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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부동산이 폭등할 거란 글과 댓글이 쏟아집니다. 과연 부동산은 폭등할까요?

네, 물론 시간이 지나고 나면 분명 지금 값보다 많이 올라있을 겁니다. 화폐 가치 절하와 실물 가치 상승만 두고 보더라도 결국 한참 뒤에 가서는 값이 올라 있게 됩니다. 결과적으로는 폭등이지요. 그런데 그 시간이 얼마나 지나야만 폭등한 걸 확인할 수 있을까요?

7월설, 8월설, 9월설에 이어 내년 상반기설, 내년 12월설 등 부동산 폭등을 예측하는 온갖 설들이 난무합니다. 그중 어느 하나는 맞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건 마치 유력한 대통령 후보 2~3명 중에서 한 명을 찍은 점쟁이가 나중에 자신이 누가 대통령 될 것인지를 맞췄다고 홍보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두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어서 이 글을 씁니다.

첫째, 현재 내 집 마련을 노리는 분들에게 부동산이 언제 폭등할 것인지는 그다지 중요한 요인이 되지 못합니다. 단적으로 말하면 거의 관련 없습니다.

둘째, 현 상황에서 부동산은 빠른 시일 내에 폭등할 수 없는 환경입니다. 무분별한 폭락론은 공포 심리를 조성하고 시장을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나쁘지만, 근거가 빈약한 폭등론은 남의 소중한 재산을 말아먹을 수 있는 선동이라는 점에서 나쁩니다.


첫 번째 이야기의 이유는 예전 글에서도 말씀 드렸던 적이 있는 것 같네요. 만약 실수요자가 8월에 내 집을 사서 이사했다고 쳐요. 그런데 부동산이 10월부터 폭등해서 내년 5월까지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그래서 어쩌라고요? 그 집 바로 파실 건가요? 그 집 바로 팔고 다른 집 사려면 그 다른 집 또한 많이 올라 있을 텐데 남는 게 있나요? 세금과 중개수수료와 이사 비용만 더 빠질 뿐이죠. 그저 내 자산이 수치적으로 증가했다는 만족감과 안도감을 줄 수 있겠지만, 자기가 한동안 거주해야 하는 집의 매매가가 오른 것은 손에 잡히지 않는 수치적 이득에 불과합니다. 집값이 오르면 오른 금액만큼 내 통장에 자동으로 꽂히는 것도 아니잖아요.

폭락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분은 나쁘겠지만 거기서 쭉 살다가 나중에 다시 올랐을 때 팔면 되잖아요. 계속 떨어지기만 할 것 같다고요? 그 불안감을 극복하시지 못할 것 같으면 집을 사지 않으시는 게 정신 건강과 안정에 좋습니다. 그 선택이 후회가 될지 안도가 될지는 나중에 따져 보실 수 있으시겠지요.

그래서 내 집 마련에는 단기적 폭등과 폭락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첫 내 집을 장만하면 대출 상환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최하 5년에서 10년씩들은 거주하실 텐데, 단기 변동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생각하셔야 합니다.


두 번째로 부동산이 당분간 쉽사리 폭등하기 어렵다고 말씀 드린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가장 큰 주체가 누구인지를 파악해 보면,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건 우리 같은 서민들의 희망이나 바람이 아닙니다. 선전 선동도 아니고요. 부동산 시장의 방향을 결정하는 건 국가입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실제로 돈을 퍼붓거나 빼서 그 방향대로 시장의 흐름을 만들어 가는 건 부자들입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흐름에 우리 서민들은 편승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주 단순합니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 국가는 규제합니다. 때로는 상승폭이 너무 커서 규제로 당장에 잡히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럼 계속 규제를 남발해서 결국은 잡아냅니다. 반대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 국가는 규제를 풉니다. 그럼 부동산의 수익률이 높아지고, 수익을 쫓는 부자들의 자금이 유입됩니다. 그러면서 매매가는 올라가고, 서민들은 부동산 시장이 좋아졌구나 하고 생각하고 움직입니다.

그런 흐름에서 보자면, 지금은 부동산 시장이 쉽게 활성화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몇 년 간 시중에 여유 자금은 넘쳐났지만, 부동산이 이익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자금들이 어영부영 떠돌았지요. 그래서 이제 정부가 규제를 풀려고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바로 세계 경제 위기라는 ‘공포와 불안’입니다.


미국과 유로가 망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확고한 긴축에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더 이상 부채로 잔뜩 소비하고, 돈 찍어내서 부채 충당하는 정책을 무작정 밀어붙일 수는 없으니까요. 남유럽에서 발발한 위기는 유로 경제를 뒷받침하는 독일과 프랑스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 위기의 여파는 북유럽으로 번질 겁니다. 서유럽과 북유럽 모두 우리의 주요 수출국이지요? FTA가 타결되었다 한들 그들의 긴축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수출이 여전히 호황을 이룰까요?

더 큰 문제는 미국입니다. 지금은 미국의 부실을 중국이 받아 끌어안아 주면서 버티는 형국인데, 미국 국채의 가치는 양적 완화로 인해 점점 하락할 겁니다. 중국의 외화보유고가 줄어든다는 거지요. 중국은 어차피 미국 국채를 팔아 버릴 상황도 아니니 환율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지만, 위안화의 가치는 결국 오르게 될 겁니다. 내수시장이 탄탄한 중국이니 큰 위기는 없을 듯하지만, 절상된 위안화와 절하된 달러가 지니는 의미는 우리나라에게 매우 큽니다.

우리는 주로 중국과 미국에 수출해서 먹고사는 나라입니다. 달러가 절하되었으므로 원화는 상승합니다.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고, 불황인 미국에 수출하는 게 어려워지겠지요. 또한 우리는 중국에 수출도 많이 하지만, 무수히 많은 원자재와 인력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위안화 절상으로 인해 역시 우리나라의 원가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즉, 폭등론자님들이 얘기하시는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출 실적이 최고조에 이르렀고, 우리나라는 경제 펀더멘탈이 튼튼하므로 이상 없다!”라는 말이 조금만 생각하면 큰 의미 없는 말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수출 실적은 분명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경제의 근간은 사실 매우 취약합니다. 수출 감소 시 받쳐줄 만한 내수 시장도 없고, 외국 자본 의존도가 높아서 ATM기 취급 받는 마당에 무슨 견조한 펀더멘탈을 찾습니까? 결국 우리도 당분간은 전반적인 경제 침체와 인플레이션을 대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주가가 폭락했으니 그 자금이 부동산으로 유입될 것이다.”라는 말에 대한 비판은 예전 글에서 했지요? 오히려 주식 시장이 며칠 만에 어느 정도 안정되어 가고 있네요. 심리적 요인에 의한 하락은 슈퍼 리치들에게 기회일 뿐입니다.

“이제 상승할 싸이클이 되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라는 주장 또한 그냥 주관적인 생각일 뿐, 근거가 될 데이터가 부족합니다. 오히려 설문 조사에서는 주택 구입 의지를 지닌 이들이 더 줄어들었지요.

“정부가 규제를 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라는 주장은 당장 현실성 있는 말은 아닙니다. 정부는 지금 본격적으로 부동산 규제를 풀려고 한다기보다는 간을 보고 있는 겁니다. 표를 저울질하면서 말이지요. 규제를 푸는 쪽이 더 표 획득이 유리한지 그 반대가 나은지를 말입니다.

“공급이 줄어드니 집값이 상승한다.”라는 주장은... 제가 보기에 자가 주택 보유율이 낮아지는 와중의 공급 부족이란 집값 상승보다는 전세금 상승을 부추기는 요소가 될 것 같은데요. 지금 전셋집 구하지 못해 아우성인 사람들이 견디다 못해 매수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나요? 전세금 올려주는 것도 부담인 사람들이 쉽사리 대출 땡겨서 집 살 수 있을까요?

거의 유일하고 확실한 호재라면 저금리 기조가 유지된다는 것 정도밖에 없네요.


뭐 그런 이런저런 생각들을 할 때 제가 보기에 단기에 폭등할 기미는 찾기 어려울 것 같은데, 종교적 신념으로 폭등을 부르짖는 분들을 보면 저로서는 이해하기 어렵군요.

그리고 부동산이 폭등해서 좋은 건 사실 다주택자들입니다. 재건축 아파트나 저평가 아파트에 투자할 여력이 있고, 급매물을 쓱싹할 수 있는 여유 자금이 있는 이들에게 폭등의 시대가 열리면 크나큰 이득이 쏟아지는 겁니다. 1주택자들에게는 지금 당장의 현실적 실익은 거의 없고(보유하고 있을 때의 시세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내 집 팔 때의 시세가 중요합니다), 무주택자들에게 폭등이란 악몽이죠.


그럼, “그렇게 부동산 시장이 단기간에 좋아질 것 같지 않은데 왜 너는 내 집 마련을 서두르라는 이야기를 하느냐?”라고 하실 분도 계실 텐데요. 제가 내 집 마련을 서두르라고 말씀 드리는 이유는 단기 폭등론에 의거한 게 아닙니다.

장기적인 순환 사이클로 볼 때 결국 부동산은 은근과 끈기를 가진 소유자들에게 수익을 보장해 주었습니다. 일찍 장만한 사람일수록 더 기회가 많았고요.

게다가 요즘 같은 때가 오히려 내 집 마련에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어 현재로서는 가장 낮은 금액에 집값이 머물러 있습니다. 또한 매수자 우위 구도에서 집을 고를 수 있고 흥정을 할 수 있습니다. 급매물도 심심찮게 자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금리가 낮아 대출 이자 부담도 덜합니다. 곧, 침체기일 때 사려고 하는 사람이 더 유리하다는 겁니다. 어차피 살 집이라면 유리할 때 사는 게 낫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런 결정을 쉽게 못 내리게 만드는 게 바로 위에서 언급했던 ‘공포와 불안’입니다. “혹시 내가 전 재산을 부어 산 집값이 떨어지면 어쩌지? 누구들 말대로 빵원 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과 “앞으로 경제가 더 안 좋아진다는데 지금 대출 받았다가 나도 하우스푸어 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 때문입니다.

두 번째 불안감은 일리가 있고요, 자신의 소득 안정성이 튼튼하지 않다면 당연히 주의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첫 번째 불안감은 경제 시장과 그에 얽힌 정책의 순환 사이클을 연상해 보시면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습니다. 학습 효과라는 거... 간혹 뒤통수 때리기도 합니다만, 길게 보고 묵직하게 지내다 보면 결국 배운 게 맞습니다.

단, 어디까지나 형편이 되어야겠지요. 1억짜리 전세 보증금만 있고, 월 저축액은 50만 원이면서 2억 대출 받아 집 산다는 건 자멸이잖아요. 어느 정도 형편 되는데 결정을 못하고 망설이시는 분에 한해서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집을 사기 전에 전세 살았던 2호선 역 코앞의 26평 아파트가 팔렸더군요. 주인 할머니께서 그렇게 팔려고 애를 쓰다가 안 팔리니 호가를 낮추시더군요. 결국 처음 내놓은 값에서 차츰 내리다가 5천만 원이나 깎았더니, 바로 누가 집 구경 한 번 하지 않고 그냥 전세 끼고 샀답니다. 그러면서 이 주변 역세권에 전세 끼고 살 수 있는 급매물이 또 있는지 부동산 사장님께 물어봤었다는군요.

바로 매물 쓸어담기이지요. 당분간 돈 묻어 두다 보면 어느 순간 불어난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이겠지요. 각종 규제를 무릅쓰고도 매물 쓸어담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여유 자금이 상당하고 꽤 탄탄한 자산 구조를 지니고 있을 겁니다. 참 부럽더군요. 그 사람이 부자라서 부러운 게 아니라, 지금 투자할 수 있는 여유 자금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부러웠습니다. 저도 너무 그런 투자를 하고 싶지만 여유 자금이 없어서 손가락만 빠는 관계로요.



참 쉬운 이야기인데 이런 저런 설이 많으니 길게 이야기하게 되네요.
사면 꾸준히 반드시 오르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이 매수자에게는 유리합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당장 오를 것 같지는 않으므로 무리해서 단타 투자할 상황은 아닙니다.

그래서 1주택 노려볼 만한 자금 확보를 하신 분과 오랫동안 돈을 묻어 놓을 여유가 있는 투자자 분에게만 좋은 시기입니다. 단, 재건축은 변수가 너무 많아서 정말 불확실하네요.
이미 많은 자금을 부동산에 묶어 둔 분은 당장의 시세 차익은 기대 못해도, 많이 오른 전세 보증금을 무이자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으니 그럭저럭인 시기이고요.
침체기에서조차 1주택 장만을 시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산이 부족한 분에게만 가혹한 시기입니다. 임대료는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상황이니...


그런 시기가 앞으로도 한동안은 더 계속될 겁니다. 그런 상황을 나는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가, 여기서 잡아먹히지 않고 오히려 내가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지속적인 숙제가 되겠지요.

이 시기가 지나면... 아마 빈부의 격차가 더 벌어진 상황이 불 보듯 뻔하게 펼쳐질 겁니다. 전세의 월세화가 점점 더 가속화될 테니까요. 월세화 현상은 빈부의 격차를 더더욱 크게 벌리는 주원인이 될 겁니다. 전세금이란 그래도 목돈이고, 2년마다 보태지기라도 하는 원래 내 돈이지만, 월세는 저축해서 기반 닦을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가는 놈이니까요.

그러다가 상승 국면에 되면 그동안 묻어두고 버텼던 부자들은 신이 나겠지요. 내 집 마련한 1주택자들은 금리가 높아져 부담이긴 하지만 집값이 상승했으니 안도감은 들 겁니다. 비싼 월세에 시달리던 무주택자분들은 이제 영영 꿈도 꿀 수 없는 내 집에 절망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집값의 하락과 부동산 시장 침체는 나중에도 반복해서 찾아올 겁니다. 하지만 그런 기회가 다시 찾아온다 한들, 월세화 현상 속에서 기초 자금 마련에 실패했던 분들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겠지요.

그래서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는 시점 때마다 빈부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졌습니다. 지금과 같은 장기 침체기에 숨 고르면서 그 반복을 어떻게 이용할지 준비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