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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쓴 첫 번째 글(아파트가격이 떨어질까요?)을 진지하게 읽어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처음 글을 쓰면서 필명을 "경제학"이라고 하였는데 너무 재미없는 이름인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는 "변두리경제학"이라고 하겠습니다.

여러 댓글 중에 소득이 낮은데 주택가격이 어떻게 더 오를 수 있냐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부분적으로 저도 동의합니다. 주택가격이 크게 오르기에는 소득 대비 현재의 주택가격이 (수도권에 한해서) 다소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주택이 부족하다는 것은 그래서 당장 주택가격이 오른다기보다는 주택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택가격이 소득 대비 높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다만, 현재 주택재고가 부족하여 잠재주택수요가 많은데 소득은 매년 4~7% 정도씩 오르니까 현재는 주택가격이 부담스럽지만 곳 신규수요가 발생하게 되어 주택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자 한 것입니다. 현재 부뱅 게시판을 보면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 주택가격이 폭락할 것을 걱정/기대 하시는데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을 것 같다는 것이고 따라서 현재 무주택자 중 주택을 구입할 여력이 되는 분은 큰 부담 없이 구입해도 될 것 같다는 말을 하고자 한 것입니다.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주택시장에 대한 제 의견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1. 수도권의 주택가격은 소득 대비 다소 비쌉니다. 이는 주택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이번 주 발표한 정부의 신도시 추가 정책이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국민들이 믿고 따릅니다. 백번 양보해서 지금 주택공급 확대가 가장 필요하다고 하여도 수요가 많은 지역에 우선적으로 공급해야 합니다.)

2. 비수도권의 주택가격은 소득 대비 매우 쌉니다. 주택재고가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지방 아파트 미분양 문제는 구매여력은 충분하지만 그 가격에 아파트를 살 이유가 없기 때문에 미분양이 된 것입니다. 최선의 방법은 건설사가 스스로 분양가를 인하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대신 매입하는 것은 시장논리라는 관점에서 볼 때 좋은 정책으로 볼 수 없습니다.)

3. 현재 수도권 주택가격은 소득, 공급 등을 종합적으로 생각할 때 균형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따라서 수도권 전체로 볼 때 아파트가격이 큰 폭으로 변할 것 같지 않습니다. 따라서 투자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할 동기는 많지 않지만 내집마련을 하고자 하는 분은 예산이 크게 무리한 수준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지금 구입하는 것이 나쁠 것 같지 않습니다.

4. 그러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하여 발생하였던 과도한 쏠림현상을 해소하기 위하여 국지적인 변동은 조금 더 진행될 것 같습니다 (지난 1~2년을 보면 강북 등 소외지역과 소형평형 아파트가격 상승하였는데 이는 전 정권의 주택공급 축소 및 다주택자 줄이기 정책으로 강남/대형평형 집값이 과도하게 상승한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주택시장에 대한 제 생각을 아무런 설명 없이 써보았습니다. 제가 설명할 수 없는 부분도 있고 모두 설명하자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제 개인의견에 불과합니다. (투자에 대한 책임은 자신에게 있는 것 아시죠)

오늘은 우리나라 경기가 언제 좋아질지 생각해보기 위하여 먼저 세계경기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미국은 주택가격 버블 붕괴가 진행 중입니다. 또한 많은 국가의 주택가격이 급락할 위험에 처해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궁금한 점은 2000년대 들어 왜 전세계 대부분 국가의 주택가격이 이렇게 상승하였는가 하는 점입니다.

사실 2000년대 들어 가격이 상승한 것은 주택만이 아닙니다. 주가도 상승했고, 금값, 금속, 비철금속, 그림, 와인, 골프회원권 등 공급이 쉽게 증가하지 못하는 물건 가격은 대부분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왜 그럴까요? 많은 분들이 돈이 많이 풀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돈을 풀어 이처럼 가격을 올릴 수 있다면 경제정책이 대단히 쉬울 것입니다. 현재 미국은 주택가격이 폭락해서 어렵다고 하는데 돈을 풀면 다 해결되지 않겠습니까? 인플레가 무서워 돈을 못 푼다고요? 그러면 주택가격이 상승하던 시절에는 왜 인플레 문제가 없었나요?

답은 IT 혁명으로 인해서 생산성이 크게 높아져 세계경제가 장기호황을 누렸기 때문입니다. 경기가 좋으니 소득이 늘고 부가 축적되어 자본재에 대한 수요가 늘고 가격이 상승한 것입니다. 다만, 미국은 일상적인 경기변동까지 막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초 저금리정책을 사용하였는데 이 때문에 주택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재임시절 전세계의 경제 대통령으로 칭송받던 그린스판(미국 전임 중앙은행 총재)이 현재는 버블을 만든 장본인이라는 비난을 받는 것입니다. 또한 미국의 초 저금리는 국제금융시장을 통해서 여타 선진국으로 확산되었기 때문에 일부 선진국도 주택가격이 과도한 수준에 이른 것입니다.

최근 세계경기는 미국의 불황에 이어 일본, EURO 등도 경기가 둔화되는 초기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경기를 예측하려면 이번 경기둔화의 성격을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선진국 경기둔화가 일상적인 경기싸이클 수준이라면 경기는 곳 회복될 것입니다(다만, 미국은 지나친 과소비에 대한 후유증으로 경기부진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입니다). 만약 경기둔화 이유가 IT혁명을 통한 생산성 혁명이 끝났기 때문이라면 세계경제는 장기불황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이 경우 수출의존도가 큰 우리나라도 상당한 불황을 겪게 되고 집값도 상당히 떨어질 것입니다.

이를 알아보기 위하여 IT혁명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IT혁명이란 말 그대로 통신수단의 혁명입니다. 통신수단이 발달하니까 회사내 의사소통이 잘 되어 재고가 줄고 전사적자원관리(ERP)가 효율적으로 됩니다. IT혁명으로 생산성이 가장 높아진 기업(산업)이 Wall Mart(유통업)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또한 고객과 의사소통이 쉬워지면서 제품의 구성과 가격을 더 효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기업의 이윤이 늘고 생산성이 높아지지요. 미국경기가 나쁘다고 하지만 이는 민간부문에 국한된 상황일 뿐 미국 기업은 지금도 많은 수익을 내고 정상적인 상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는 전 세계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IT를 통한 통신수단의 혁명은 지리적(국가적) 장벽도 낮추었습니다. 이에 따라 국제노동분업이 활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중국은 전 세계 제조업 공장이 되었고 인도는 콜센터와 소프트웨어 공급기지가 되었지요. 이처럼 IT혁명은 생산성을 높이고 자본의 국제이동을 촉진하여 전 세계가 장기호황을 맞이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전세계 주택가격도 동반 상승하였고요.

IT혁명에 의한 생산성증대 효과가 끝났는지 여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여러 정황을 볼 때 저는 아직 끝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학에서는 전기, 철도 등과 같이 혁명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발명에 의한 경기싸이클을 콘트라티에프 싸이클이라고 하는데 이 싸이클의 주기는 5~60년 정도입니다. 즉 싸이클 저점에서 정점까지 약 25~30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이지요. 싸이클의 시작을 PC가 보급되기 시작한 시점(80년대 중반)부터 보면 대충 고점부근에 왔습니다. 생산성이 높아지기 시작한 시점부터 보면(미국, 90년대 초반)아직 확장기가 남아있고 전 세계가 생산성혁명을 통해 상승국면으로 들어간 시점(2003년부터 일본, 유럽 경기가 상승하기 시작하였고 중국이 본격적으로 고성장을 시작한 시기도 2003년입니다)부터 보면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저는 아직도 IT혁명이 더 진행될 여지가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장기싸이클이 상승 중이라면 단기적인 경기둔화가 그리 심각하지는 않겠지요. 원유가격 상승은 대체에너지 개발이라는 기술혁신을 통해 극복될 것입니다. 미국의 경기부진은 상당기간 지속되겠지만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신흥공업국이 세계경기의 엔진 역할을 할 것입니다. (전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에는 미국 24%, 중국 7~8% 정도였는데 2007년에는 미국 21%대, 중국 11%대로 변하였습니다.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중요성은 이미 작아졌습니다.)

IMF에서 7월에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을 보면 두 가지 주목할 점이 보이는데 첫째, 올해 4월 전망에 비하여 성장률이 상향조정되었습니다. 둘째, 선진국 성장률은 2008년 1.7%에서 2009년 1.4%로 소폭 하락하지만 신흥공업국 성장률은 큰 변화가 없습니다. 즉, 이번 경기둔화가 일상적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어제 신문을 보니 세계에서 2번째 부자인 워런버핏이 "미국경제가 5개월 내에 회복되지는 않겠지만 5년 내에는 회복될 것이다" 라고 하였습니다.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되시나요? 저는 주식투자의 대가로서 탁월한 안목을 보여준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정리하겠습니다. 2000년대 들어 전 세계 주택가격이 상승한 이유는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세상 모든 것에 거품이 끼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생산성이 급등하였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세계경제는 90년대와 비교할 때 상당히 튼튼한 상태입니다. 미국은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지금 진행되고 있는 세계경제의 경기둔화는 완만하게 그리고 제한된 정도의 폭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미국의 초저금리 정책 때문에 일부 선진국은 과도한 주택가격 상승을 경험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세계경제가 체질적으로 튼튼한 상태이므로 주택가격 하락정도도 미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그리 크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은 우리나라 경기를 알아보기에 앞서 세계경기의 흐름을 말씀드렸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우리나라의 경기, 금리, 주택규제, 주택시장 흐름 등에 대하여 써보겠습니다.