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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의 10.29조치와 며칠전의 5.4조치는 아파트값이 급등하는 지역에 대하여 세금을 중과함으로써 '투기'를 억제하려는 대책들의 종합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직 5.4조치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으므로 10.29조치에 대해서만 살펴볼 때 과연 정부가 의도한대로 집값이 잡히고 '투기꾼'이 사라졌습니까?
물론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도대체 뭐가 잘못되었기에 서슬퍼런 세금강화정책이 실패하고야 말았는가를 저는 1가구 1주택 소유자의 관점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강남권이란 강남 뿐만 아니라 서초, 송파, 목동, 분당 등 소위 잘나가는 지역을 통칭합니다.
1가구 2주택 이상의 소유자가 거주하는 1주택 이외의 추가적인 주택은 다분히 투자적인 혹은 투기적인 목적,즉 시세차익이라는 자본이득을 얻을 목적으로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차익에 대하여는 어느 정도의 양도소득세를 낼 준비가 되어 있고,보유세가 점차 강화되는 현실에서는 매물로 나올 수도 있는 주택입니다.

그러나 1가구 1주택자는 사정이 다릅니다.
집값이 올랐다고 해서 당장 팔고서 마땅히 옮길만한 곳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1주택자라도 6억원이 넘는 고가주택은 실거래가로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실정이고 보면 이들 범강남권의 중대형 고가아파트의 매물은 줄어들 수 밖에는 없고 이런 매물기근이 집값 상승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 말씀드리겠습니다.
금년들어 초고층을 추진한다는 근거없는(?) 소문 하나로 집값이 급등한 강남 A지역의 대형 아파트 로얄층이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9년 여름에 시세가 9억 5천만원이었습니다.현재는 20억원 나간다고 합니다.

그럼 1주택자가 그 집을 지금 판다고 가정하고 양도소득세가 얼마인지 계산해 볼까요?
대략 2억원이 나옵니다.

* 계산근거

1. 양도차익=양도가액(20억원)-취득가액(9억 5천만원)-기타필요경비(5천만원)=10억원
2. 양도소득금액=양도차익(10억원)-장기보유특별공제(양도차익의 15%)=8억 5천만원
3. 고가주택의 양도차익=양도차익*(양도가액-6억원)/양도가액=10억원*(20억원-6억원)/20억원=7억원
4. 고가주택의 양도소득금액=7억원-7억원*15%=5억 9,500만원
5. 과세표준=양도소득금액(5억 9,500만원)-양도소득기본공제(250만원)=5억 9,250만원
6. 자진납부할 양도소득세(주민세포함)=1억 9,960만원

2억원이라는 돈은 누구에게나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집이라고는 고가의 아파트를 한 채만 가지고 있는 사람이 집을 매물로 내놓는 것은 어떤 때일까요?
(1) 한국이 싫어 온가족이 이민을 간다.
(2) 사업이 망하거나 경제적 형편이 극도로 어려워진다.
(3) 아파트값이 조만간 폭락할 것이라 예상하여 나중에 싸게 되살 목적으로 지금 시세 좋을 때 판다.
(4) 보유세 부담이 커진다고 하니 겁나서 판다.

과연 위의 몇가지 외에 집을 팔아야 할 경우를 상정할 수 있을까요?
더우기 이것들이 강남권 중대형 1주택자들이 집을 팔아야만 하는 이유로서 일반적으로 타당하기나 할까요?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만든 사람들은 뭘 몰라도 한참 모릅니다.
왜 자신들이 가격상승을 누르려고 하는 주택소유자들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려는 발상의 전환을 하지 못하는 걸까요?
그건 아마도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대중들의 눈치를 보고 인기에 영합하느라 알면서도 모른척 그저 당장 감정적으로 듣기에 좋은 립써비스에 촛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대중들에게 심정적으로 어필하는 정책이 반드시 좋은 정책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일부지역의 집값을 잡으려면 양도소득세를 강화할 것이 아니라 감정적으로는 설사 용납이 안되더라도 양도소득세를 낮춰주는 정책을 써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