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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경제에 관심 많으시죠. 저도 그렇습니다.
저 같은 월급쟁이야 경기와 크게 연관이 없지만 참여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경제불황인지라 저도 경제에 관심과 근심이 많습니다.

요사이 보도에 의하면 경제가 회복될 기미가 곳곳에서 보인다고 하더라구요.
승용차가 많이 팔리고 백화점 매출이 늘고, 음식 숙박업을 비롯한 써비스업도 매출이 늘어나고(내수회복), 수출도 계속 잘 되고 있고, 주식시장이 뜨고 있고 부동산시장도 움직임이 있는 것 같더라구요.

경제회복에 관한 기사를 보고 있노라면 경기는 불황의 국면을 벋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하는데, 웬지 마음 한 구석에 불편한 마음이 생겨납니다.

제가 느끼는 가장 큰 문제는 우리나라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지상목표가 타당한 것이냐 하는 의문입니다.
가장 쉬운 예로 신차가 많이 팔리는 것이 좋은 것입니까?
우리나라 중고차 수출이 지금도 엄청나다는 기사를 보고 있노라면, 몇 년 타지 않은 멀쩡한 승용차 팔고 새차를 구입하는 소비행태가, 더 크고 비싼 차를 할부로 사서 과시하는 그러한 소비행태가 마치 경제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환영받는 세태가 될까봐 두려워집니다.
예전의 근검절약을 강조하던 그러한 미덕은 어디로 갔나하고 어리둥절해 집니다.
외식 많이 하고, 외박 많이 하고, 술 많이 먹고, 더 많이 더 사서 쓰고, 더 많이 돌아다니고...

지금은 누가 뭐래도 소비가 미덕인 시대입니다.
상당히 커진 우리나라 경제를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성장이 되어야 하는데 그 성장의 원동력은 투자와 소비입니다.
작년의 4% 정도의 경제성장에도 죽겠다고 모두가 그 난리를 치는데, 경제성장이 제자리 걸음이거나 1-2%정도의 성장만이 이루어진다면 아마도 폭동이 일어날 것입니다.
마이너스성장은 더욱 상상하기 힘듭니다.
그러기에 경제분야에서도 원칙을 고수하려던 참여정부도 경제회복에 올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소비회복을 위해서는 그 소비가 건전하고 바람직하느냐 여부를 막론하고 소비를 장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참여정부에서 올 설날에는 선물을 주고받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선물이라는 것이 속성상 지위가 높은 위로 전달되는 대부분인데도, 그리하여 선물의 상당수가 뇌물성 선물의 가능성을 충분하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선물을 주자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보면 참여정부가 경제회복에 얼마나 목을 매고 있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러면서도 참여정부가 사회전반의 부정부패와 반칙적인 행동을 없애야 한다는 원칙을 얼마나 잘 고수하느냐의 문제이지요.

또 한 예로 부동산규제에 대한 엄청난 저항 때문에 정부의 부동산규제의 의지가 많이 약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도 참여정부는 지금까지는 어느정도 잘 버텨 왔는데 앞으로 다가오는 지방선거가 다가오는 때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부동산 규제정책을 유지하면서 투기심리를 잠재울 수 있을 지가 의문입니다.
참여정부의 초기부터 계속 꼬여만 왔던 교육문제도 결국은 평등과 인간화를 부르짓는 교육과 경쟁과 발전를 주창하는 경제의 다툼에서 경제논리가 압도하면서 생겨나는 문제들입니다.
쌀개방 문제를 비롯한 농촌문제도 똑같은 문제입니다.

저는 환경론자가 아니라 성장논자입니다.
경쟁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경제성장과 문명의 잇점과 안락함을 아주 즐기고 있는 사람입니다.
예전에 우리가 겪었던 그 가난과 불편함을 감수할 자신이 없습니다.
그러면도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도 되는 상황인데도 혼자 승용차를 몰고 다니고, 그리고 많이 먹고 마셔대면서, 다이어트하겠다고 헬스클럽에서 뜀박질을 해대는 저를 보면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성장을 계속하여야 한다는 성장신화의 문제점은 (지눌스님의 예에서 확연하게 나타났듯이) 환경파괴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환경도 살리고 성장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어차피 계속해서 양자택일의 문제에 봉착할 것이고 그 때마다 환경을 희생시키면서 효율성을 찾고 성장을 도모해 나갈 것입니다. 이것은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안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규모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고 경제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어차피 환경은 파괴되고 자원은 소모될 수 밖에 없습니다.
더 빨리 움직이고 의사소통하고, 더 맛있는 것 먹고 더 큰 집에서 더 안락하게 편하게 살고자 하는 욕구들이 이 지구상의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쟁에 뒤쳐지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보다는 잘 난 사람들 위주의 정책이 될 수밖에 없고, 그러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앞으로도 건설경기 회복시키기 위해서 고속도로 조기착공하고 아파트 많이 짓게 하고 공장설립과 벤쳐기업에 대규모투자를 하는 등등의 그 많은 경제회복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더 많은 자연환경을 파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친자연적인 경제발전은 더욱 더 어려워 질 것이고 우리나라 국민들도 이러한 점을 많이 인식하고 있다고 봅니다.
친환경적인 발전, 생태적인 삶은 바람직하고 올바른 방향이지만, 문제는 현재의 우리나라 경제구조와 국민들의 사고 속에서는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우선 우리나라 국민들과 정부당국이 경제성장과 효율성의 신화에 매몰되어 있습니다.
저부터 그리고 우리국민은 저발전의 불편함과 어느정도의 가난을 감수할 자세가 안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박정희 향수 내지는 개발독재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가 이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독일은 오래전부터 저발전을 하고 있고 대규모의 실업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국가입니다.
그러면서도 독일사회는 안정되어 있습니다.
실업자들에게는 어느정도의 생활을 할 수 있는 실업수당이 지급되고 있고, 자연과 환경도 아주 잘 유지되고 있는 국가입니다.
이에 비해 대한민국은 압축적인 발전을 해온 관계로 어쩔 수 없이 분배나 환경보호 보다는 성장 위주의 사고를 한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앞으로는 분배와 환경보호에 힘써야겠지요.
그렇지만 3-4%의 경제성장도 감당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경제구조와 국민들의 자세를 보면 어떤 정부이건 경제성장 위주의 정책은 당분간 변함이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발전으로 인한 불편함과 가난을 감수할 수 없는 국민들의 아우성에 버틸 수 있는 정부는 없습니다. 지방선거, 총선, 대선으로 계속 이어지는 정치구조 속에서 이러한 국민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무시할 수 있는 정권과 정부는 없겠지요.
이러한 성장위주의 정책이 계속되면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결국에는 우선은 한계상황 속에서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고, 그 다음은 차상위빈곤계층들이고, 그 다음은 소위 말하는 중산층입니다.
성장위주의 정책이 가난한 사람들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것인데도 우선 가난한 사람들이 그러한 정책에 더 저항하는 것이 지금 우리의 모순된 우리의 현실입니다.

참으로 풀기 어려운 숙제입니다.
앞으로도 제2의 제3의 지눌스님 같은 사람은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고, 제2의 제3의 새만금, 제2의 제3의 부안 핵폐기장 같은 사태는 계속해서 터질 것입니다.
나 자신이 불편과 가난을 감수할 수가 없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그것을 강요하는 것은 터무니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국민적 합의에 따라 성장위주의 정책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것이고요, 그러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희생되는 사람들과 파괴되는 자연환경에 대하여 우리 모두는 가해자들이고 공범들입니다.
나 자신부터 반성해야겠지요.

(지눌스님과 새만금에 관한 보도를 보면서 평소에 하고 싶었던 얘기를 급하게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