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포털에서 거래포털로!

눈팅만 하다가 게시판 꼴이 하도 심해서 몇 자 남깁니다.

폭락론자들 아고라에서 거품 무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여기서도 마찬가지이고,
근거없는 폭등론자들도(대부분 부동산업자나 다주택자겠지요) 과대포장 홍보일색이고.

내집 마련 게시판 참고해서 내집 마련에 도움을 얻으려고 온 사람들이 뭘 보고 배울 게 있겠습니까?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집이란 자산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한 자산항목이니만큼 신중해야 하겠습니다만, 자기 입장만 생각하는 뻥쟁이들 등쌀에 정상적인 실수요자들까지 불안감에 떨 필요는 없습니다.

쉽게 생각하세요. 그리고 크게 생각하세요.

몇 가지 큰 줄기에 해당하는 요건을 따져보고, 본인이 그에 해당한다고 생각되면 지금 타이밍에 집을 구매하는 거고, 아니면 관망하거나 못 사는 겁니다.

큰 줄기만 따지고 나면 세부적인 것이야 상황과 경우에 맞춰 나중에 생각해도 되는 겁니다.

실수요자로서 현재 내집 마련을 할 때 따져볼 요건은 다음과 같다고 봅니다.



1. 대출을 받아야 한다면 원리금을 상환 기간 내내 안정적으로 갚아 나갈 수 있는가?

- 원리금 상환 능력 없이 이자만 갚으며 집값 오르길 기대하는 시대는 분명히 지났고, 당분간 오지 않습니다.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설령 집값이 올랐다 해도 원리금 상환 능력이 없으면, 어차피 집을 팔아서 갚아야 합니다. 차액을 건졌다 해도, 그때 이미 다른 집값도 대부분 올랐으므로 다시 무주택자가 될 뿐입니다.



2. 향후 10년 정도 꾸준히 거주할 생각인가?

- 실수요자라면 10년 정도는 꾸준히 거주하면서 집값 상승이나 하락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상승하면 좋은 거고, 하락했어도 안정적인 거주라는 장점이 있으니 다행이고. 중요한 건 내집 시세가 어떻게 오르락내리락하느냐가 아니라, 내가 이 집에서 그만 거주하고 팔아야겠다 라고 마음먹을 바로 그 시점의 시세가 어느 정도냐 하는 것입니다. 10년 뒤의 아파트 시세 감히 누가 장담할 수 있습니까?



3. 마음에 찍어둔 단지 내에 최대한 싸게 나온 급매물이 있는가?

- 아파트 값의 상승과 하락은 누구도 점칠 수 없지만, 일단 당장 내가 얼마나 싸게 사느냐는 가장 정확하고 직접적인 이익입니다. 같은 급매물이라 해도 집상태 대비 가장 싼 매물을 적절하게 고를 수 있는 것도 능력입니다.

현재 아직 계약기간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 전세 거주라면, 조금 여유를 갖고 급매물을 기다리는 것도 추천합니다. 어차피 요즘 같은 상황에서 칼자루는 매수자가 쥐고 있지 매도자가 쥐고 있는 건 아니거든요. 게다가 내년에 오름 추세다 어쩐다 해도 현재의 전체적인 비수기 추세는 당분간 유지될 겁니다.



4. 내가 사려고 하는 집이 장래성이 있는가?

- 실거주 목적이라지만, 가격 추이에 아주 무관심할 수는 없습니다. 최소한 오르지는 않더라도 떨어지지는 않아야 좋으니까요.

지하철역 개통 예정이라든가 재개발 호재가 있다든가 등등 차후 가격 상승을 견인할 수 있는 여지가 하나라도 있는지 따져 보고, 가급적이면 잠재적 호재를 안고 있는 집을 사는 게 낫습니다. 내내 고만고만한 수준의 시세 집에 사는 것보단 낫지요.



대강 제가 생각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단순한 원칙은 이렇습니다.
그에 따라서 전 올해 초에 전세 생활 3년 마치고 2억 대출 받아서 33평 아파트를 구입했습니다.
올해 초가 완전 바닥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전세 계약 만료 시점이라 조금 이르게 구입했습니다. 원래 생각으로는 올해 말쯤 사려고 했었거든요.
요즘 같은 때 2억 대출 받아 집 사는 놈은 제정신 아니라고 하실 분도 있겠지만, 내집 마련은 내가 하는 것이고 쪽박 차도 제 탓이고, 성공해도 제 덕분이니 뭐 후회는 없습니다.

1번 요건 따져 보자면, 아직 30대 초반이라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회사 생활을 10년 이상은 더 할 수 있고, 현재 세전 수입이 연 1억 정도는 되니 2억 대출의 원리금 상환은 문제 없었고요.

2번 요건 따져 보자면, 이제 곧 가질 아이가 10년 뒤면 초등학교 입할할 무렵 되므로, 10년 거주했다가 그때 교육 여건이 좋은 곳으로 갈 생각이니 큰 문제 없다고 보았고요.

3번 요건 따져 보자면, 찍어둔 단지에서 주인 사정으로 인해 가장 저렴하게 나왔고, 분양 당시 옵션도 풀로 채워둔 깔끔한 집을 구했습니다. 이사하고나서 인테리어 전혀 할 필요 없었고 도배 장판도 안해도 될 정도였네요. 이후 국민은행 실거래가 추이를 보아도 저보다 싸게 산 분은 없더군요. 최하 1천만원 이상 남들보다 싸게 샀습니다.

4번 요건 따져 보자면, 지하철역 5분 거리의 역세권이라는 장점이 일단 눈에 들어왔고, 서울시 개발 계획의 중심에 위치한 지역이라 향후 발전 가능성도 높아 보였고, 지은지 3년 된 아파트라 거주하기도 편하고 설령 나중에 누구 말마따나 썩어서 빵원 된다 해도 그때까지는 오래 거주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했습니다.


기왕 산 집이니 소중하게 여기고 있습니다만, 비정상적인 폭등 같은 건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물가상승률보다는 조금 더 높게 올라서 나중에 다른 집으로 갈아탈 때 큰 손해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물론 하락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크지요.


저도 이제 유주택자가 되었습니다만, 폭등론자 분들 의견에는 그다지 찬성하지는 않습니다. 아마 아파트 시장은 꽤 오랜 기간 동안 침체되어 있을 것이고, 호황이 와도 과거처럼 자고 일어나면 몇 천씩 오르고 하는 그런 날은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 경제도 차츰 선진화되면서 사회 전체 시스템이 예전보다 복잡하고 단단하게 잡혀 가기 때문에, 어느 한 요소만 급격하게 부각되고 이럴 가능성이 과거보다는 많이 낮아졌거든요. 아마 부동산이 폭등한다면 주식도 폭등하고 등등 다른 분야의 활성화와 맞물리는 것 정도일 겁니다. 부동산만 잘 나가는 시절은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폭락론자 분들과도 생각이 분명 다릅니다. 모든 물건의 사용 가치만 따지면야 현재의 아파트값은 비정상적으로 비싼 게 맞습니다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화가 사용 가치만으로 가격 책정 되는 게 얼마나 있습니까? 모든 재화는 부가가치라는 게 붙기 마련이고, 경제는 실 사용 가치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부가가치가 움직이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고 만져 보지도 못하는 큰돈들이 오고가는 시대이고, 상황에 따라 만져보지도 못했던 주식 평가액 수 억이 오르거나 수 억이 내릴 수도 있는 시대니까요.

아파트값은 빵원 된다고 믿고 주장하시는 분들은, 빵원 될 때까지 계속 전세나 월세를 전전하며 사시면 됩니다. 믿지 않는 분들은 최대한 유리한 타이밍에 적절하게 내집 마련할 기회를 노리시면 되고요.

폭등한다고 믿고 주장하시는 분들은, 여력 되는 데까지 급매물들 긁어 모아 매입하시면 됩니다. 폭등할 게 확실하면 자기만 몽땅 사서 차익 기대하면 됐지 왜 남에게 폭등하니 어쩌니 합니까. 내집 마련하실 분들은 폭등론도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사는 집이라면 큰 평수의 고가 아파트는 아닐 텐데, 폭등해봤자 얼마나 오르겠습니까. 물가 상승률 따라가는 것 이상만 꾸준히 올라줘도 감지덕지이지요.


즉, 내집 마련에 고심 중인 분들은 폭락론, 폭등론 그 어느 것에도 휘둘릴 필요 없습니다. 본인 스스로 객관적인 정보를 최대한 모으고, 적절하다 싶을 때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세요. 그 적절하다 싶을 때를 빨리 끌어당기는 건 아파트 시장의 전망이 아니라,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본인의 경제적 능력에 달렸습니다.

어느 부동산 게시판을 가도 사람들 꼬드겨 집 사게 하려거나 막연하게 집값 좀 올랐으면 하고 바라는 폭등이님들 아주 많이 보이네요. 또 집 한 채 없고 돈도 없어서 집 가진 사람들에 대한 악감정으로 빵원 운운하며 무능한 자의 무능한 발악만 하는 폭락이님들도 많이 보이고요. 그런 싸움밖에 없어서 갑갑하네요. 정말 내집 마련할 분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시는 극소수 분들 글 말고는 읽을 게 없어 아쉽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