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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방의 김현정 선생님 글 중에서 확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부자들은 투자를 함에 있어 절대 무리수를 두지 않지만, 서민은 가진 자본이 적으므로 큰 이익률을 노리고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요즘 제가 무척이나 고민하고 있었던 부분이고 해서 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봤습니다.

저 또한 가진 것 없는 서민이고, 그래서 무리수를 두어 올해 초에 집값의 절반 가까이 대출을 받아 집을 샀습니다. 집을 살 때는 엄청나게 고민하고 여러 경우의 수를 꼼꼼히 따져 보고 온갖 호재와 악재를 비교해 본 뒤에 구입했습니다만, 대출이 많다는 점에서 무리수였다는 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별다른 선택의 길이 없었거든요. 지금 현재야 집값이 정체되었지만 그게 언제 풀려서 다시 상승하게 될지 모르는 일이고, 착실하게 모아봤자 나중에 가서 집값이 너무 올라버리면 결국 다시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서민의 운명이니까요.


네, 그게 바로 저와 같은 서민들의 운명입니다. 무리를 해야만 자산 증식을 꾀할 수 있다는 점 말입니다. '한국의 부자들'이라는 책에서 제가 기억에 남았던 대목이, “처음에는 대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하지만 자본이 풍부해지면 가급적 대출 의존도를 최소화하라.”라는 말이었습니다. 투자의 시작은 대부분 대출 등 자신의 처지보다 과한 무리수와 함께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그럼 기왕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는 서민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느냐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비록 무리수를 두었다는 점에서 서민은 부자와 다르지만, 그 외의 투자 원칙은 철저히 부자들의 사고방식에 맞춰 진행해야 수익이 가능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서민처럼 생각하고 서민처럼 행동해서야 부를 얻을 수 없겠지요.

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록 적은 투자 자산이라 해도 나름의 포트폴리오를 철두철미하게 구성한 뒤에 그 투자 원칙을 절대 준수한다는 점입니다. 또한 과도한 수익률을 막연하게 기대하고 미련을 갖지 말고, 철저히 처음에 목표했던 수익률까지만 확보하라는 점입니다.


제 친구 중에 아주 재미있는 녀석이 있는데요. 이 녀석은 제가 아파트를 구입할 무렵, 다가구주택을 구입했습니다. 아파트를 사지 않고 굳이 다가구를 산 이유를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자산 증식 위주의 부동산과 임대 수익 위주의 부동산은 서로 다르며, 자신은 그중 임대 수익 위주의 부동산을 먼저 선택한 거라고 말입니다. 흔히 다가구 주택은 노인네들이 월세 수입으로 먹고살기 위해 사는 집이라고 생각하지만, 젊은 사람에게는 실탄을 꼬박꼬박 장전해 주는 자산이 된다고 하더군요.

자산 증식 위주의 부동산은 쉽게 말하자면 집값이 오르길 기대하고 사는 집입니다. 반대로 임대 수익 위주의 부동산은 집값이 크게 오르는 것보다는 임대 수익을 기대하고 사는 집이지요. 그 둘이 적절히 혼합된 부동산도 많이 존재합니다만..

제 친구와 저의 차이점은 처음에 자산 증식 위주 부동산을 선택했느냐, 임대 수익 위주 부동산을 선택했느냐입니다. 그런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저는 맞벌이이고 친구는 외벌이이므로 매달 월 수입액에서 꽤 많은 차이가 있었거든요.

재미있는 것은, 제가 다음 투자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게 다가구 주택이었고, 제 친구는 다음에 아파트를 구입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저는 자금 확보를 위해 이때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전세를 주고 다가구 주택 주인집으로 이주할 생각이었고, 제 친구 또한 자금 확보를 위해 아파트는 일단 전세 끼고 살 생각입니다. 즉, 상황과 형편에 따라 순서가 달라질 수는 있지만, 저와 같은 서민들도 부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산 증식 위주냐, 임대 수익 위주냐를 구분해서 포트폴리오를 차차 구성해 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자산의 규모만 다를 뿐, 본질은 동일해지는 거지요.

헌데 또 살펴볼 것은, 저와 위의 친구 둘을 제외한 다른 친구들은 일단 주택을 사게 된 후 돈을 추가로 모은다면 더 좋은 집으로 이사하겠다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즉 그 친구들에게 돈이 많아진다는 건 더 좋은 주거 환경을 획득하는 길입니다. 그 집값이 잘 올라주면야 자산 증식도 잘 되고 좋지만, 그건 부동산을 활용해서 기대할 수 있는 두 가지 수익 중 자산 증식 효과만 얻게 되는 제한적인 길입니다.

하지만 저와 위의 친구는 자산 증식 위주와 임대 수익 위주의 부동산을 구분하고, 모은 돈으로 그 비율을 조정해 가면서 더 폭넓은 투자를 하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러면 그저 집만 업그레이드하면서 집값 오르기만 기대하는 친구들에 비해 수익 창출할 수 있는 창구가 넓어지는 거니까요.


사실 보면 부자들도 그렇습니다. 오피스텔 등 임대 수익 위주의 부동산과 수익형 채권이나 펀드를 통해 소비할 돈을 마련하면서, 여유 자금으로는 전세 끼고 전망 좋은 집을 많이 사두는 등 자산 증식 위주의 투자를 합니다. 부자들의 포트폴리오는 훨씬 더 복잡하긴 합니다만, 자산 가치 증식과 당장의 현금 수익 모두 중시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원칙들을 곁눈질하면서 작은 것에서부터 차차 시작한다면 평범한 서민도 훌륭한 투자자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수성가한 부자들도 출발은 모두 서민이었지요.

중간에 겪게 될 지 모를 실패, 그리고 출발 시점에서의 무리수에 대한 공포와 압박감. 이런 것들이 서민들을 투자자가 아니라 평생 죽어라 일만 하는 일개미로 만드는 요인들입니다. 하지만 철저히 정보를 수집하고 준비하며, 여러 경우의 수를 충분히 대비한다면 출발 당시의 무리수가 주는 부담은 경감시킬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소득 능력도 충분하게 갖춰야겠지요. 즉 이때까지는 직장 생활 열심히 하면서 오아시스 같은 월급을 꾸준히 잘 챙겨야 합니다.

그 다음부터 실패가 두렵다면, 부자들처럼 분산 투자를 해서 리스크를 줄이세요. 평범한 서민이 가진 돈이 뭐가 있어 분산 투자를 하냐고 생각하지 마시고요. 부자가 1000원을 200원씩 나누어 5곳에 투자해서 1곳은 실패해서 50원 날리고 2곳은 본전이고 나머지 2곳에서 성공해서 50원씩 벌면 결국은 총 50원을 번 셈입니다. 서민은 10원을 3~4원씩 3곳에 투자해서 조금씩 자본을 늘려 가면 됩니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10원이 50원 되고, 100원 되고, 그 100원은 1000원의 밑거름이 됩니다.

내가 비록 지금 무주택 서민이거나 대출 많은 1주택자라 해도, 지금의 현실에만 허덕이고 걱정하지 마세요. 그저 한 푼 한 푼 모아 그럭저럭 밥이나 먹고살 생각하기보다는, 최대한 여유 자금을 조금이라도 만들어서 투자를 하고 자산을 불리겠다고 마음먹어 보세요. 본인 스스로가 투자자의 마인드를 갖췄을 때 결국 돈도 몰려들게 되어 있습니다.

즉, 집 한 채 덩그러니 산 다음에 막연히 집값 오르기만 기대하지 마시고, 그 집을 다각도로 활용해서 투자를 하고 부를 재창출할 생각을 늘 하셨으면 합니다. 내집마련이 내 가족이 발붙이고 살 거주 공간 확보라고만 생각하시지 말고, 종자 자산 마련이라고 생각하시는 게 어떨까요? 이게 부자처럼 생각하고 부자처럼 행동하는 길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