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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이제 42.
마눌님과 딸 아들 4가족 단촐하게 살고 있는 아주 평범한 사람입니다.
물론 직장은 다니고 있고… 중소기업체 이지만…

92년도 였슴다.
지금 마눌님과 눈 맞고 (같은 직장 같은 사무실) 결혼 할려고 성남시 여기저기 둘러보고 다닐 때 였슴다.
막내아들 장가간다고 父親 한 말씀 : “너에게 해줄 것이라곤 800만원, 그리고 너의 명의로 1000만원 대출받아 장가가도록 해라. 너희 형들도 다 그렇게 했다.”

1800만원으로 우선 전세집을 얻으려고 성남시 여기저기 둘러 보았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 맘에 드는 곳은 전혀 없더군요.
한번은 부동산중계소에 신혼부부라고 했음에도 몇일전 가내공장 기계 뜯은 곳을 보여주며 이곳은 어떠냐고 하더군요. 정말 돌아버리는 줄 알았슴다.
마침내 성남시 은행동이라고 하는 (지금은 많이 개발되어 몰라볼 정도지만) 산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슴다.
지은 지 한 1년 된 빌라(연립주택)가 있더군요. 전세가 2000만원…
마눌님 맘에 드셨는지 여기저기 꼬부쳐 놓은 돈 꺼내 200만원 보태더군요.
난 쪽 팔려 죽는 줄 알았슴다.

그 집에 어렵게 들어가 한 3년 살다가 회사 사택을 입주하게 되는 행운을 안았슴다.
분당에 있는 15평짜리 임대아파트..
15평 아파트. 분명 지금 보면 너무나 좁지만 당시 저는 제가 대학교 합격했던 기분만큼 좋았슴다.
연립 전세생활 3년 만에 애 둘 옆에 끼고 15평 임대아파트 이사할 때 그 기분 과연 알 수 있을까요.
회사 아파트니 누구 눈치 볼 필요도 없고, 쪼그만 소형차 여기저기 주차 시켜도 뭐라 할 사람 없고.. 하여간 마음은 그 누구 부럽지 않았슴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수원 영통에서 살다가 (97년 입주했으니 영통 초창기 멤버죠) 지금은 신영통이란 곳으로 와서 살고 있슴니다.
당시 15평보다 한 20평 이상 넓어졌죠.
물론 아이들도 커진 이유도 있지만 이상한 것은 왜 당시 15평 임대아파트에서 살던 때 보다 기분은 더 답답해져 있을까요.

800만원으로 시작한 결혼 생활. (나중에 알았지만 800도 형들과 누나가 각각 200씩 만들어 800이 되었지요)
정말 결혼초기 부수입으로 숙직비 10,000원이라도 받을 시면 만삭의 마누라 생각하면서 통닭 사 들고 성남 은행시장을 통해 산동네로 룰루랄라 올라가던 그 시절이 왜 지금보다 덜 힘들고 그리울 까요.

내가 당시에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은 희망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언젠간 저 산동네에서 아랫동네로..
언젠간 연립에서 아파트로..
언젠간 임대, 전세에서 내 명의의 아파트로…
언젠간 15평에서, 25평에서.. 35평에서…
어느덧 800만원으로 시작해서 결혼 12년 만에 35평 아파트에서 살고 있슴다.
딸 아들 걱정 없이 튼튼하고 건강하고 밝게 커주고 있슴다.
그러나 팔자좋은 소리하고 있다고 욕하지는 마세요.
그렇게 되기까지 우리 마눌님 예쁜 손 부업한다고 기계부품 만지다 기름독으로 많이 고생했슴다.
지금도 무슨 부업거리 없나 찾고 있슴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스러운 것은 왜 월급 밀리지 않고 매년 조금씩 늘어나는 월급 받고 살아가는데 왜 이상하게 갈수록 생활은 쪼들릴까요.
집은 커지는데 말입니다.
집은 커지는데 왜 마음은 갈수록 답답해 지는 걸 까요.
이게 욕심이겠죠.
35평이 좁게 느껴지면 40평대가 눈에 아른거리고.. 그리고 40평대에 집착하면 이사가고 싶고… 그러면 내 생활이 40평대 사는 사람과 비교되고.. 또 그 후에는 무능한 남편과 아빠가 되는 것은 아닐까 자격지심 생기고…
(에이 오늘 술 한잔 생각나네.. 답답한 마음 풀어볼려면…)

정말 두서없이 써보았슴다.
그리고 오늘 저녁 오랜만에 마눌님 불러내서 삼겹살에 소주한잔 사줄렵니다.
그리고 12년전 만삭의 배를 하고 퇴근하는 남편을 향해 이세상 가장 사랑스런 웃음짓던 마눌님에게 내가 느꼈던 마음을 이야기 하고..
12년전 만삭의 배를 하고 있던 마누라에게 10,000원의 숙직비로 통닭을 사줄 때 마눌님은 어떤 기분이었냐고 물어 볼렵니다.
그러면 오늘 저녁 삼겹살 정말 맛있지 않을까요?

지겨운 글 끝까지 읽어 주신 여러분도 함께 초대하고 싶은데…..(그런데 삼겹살 값 너무 올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