 어차피 시장이 시장참여자 스스로 어느 시장에 참여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각각의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을 수용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한 분할된 시장에서 아래로는 자유지만 위로는 극히 이동이 제한된 경향이 문제다.

모든 재화에 이 이론을 적용시킬 수는 없어도 적어도 아파트 값에는 시장분할이론이 적용된다.
강남구와 도봉구, 은평구, 일산구와 분당구 등 다양하게 분할된 시장이 이미 존재한다.
따라서 양극화 이전에 도리어 시장 분화가 더욱 급격해졌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그렇다면 이 같은 다양한 계층화 혹은 시장의 분할은 왜 이루어졌을까?

시장 분할의 원인

1. 다양화로 대변되는 급격한 현대화 – 다양한 기호를 가진 사람들과 재산 정도도 다양화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2. 인터넷과 finance로 무장한 공격적 성향

미국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20세기 말과 21세기를 요약하는 두 가지를 인터넷과 파이낸스라고 한다.
인터넷은 본래 빠르게 공간의 제한을 받지 않고 정보를 전달하는 꿈의 매체라는 순기능이 부각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걷잡을 수 없는 개인정보의 유출로 과거에는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는 개인의 사생활이 폭로되고 있다. 정치인, 연예인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게 되어 있다.
이 같은 환경 하에서 경제력의 최상층에 있는 그룹에 대한 존경심이란 있을 수 없다.
이들이 부를 축적한 과정과 생활 수준, 누리는 지위 등 모든 것이 알려지면서 이들에 대한 질시와 더불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자가 되고 싶다는 열망은 가히 폭발적으로 증대된다.
경제적 최하층의 생활모습과 추락과정 또한 적나라하다. 어느 누구도 이 계층에 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자연히 최상과 최하의 모습은 극단적인 빛과 어둠으로 나타난다.
파이낸스는 또 뭔가? 과거의 전통적인 부자의 모습은 근면과 성실함으로 차근차근 부를 축적하고 국가경제의 부흥이나 사회공헌에 관심이 많았을 뿐 아니라 운도 상당 부분 따라 줘야 하는 입지전적 인물이 대부분이었다. 현대의 부자는 아니다.
돈의 흐름, 수익성의 원리, 기회의 포착과 분석능력, 동물적 투자본능과 뛰어난 순발력 없이는 부를 달성하기 어렵다.

또 여기서 빠질 수 없는 게 정보통신의 발달이다. E-BIZ란 말도 이미 사전에나 나올 말이다.
유비쿼터스의 시대다. 인터넷과 무선정보통신, 전자결제시스템을 빼놓고는 비즈니스를 논할 수 없게 되었다.
워낙 시장의 움직임이 빠르다 보니 돈 흐름 포착능력이 단연 으뜸이며, 따라서 청빈해서, 관심이 없어서, 물려 받은 게 없다 보니…라는 설명은 “나는 무능하다”란 말과 동격이고 심지어 어떻게 해서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이루어야만 한다는 공격적 성향이 대두 된다.
어린아이나 학생도 예외가 아니고 심지어 과거에는 일부 불량 남학생들만 사용하던 욕설과 공격본능은 평범한 아이들과 여학생들까지 일상이 되어 버렸다.
복싱은 이미 단조롭고 권태감만 안겨줄 뿐이다. 보다 공격적인 K -1 파이터가 환영 받는다.

인터넷을 통해 모든 걸 알게 되었고 아는 게 병이라 하지 않았던가?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나서 죄악의 굴레에서 벗어 나지 못하는 인간처럼 말이다.
전통적 가치관은 이미 붕괴되었다.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죽여야 하는 공격본능만 팽배한 교실에서 모르는 걸 친구에게 물어 볼 학생도 없고 물어 본다고 대답해 줄 친구도 없다. 대답을 듣기 위해선 좋은 학원에 가서 비싼 수업료를 지불해야만 한다.
점점 공격적이 될수록 돈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가야 할 “밝은 곳”과 가지 말아야 할 “어두운 곳”은 극명하게 대조된다.
동물의 왕국에서 사자가 어린 초식동물을 잡아 먹는 광경을 보고 애처롭게 눈을 가릴 아이 보다는 생존을 위한 사자들의 주도 면밀한 전략과 액션플랜에 감탄하는 아이들이 보편적이며 약육강식은 유일무이한 삶의 철학으로 고착된다.

이런 형국에 세금을 올리고 개발이익을 환수시키는 조치로 집값을 잡겠다는 발상은 불에 기름을 붇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삶의 여건이 치열해 지고 장애가 늘어날수록 공격 본능과 돈에 대한 열망은 가열된다.

그 결과 양극화가 심해진다. 상호 상승작용을 하는 것이다.
이미 진입한 상류계층은 죽기살기로 현재를 유지시키고자 하고 그 그룹에 들고자 하는 그룹도 마찬가지다.
하위계층은 어떠한가 ? 한 번 떨어지면 나락이고 끝장이다. 안 떨어지고자 발버둥치게 되고 이미 나락에 떨어진 사람들은 건져내기 보다는 못 빠져 나오게 덫을 놓고 입구를 봉쇄하기 일쑤다.
따라서 다양화 되고 더 많은 색깔의 스펙트럼이 등장하지만 양 극단만 도드라지는 현상은 점점 심화 된다. 이미 미국에서는 아메리칸 드림이 깨졌다고 한다. 부와 지위의 세습화가 다른 서유럽구가보다 훨씬 심하다고 한다.
인터넷과 파이낸스가 최고로 융성한 국가에서 이런 현상이 이미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담 이런 양극화는 어쩔 수 없고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하는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전통적 가치관을 복원시키고 양극화를 극복하며 위정자들이 부르짖는 국민총화로 나아가자 한다면(그것이 바람직한지 아닌지는 별도로 하고) 현재의 경제정책과 교육정책부터 전면 개편해야 한다.
산재한 현안을 내 팽겨치고 도리어 사회가 양극화 되었으니 세금 왕창 걷어서 양극화를 치유하는 예산으로 쓴다는 정부취지는 답답함만 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