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포털에서 거래포털로!

저는 현재 외국에 살고 있습니다.


현정님의 말씀대로 회사에 한 천번쯤 절을 해야 하는, 남편이 대기업 주재원이고요.

이제 주재기간이 거의 끝나가는(6년) 저희에게는, 정말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소중한 아들 교육과 재테크 면에서도 감사한 일 투성입니다.


남편의 순수한 영혼이 맘에 들어 결혼을 결심할 때…20대 후반의 나이였지만

돈도 모르고 그냥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한다는 사실에만 흥분했던 아주 순진한

시기였습니다.


순수자금 1500만원으로 분당에 20평 전세부터 시작했습니다. 14년전입니다.

소유가 뭔 의미냐 거주하고 있으면 그게 내 집이지 하는 소박한 마음과

맞벌이니 3년만 알뜰히 모으면 이런 집 살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도 잠시,

2년 전세기간 만료 시점 아파트값이 폭등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전세값도요.



지방에 살던 주인이 부동산중개업소 말만 믿고 4300만원 전세값을 7천만원으로

올려달라고 하는 통에 애 낳고 몸도 못 푼 상태에서 근처 용인 수지로 말그대로

쫓겨갔습니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 저렇게 많은 분당아파트 중에 우리가 살 집이 없냐 하면서

한숨지으며 그때부터 나는 불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업친데 덥친격으로 그당시 제가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는데, 출산과 동시에 소위말해

짤렸거든요. 저 명문대 출신이지만 그때에는 그랬습니다.


그 수지집은 해외 주재원으로 나가계신 남편 직장 상사분의 집이었는데

아주 우연히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여기에서..중요한 사항 하나….밝은맨토님 말씀

대로 지나고보면 모든 일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아기까지 태어나고, 맞벌이에서 외벌이로..넘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2년동안 부었던 곗돈 타자마자 엄마친구분께 빌려드렸는데 겨우 이자 한달

받고 부도가 나서 2000만원 바로 날렸습니다. 2달후 바로 IMF가 터지더군요.


집에서 쉬는 기간 근근히 과외도 하고, XXX 협회에서 하는 교육을 한달간 무료로

배워, 짤린지 10개월만에 우연히 재취업하게 됩니다.

IMF로 집값이 폭락하자, 마음씨 좋으신 주인께서 전세값을 내주시는 바람에 평소

꿈에 그려왔던 분당 아파트(27평)를 덜컥 사버렸죠.


정말 이돈 저돈 거의 빌린 돈이었어요. 그때 부모님 이하 모두 말렸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조금 더 떨어져도 이정도면 내가 감내하겠다 싶었죠.

싱크대를 너무 바꾸고 싶었지만 80만원이 없어서 못바꾸고 하얀 시트지를 사서

붙였습니다 (지금도 하얗고 이쁜 싱크대에 대한 저의 로망이 있습니다)


이때부터 절약모드입니다. 아니 정말 쓸 돈이 없었습니다.

처음 산 집에서 자는 첫날밤, 남편은 너무 행복해하며 자기는 평생 이 집에서

살아도 좋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감흥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3년후 대출금도 아직 다 못 갚았지만 팔고, 같은 가격의, 입주가 8개월

남은 35평짜리 분양 아파트(용인 동천동)를 샀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8개월가량 들어가 살 집이(아니 돈이) 없었던 것이죠.

이때도 우연히 지인의 도움으로, 낡고 허름한 대로변 주유소 2층에서 공짜로 살게

되었습니다. 집에 화장실 냄새가 진동하고 마루바닥은 푹 꺼져있고 천장에는 거미

줄, 벽에는 곰팡이가 가득…이때 결혼해서 처음으로 남편과 싸우기 시작, 아니

일방적인 남편의 불평불만이 저에게 쏟아지기 시작했죠.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잘 살던 꿈의 궁전(분당집)을 팔고 이런 생고생을

하냐는 거죠. 사실 제가 남편보다 더 귀하게 자랐거든요. 저는 이런 고생없이

어떻게 잘 살 수 있겠냐며(사실 저도 확신은 없었죠..생고생=성공) 남편을 설득

했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남편이 예나 지금이나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입니다.

호호호….


입주직전 용인이 들썩거리는 바람에 8천만원 프리미엄 받고 얼른 팔았죠.

토요일에 팔자마자 일요일에 혼자서 계약금 들고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던

강남에 34평 아파트를 전세끼고 덜커덕 사버렸죠.

내돈 1억4천에 전세값 1억9천(전세 계약서 쓰는데 어찌나 창피하던지.

세입자가 저보다 훨씬 부자인거죠).

강남 아파트 계약한 날 밤 너무 벅차서 잠을 못 이뤘습니다

(이때는 남편이 감흥이 없더군요).


대학을 들어가보니 명문대에는 강남 출신들의 비율이 훨 높더군요.

그들만의 리그도 있고요. 이제 우리 아들도 초등학교 입학때까지는 못해도

3학년 정도부터는 강남에서 교육시킬 수 있다는 벅찬 희망이 생겼습니다.

저 강북에서 전교 1등 했습니다. 하지만 강남 출신 친구들은 반에서 5등-10등 정도만

해도 같은 학교 같은 과에서 공부할 수 있더군요.



만감이 교차했죠. 물론 갚아야 할 전세값이 훨씬 더 많지만, 1500만원으로 시작한

신혼생활 이후 7년만의 일입니다. 남은 4천만원 들고 전세집 찾으러 다니다 포기

하고, 할 수없이 친정 옆에 분양 아파트(25평)를 대출 왕창 끼고 사게 되었습니다.

입주때까지 들어가 살 집은 계속 없는 상태죠.


결국 8개월만 살기로 하고 들어갔던 주유소 2층을 18개월이나 살게 되었습니다.

너무 누추하여 우리 가족조차도 들어와보지 않았던 집입니다.

그 이후 운좋게 해외 주재원으로 나오는 바람에 많은 돈을 저축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보다 더 짠순이가 되었죠.


저 늦둥이로 아이 하나 더 낳았고, 첫애 때보다 경제 형편 비교도 안되게

좋아졌는데도 아기옷, 용품 하나도 새로 산거 없습니다.

어쩌다 5천원짜리 사 입힙니다. 원화가치 하락으로 이제는 한국에서 물건사서

이곳으로 부쳐서 사용하는 것이 더 저렴하거든요.

대형마트나 백화점도 가능한한 안 갑니다. 다니다보면 돈을 쓰게 되거든요.



제가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은 유일하게 큰 아이 사교육비 입니다. 물론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학교를 나온다고 해서 나중에 더 잘산다는 보장 당연히 없습니다.

하지만 더 넓은 세상을 보게 해주고 세상이 필요로 하는 사람 만들어보자는 것이죠.


제가 젤 싫어하는 사람이 자기에게는 돈 엄청 쓰면서 남들에게 인색한 사람이죠.

많이 가지고 많이 주렁주렁 명품 걸치면 뭐합니까. 마음이 부자가 아닌걸요.

그런 분들은 연세가 많아도 저는 존경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도 넉넉히 많이 가져 남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향기나는 사람이 되고

싶고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키우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저는 무작정 아이에게 올인하지는 않습니다. 형편이 허락하는 내에서 지원

하지요. 형편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고요.. 제가 가르칠 수 있는 과목들은 제가

직접 가르치기도 합니다.


저 아직 40대 초반이지만, 요즘 젊은 분들은 돈을 무계획 무작정으로 쓰시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우선 목표를 정해놓으면 할 일들이 생길겁니다.

꿈이 간절하면 이루어진다가 제 인생의 모토예요.


간절하게 바라기만 하면 안되고 바라다보면 나의 자세가 나온다는거죠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이루어지겠죠.

남편들이 평생 지금처럼 돈 벌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저희 동네에도 대기업에 다니시는 50세 이상이신 분들 많지 않습니다.


주변에서 부모님께 강남 아파트 한채 상속받고, 상장주식이 대박나서 20억 30억

할 때는 정말 맥빠집니다. 한동안 우울하고요. 하지만...그건 그들의 인생이고요.

내가 아닌걸요...전 돈은 많지 않아도 아이들 교육 열심히 잘 시키고 싶습니다.


별로 성공한 이야기도 아니고 거창한 이야기도 아닌데 나름 줄여서 쓸려고

엄청 삭제해가며 썼는데도 무쟈게 기네요…

다음에는 주제를 정해놓고 테마별로 써야할 것 같습니다.

허접한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