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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부터인가 내집마련 게시판에 들어와 글을 읽는게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의 소중한 의견에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작년 가을 집을 살까 전세를 살까 고민할때는 하루에도 열두번 들어와서 여러 의견들을 읽었습니다. 그땐 정말 대단했죠. 전세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느낌을 일초마다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론 숨이 막히도록 불안함이 엄습했습니다. 전세가 상승에 이어 모든 집값이 내일 당장 올라갈것 같아 나만 또 뒤처지나 하고 초조하기만 했습니다. 결국 사기로 작정해서 여기저기 끌어모아 빚으로(105프로라면 믿으실지...세금도 내야 했으므로) 오래된 소형아파트를 장만했습니다. 집 장만한 다음달 부터 당장 월급의 1/6은 이자이고 나머지 2/6는 대출금 갚는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 집값이 바닥이라는 말이 대세였으나 지금이 바닥이라는 분도 있습니다. 저희 집도 사자마자 천 정도 내린 듯하여 처음엔 속은 상했지만 눈을 감고 있습니다. 금방 팔집도 아니고 시세 차익이 생기면 좋지만 아니어도 난 지금 엄청 행복하므로...
물론 몇달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매달 버는 돈의 50%는 집으로 들어가고 있고 그 많은 액수를 몇십년동안 갚을 것을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하여 우울한 기분으로 짜증도 늘었었습니다. 빚에 쫒겨 경매들어가는건 아닌지..등등 부정적인 생각으로 말입니다. 제가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빚을 가져본 적이 없고 주변에서 도와줄 사람도 없기때문에 당연한 불안일 것이며 무엇보다 가족의 반대가 마음을 상하게 했습니다. 집값이 더 떨어지는데 뭐하러 사느냐고...결국 가족에게는 잔금치르는날에야 매입사실을 밝힐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괴로움이란...
지난 삶을 생각해보면 도전하지 않고 그냥 매일 매일 현실에 안주하며 적당히 살았던 것 같습니다. 정말 오랜시간 형제자매에게 얹혀도 살아보고 원룸이나 고시원 생활도 해 봤습니다. 물론 노모를 모셔야할 상황이 아니었다면 아마 지금도 그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아주 작고 소박하지만 집을 가지고 1년가까이 생활해보니 집값이 안올라도 좋아~, 생활비 빼고 버는 돈을 다 빚을 갚는데 쓰는 하우스푸어라도 좋아~ 라는 마음으로 바뀌었답니다. 제가 이 늦은 나이 40대 후반에야 집을 사랑하게 된 배경에는 자라나면서 내 집을 갖고 안락하게 살아본 경험이 없었던 점도 한 몫했음을 알았습니다. 어린시절 왠지 모르게 집 가진 친구들이 그리도 부러웠었는데도 성인이 되어 집을 갖지 않았던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집에 대한 사랑의 추억이 없었기 때문이었음을 알았습니다. 그러다가 이 늦은 나이에 나의 집에서 살아본 뒤에야 그 가치를 알게 된 것입니다.

재테크의 관점에서도 저의 경우는 현금은 가지고 있으면 어디로 새는지 모르게 나가버리곤 했고 그냥 둬도 어차피 돈의 가치는 하락할 것입니다. 더군다나 금융에 무지하고 단지 욕심과 의욕만 앞서는 경우여서 (실제로 많은 돈을 날렸기에) 주식이나 채권등의 투자에서 이득을 남길게 아닌 반면 집은 현물로 존재해주고 돈을 어떻게 굴리나 머리쓰지 않아도 되고 마시는 물과 공기처럼 매일 매일의 내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아무리 작고 낡아도 내 명패 붙이고 맘 편히 살 수 있는 집이 있어줘서...저는 오늘도 새벽 출근길에 콧노래를 부릅니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말하죠. '내가 앞으로 얼마나 더 일할 수 있을까? 더 열심히 일해야지~~~내 집에서 사는 이 기쁨에 대한 댓가를 기꺼이 지불하기 위해!'

작년 그렇게 비난하던 가족들도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집값이 올라줘서가 아닙니다.

이런 도전을 늦게나마 실천했던 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지금 너무나 행복합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제 뒤에 든든히 버티고 있는 나의 집과 그 안에서 행복해하는 가족을 생각하면 오늘도 어려운 일상을 헤처나갈 힘을 다시 얻기 때문이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