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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률안 처리는 언론 표현을 빌자면, <지금까지 논란이 됐던 위헌소지를 보완함에 따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확한 표현은 <명백한 위헌요소를 교묘한 자구로 감춤에 따라 여야의 야합이 이뤄졌다>고 해야 합니다.

국회는 이 개정안에서 <재건축아파트가 용적률 인센티브를 선택한 경우에는 기부채납한 것으로 본다>고 명문화했다고 합니다.
앞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당초 건교부는 위 두개의 안, 즉 <(1)조합이 빼앗기는 땅의 보상을 원하면 공시지가로 보상하는 대신 용적률 인센티브는 주지 않는 방안 (2) 용적률 인센티브는 주고 줄어드는 대지지분은 공짜로 기부받는 방안>을 국회에 던져주고 결정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누굽니까? 서민의 피땀어린 땅 몇 평까지 수탈하는 세부방법을 선택하는 일을 직접 제손으로 할 사람들입니까?
기록을 중시하는 그들은 그런 일에 자신들의 이름이 남는 것을 싫어합니다. 어차피 법률제안자도 정부 쪽이었지요.

그래서 그들은 그 잘난 머리를 굴려 <조합이 선택하도록 한다>고 자구를 바꿔버린 것입니다.
닭이 제손으로 모가지를 비틀게하겠다는 것이지요. 오른쪽으로 비틀고 죽든, 왼쪽으로 비틀어 죽든 내 목숨이 아니니 알 바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래도 국회를 쳐다보며 일말의 기대를 했던 재건축조합 관계자 여러분, 국회의원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서민의 친구가 아닙니다.
혹자는 차후의 헌법소원에 기대를 하실지 모르지만 제 생각엔 헌법재판소가 국가체제를 지켜내는 판단을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헌법재판소 심리라는게 어차피 법전안에서의 판단일 뿐이니까요.

그러면 문제가 되는 <기부채납>이란게 뭘까요? 기부(寄附)란 증여를 의미하고, 채납(採納)은 승낙한다는 것입니다.
즉, 기부자가 자신의 소유재산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공유재산으로 무상으로 증여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국가나 자치단체는 이를 승낙한다는 채납의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증여계약>인 것입니다.
이렇게 기부채납된 재산은 국유재산이 됩니다.

즉, <기부채납>이란 우선(!) 기부하는 측이 "자기재산을 국가에 주겠다"는 의사를 정식으로 표한 후에, 국가가 이를 승낙하는 표시를 함으로써 성립하는, 명백한 <계약행위>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 정부는 국민이 자신의 땅을 국가에 기부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든말든 상관없이 <용적률 인센티브를 선택한 경우에는 기부채납한 것으로 본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한 것이지요.
한마디로 아파트 재건축하는 인간들하고는 계약이고 뭐고 필요없다, 니들이 땅을 헌납하기 싫으면 재건축도 하지말라는 일방적 선언문을 내놓은 것입니다.
미안해서라도 사족으로 첨가할 만한 그 흔한 세제혜택과 같은 생색내기용 립서비스도 없습니다.

법조문 한구절로 국민재산을 맘대로 빼앗아가면서도 <기부받는다>고 말합니다.
주겠다는 뜻은 표시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받은 것으로 치겠답니다.
자본주의 세상에 이런 거래가 어디 있습니까?
요새는 조폭도 이런 식으로 장사하지 않습니다. 국민을 이 따위로 멸시하고 협박하고도 정부와 국회가 온전한 것이 이 나라 형편입니다.

매사에 딴나라 정치인들처럼 처신하며 어디가 동쪽이고 어디가 수렁인지도 모르며 헤매던 한나라당은 이번에도 청와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군요. 하긴 그 당 수준이 그렇지요.
건교부가 한나라당 위원들은 설득하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의원들 지역구에 도로 뚫어주고 다리 놔주는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우선배정한다는 조건으로 찬성표를 요구하면 되지요.
그 예산이 지역구당 최소 수십억원은 되니, 의원들은 이 사실을 지역구안에서 과대포장해 선전해대고 표를 챙길 수 있습니다.
열서너평 집 같지도 않은 집을 전재산으로 살아가는 서민이야 망가지든 말든, 그게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무슨 문제거리나 되겠습니까?

오늘도 삭풍에 연료비 아낀다고 보일러끄고 1.5평 추운 방에서 이 기막힌 뉴스를 들어야 하는 가난한 서민 여러분.... 힘 내세요.
이 나라 서민들이야 누구를 사랑하는 모임네 애들처럼 붉은띠 두르고 몰려다닐 줄도 모르니 누구하나 13평 차거운 바닥의 기막힌 처지를 살펴보려 하겠습니까? 어차피 우리 국민이 잘못 선택한 사람들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 감기 조심하시고 어렵더라도 다시 힘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