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포털에서 거래포털로!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20대 워킹맘입니다.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의 대부분이 30대 중반 이상분들이 쓰신 것 같아서 제 또래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건 어떨까 생각이 들어서 용기내어 글을 써봅니다. 제 이야기가 20대를 대표할 수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혹은 이 글을 쓰면서 저에게도 한번 정리할 시간이 되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먼저 저는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 되어 취업 되었다는 기쁨 하나로 상경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과 떨어져본 적이 없어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생각도 못해본 채 안정된 직장을 가졌다는 거 하나로 용감하게 지방에서 올라왔습니다.
지나고 보면 참으로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소위 신이 내렸다는 직장에 다니는데 저처럼 남들 다하는 준비 안 한 사람은 없더군요.. 와보니 어학연수 다녀온 동기들이 70% 이상이고, 공사 시험 준비 몇년에 심지어 면접 학원까지.. 어학연수 안 다녀왔다고 하니 다들 이상하게 쳐다보더라구요.. 저는 힘든 형편에 외국가서 공부안하고 어영부영 여행이나 다니며 놀 바에야 안가겠다고 마음먹고 틈틈히 과외며 알바며 용돈 벌면서 학원비 만들고, 토익공부해서 점수 만들고 남들 놀 때 도서관에서 자격증 공부며 학점 채울려고 스펙만들기에 바빴거든요.. 공기업 생각은 없었지만 취업에 그정도는 필요할 것 같아 열심히 했습니다. 그렇게 생활하면서 쌓인 생각이며 자세가 면접관에게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연하게 운이 좋아서 단번에 취업이 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밝은멘토님 글을 읽다보니 제 경우도 우연이 아니라 필연은 아니었을까 뒤돌아보게 되더라구요… (ㅎㅎ 머쓱하네요. 이런 말 하려니까요.) 그래도 저보다 더 열심히 하신 분들에 비하면 운이 좋다고 생각해야겠지요.

암튼 부모님이 빈손으로 출발해서 힘들게 힘들게 고생하시며 사남매 키워내셨는데 회사에 들어와보니 부모님들이랑 동년배인 상사분들도 계신데 사는게 너무 틀려 충격 받았던 기억도 나네요.
대학때까지만해도 저는 알바도 하고 학비도 보태고 나름 고생하며 컸다고 느꼈지만 입사해서 지나고보니 부모님 품에서 아무것도 모른채 순수하게 온실속에서 컸다는 게 느껴지더군요. 떨어져봐야 부모님 고마운 걸 안다고 참 부끄럽기도 하고 혼자 자취하다보니 가족의 소중함을 알겠더라구요. 그리고 지금 이쁜 아기도 낳아서 키우다 보니 부모님 그늘이 더 크게 느껴지구요.. 집 나와서 애기낳고 살아봐야 철 드나봅니다.

타지에서 좋은 사람 만나서 계획에 전혀 없던 결혼이란 걸 결정하고 스물 여섯에 가정을 꾸리게 되었습니다. 결혼 결심할 때 어리기도 했지만 인생 모 아니면 도다.. 내가 아무리 재고 재봐야 그 사람에 대해 다 알 수 없는거고 내가 선택한 사람이니 이 사람 믿고 둘이 힘합쳐서 살면 나에게 주어진 복만큼 아니 그보다 더 잘 살수도 있겠지.. 인생 어차피 도박 아니냐.. 그런 생각으로 결혼했더랍니다 ㅡ.ㅡ;;
주위에서 제가 결혼 일찍 한다고 어찌나 뭐라 그러는지 서운할 정도였는데 막상 결혼하고 나니 시댁과의 관계에서 예상치 못한 일도 발생하고 나름 힘든 일도 생기기도 했지만 결혼해보니 혼자보다는 둘이 나은 것 같습니다. 신랑도 가정적이라 저한테 잘하고 아기를 낳아 길러보니 밥먹는거 보기만 해도 배부르고.. 맞벌이라 주위 도움없이 아기키우는게 참 힘들기도 하고 아기 맡길 데가 없어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지만 결혼하기 전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름 열심히 생활하고 있습니다.

집 산 이야기를 꺼내려다 보니 스토리가 길어졌네요.. 젊은 사람이 썰을 너무 길게 풀었나요? ㅎㅎ 죄송합니당 !

암튼 제가 2006년에 결혼했는데 그 때 부동산이 엄청나게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신랑이 결혼전에 결혼자금 아껴서 집 사는거 어떻냐고 했는데 저는 1억 넘는 대출액수를 듣고 당시 너무 큰 돈같아서 무조건 싫다고 했습니다. 그땐 아무것도 몰라서 그 큰 금액을 대출낸다는 게 쬐금 챙피하기도 하고 겁도 나고그랬지요.. 그런데 전세 9천만원짜리 아파트 들어가면서 전세대출 4천을 받은거 있지요. 실망스러웠지만 희망을 품고 결혼계획을 밀고 나갔습니다.

그때 대출거래를 첨 해본 신랑은 대출이 언제 나오는지 체크도 안하고 계약을 하는 바람에 잔금 치르는 날에 돈이 안나오는 엄청난 사태가 발생했답니다. 신랑은 당황했고 저역시 일을 어떻게 그렇게 처리하냐며 하늘이 노래졌습니다. 이미 가족들과 회사에는 결혼한다고 다 알렸고 둘 다 자취하던 방까지 다 처리해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던 거지요..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 주인한테 막무가내로 사정하기 시작했어요. 남편이 전화도 해보고 시어머니께서 전화도 해보고.. 주인이 결국 신혼부부라 봐준다면서 자기 같은 주인 드물다면서 맘 같아서는 계약금만 받고 계약자동취소할 수도 있다면서 엄청 뭐라 그러더군요. 그 때 주인도 그렇고 신랑이 얼마나 밉던지.. 대출받는 것도 속상한데 일이 그렇게까지 되니 결혼 물릴 수도 없고 많이 속상했답니다. 그래도 우리는 운좋게 그리그리 결혼하고 전세집도 마련하고 아기도 가졌답니다.

그런데 우리 보다 늦게 결혼한 회사 후배가 소형 아파트를 사서 한달만에 4천만원 이익보고 그돈으로 결혼자금하고 다시 분당 아파트 21평을 60% 대출끼고 매매하는 걸 보고 그때까지만 해도 미쳤다 미쳤다.. 그랬답니다. 통이 크다면서요.. 그런데 그 집이 6개월도 안되어서 몇 천이 뛰더군요, 그때는 그랬지요.. 집값이 미쳤다 미쳤다..

주위에서 부동산으로 재미본 사람들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우리더러 왜 결혼할 때 집을 안 샀냐고 뒤늦게야 뭐라 그러더군요. 둘이서 맞벌이하면 대출도 넉넉하게 나오고 이자도 그때가 쌌는데 안사고 뭐했냐고..사람들은 항상 지나가고 나면 뭐라 그런다니깐요.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도움도 안되면서 말이지요.
신랑이랑 저는 그때부터 부동산 사이트에 가입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돌아다니기 시작했지요. 집값은 계속 올라갔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의 매매가도 10개월만에 9천만원 가까이 뛰었고 전세가도 2천만원이나 뛰었습니다. 동시에 우리 마음도 급해졌구요..
그때는 집값이 계속 오를 것만 같더라구요.

저는 첫아이를 임신했고 신랑은 아기가 태어나면 우리명의로 된 보금자리를 선물로 안기고 싶다며 매매를 위해 그 더운 여름에 배부른 저와 함께 열심히 집을 보러 다녔답니다. 부동산에 ‘부’자도 몰랐는데 1년만에 집을 사겠다며 그렇게 뛰어다녔답니다. 웃기죠? 퇴근하고 저녁에는 우리가 낼 수 있는 대출한도와 이자부담, 원금상환까지 계산해가며 매일매일 계산기 두들겨댔답니다. DTI, LTV.. 대출내는 데 왜그리 복잡하던지..ㅎㅎ 우리 애기 아마 수학 잘 할 거라면서 그렇게 계산기를 두들겨냈답니다 ^^

결국 제가 출산하기 며칠 전에 우리 여건에 맞는 집이 급매로 나왔고 매매 결정은 못하고 저는 먼저 친정에 내려갔답니다. 그 후 아기를 낳고 얼마 뒤 신랑은 혼자서 밤이면 밤마다 계산기랑 씨름해가면서 결국 그 집을 사기로 결심을 하고 혼자서 집사고 뒷일을 모두 다 처리해버렸답니다. 대출한도 가득 채워서요.. 전세끼고 샀는데 세입자가 나가는 시점에 입주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당시 우리가 살고 있던 전세 만기일보다 2달이나 빨라서 주인한테 사정해보았지만 매정한 주인은 계약기간 못채운 건 우리잘못이라며 남은 날짜를 일수로 계산해서 나가되, 뒤에 들어올 세입자가 정해지면 나가라고 했답니다. 월세를 80만원으로 세를 놨더군요.. 거기서 한번더 우리는 결심했지요. 얼른 부자되자고.. 그치만 우리는 나중에 세입자한테 저러지 말자고. 사람이 너무 독해도 못쓴다고.. 아껴서 집 마련하고 부자되는 것도 좋지만 사람냄새 풍기며 살자고 그랬답니다. 그래도 그 독한 주인이 우리가 빨리 집을 사게 만드는데 일조를 하긴 한 것 같네요.

그 때 집을 무리해서 사긴 샀습니다. 사실 저는 기쁜마음 반이고 걱정스러운 마음 반이었답니다. 대출이자가 너무 컸으니까요. 과연 우리가 사람답게 생활할 수 있을까 우려가 많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 거기에 맞춰서 살아지더군요. 어느 정도 먹을 것도 먹고 놀러도 가끔 가고 하다보니 상환은 목표한만큼 못했지만 이자 갚는데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작년 연말에 가계부 정리하면서 소비에 대해 많이 반성하고 올해는 카드지출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다짐했답니다. 덜 먹고 덜 쓰고 얼른 상환해서 이자부담 줄이자고 다짐하며 둘이서 소주한잔 했습니다.

2007년 우리가 집을 산 뒤로 얼마전까지 부동산이 끝없이 추락하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했지만 여기 게시판에 올라오는 주옥 같은 인생 선배님들 글을 보며 희망을 가지고 마음도 다스리고 편안하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동안에도 주위에서는 집을 파는게 어떠냐 앞으로 집값 폭락한다더라.. 너네 대출은 어쩌냐.. 이자내고 생활은 되느냐.. 너무 무리한거 아니냐.. 무어 그리 남의 일에 관심들이 많은지 뒤에서 쑥덕거리는 이들도 많았답니다. 사람들한테 실망도 많이 하고 그랬는데 그래도 우리 부부는 꿋꿋하게 우리집 하나는 있어야하지 않겠냐면서 흔들리지 않고 즐겁게 지냈답니다. 은행에 비싼 월세내고 있다며 밥 한 번 살 일도 아끼고 그랬답니다. 적당한 대출은 오히려 생활이 도움이 되는 것 같더라구요. 절약하게 되고 남들에게 돈쓸일 있어도 핑계도 되구요 ^^

대출낸 액수가 굉장히 많기는 하지만 어차피 월급쟁이 첫번째 목표가 내집마련이라면 젊을 때 미리 마련해서 남들 놀러 갈 때 안가고 조금 고생스럽게 사는 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대출금도 8년안에는 다 갚을 수 있을 것 같구요. 너무 긴가요? 그래도 저는 좋습니다. 미리 주인된 경험을 해봤고 이미 집없는 사람보다 더 큰 걸 내다볼 수 있게 되었으니깐요.

참고로 해보니깐 원금과 이자가 동시에 나가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수입에서 바로 원금이 빠져버리니깐 더 아껴지더라구요.. 아무래도 젊어서 그런가 보너스라도 들어오는 달에는 지름신이 강림하는걸 거부하기란 굉장히 힘들더군요..

지금 우리 아기랑 세식구 살기에 불편한 점 없고 내집이라 마음 편하고 대출금은 기냥 저금하고 있다 생각하니 집값이 내리건 오르건 크게 신경 안쓰입니다. 특히 긍정적인 마인드로 생활하다보니 대출에 쪼들린다는 생각보다는 둘이서 주말에 소주한잔 마시며 우리 자산가치가 미래에는 이 정도 될거다 평가도해보고 장기전략도 다시 세우고.. 부부지간에 대화도 늘고..내집마련 전과 후에도 긍정적인 생각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살면서 힘들일도 많이 생기고 부모님께 재산을 받아서 시작하는 등 잘나가는 주위 사람들과 비교도 되고 그러겠지만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며 끊임없이 공부하는 자세로 살면 어느순간 자신이 바라던 그런 위치에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봅니다.

저도 늙어서 다른 이들을 위해 좋은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네요.
모두들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지금 제가 생각하는 행복의 기본조건은 긍정적인 생각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